혹은 워싱턴 포스트가 트위치에 빌붙다
소셜 플랫폼은 동영상에 환장했고, 동영상은 라이브 스트리밍에 환장했고, 라이브 스트리밍은 게임에 환장했습니다. 그 게임 라이브 스트리밍의 끝판왕엔 트위치가 있습니다. 전세계 동영상은 유튜브가 먹었어도, 게임 스트리밍 하나는 트위치가 꽉 잡고 있죠. 유튜브와 페이스북 그리고 인스타그램이 천하를 삼분하고 있는 시대에 유일한 경쟁자는 트위치 하나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https://www.tubefilter.com/2018/07/17/the-washington-post-twitch/
워싱턴 포스트가 트위치에 채널을 개설하고 생방송을 진행할 예정이랍니다. 자사의 기자를 활용해 “Playing Games with Politicians”라는 쇼를 방송한답니다. 현재 트위치 채널에 들어가면 이런 사진이 나옵니다.
사실 이 실험은 4월에 한 번 있었습니다. 마크 주커버그가 청문회에 나갔을 때, 모든 언론사가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활용해 생중계했죠. 워싱턴포스트는 트위치를 활용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현상 어디에 방점을 찍어야 할까요. 워싱턴포스트? 트위치?
트위치 입장에서 뉴스 채널 입점은 그동안 트위치가 꾸준히 카테고리를 확장한 지점과 닿아있습니다.
아주 초창기 트위치는 문자 그대로 게임만 집중했습니다. 좋아할 만한 BJ를 추천하는 아프리카와 달리 좋아할 만한 게임을 추천하는 것도 특징이고, 지금 방송하고 있는 게임을 기준으로 스트리머를 분류하는 것도 트위치의 특징이죠.
그런데, 그 범위가 점점 넓어졌습니다. IRL (It’s real life - 한국으로 치면 그냥 일상방송) 카테고리도 새로 만들고 모바일 방송도 만들었죠. 한국으로 치면 먹방인 Social eating 카테고리도 만들었습니다.
Twitchpresents라는 채널에선 닥터 후도 틀어주고, 파워레인져도 틀어주고 유희왕도 틀어줍니다. 마케팅용일지언정 드라마 실시간 채널이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너가 좋아하는 스트리머 방송이 꺼져있으면 이걸 봐라는 뜻일까요?
트위치는 그동안 꾸준히 ‘커뮤니티’로 확장하고자 했습니다. 시청자가 클립을 잘라 올릴 수 있게끔 ‘Clip’기능도 추가하고, 채팅을 통해 명령어를 기입하는 실황방송 Twitch Plays Pokemon도 지원해줬죠.
뉴스 채널 입점은 이렇게 카테고리와 기능을 확장하는 전략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게임과 일상을 넘어 뉴스까지 볼 수 있고, 단순히 스트리머와 낄낄대는 공간이 아닐 또다른 무언가를 섭취하는 공간으로서 변신이죠. 정말 공상이지만, 트위치는 넷플릭스 이후의 새로운 OTT를 그리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워싱턴 포스트 입장에서 트위치 입점은 전혀 손해볼 일이 없습니다. 워싱턴 포스트의 사주인 제프 베조스는 그동안 젊은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구장창 외쳤고, 트위치는 미국에서 가장 젊은 플랫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신문을 보지 않고, 유료방송도 보지 않는 젊은 사용자를 접하는 데에 라이브 스트리밍 채널보다 더 효과적인 곳은 없습니다.
특히나 오버워치, 포트나이트,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가 꾸준히 성장하기에 플랫폼의 성장 역시 약속되어있죠. 아직 미지의 공간인 IGTV보다 안정적이며 유튜브보단 무주공산입니다. 스트리머 채널에서 게임을 구매할 수 있듯이, 워싱턴 포스트 채널에선 유료 기사를 구매하거나 스폰서 링크로 넘어갈 수도 있고요.
흥미로운 점은 라이브 스트리밍이라지만, 사실 현장 라이브는 아닙니다. 위 화면에서도 알 수 있지만, 기존 스튜디오물을 라이브로 진행할 거고 그 뒤엔 많은 작가진이 붙겠죠. 현장성을 강조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언론사의 라이브라고 하면 현장에서 진행하는 걸 상상한 우리에겐 좀 의아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야외방송보다 실내방송이 익숙한 트위치 시청자에겐 오히려 더 익숙할 수도 있겠죠.
워싱턴 포스트가 트위치에 진출해 성공한다면 그 뒤는 누가 따를까요? 개인적으론 Vox와 같은 미국 뉴미디어가 뒤를 쫓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존 언론사보다 시청자와 관계 맺기에 능하며 영상 제작 경험도 풍부하죠. 심지어 페이스북 라이브도 잦았습니다. 젊은 이미지도 딱 맞고요.
트위치는 게임에서 시작해 야외방송, 비게임방송으로 카테고리를 넓혔고 언론사까지 포섭해 세상만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실 아프리카TV가 미리 보여준 행보이지만, 아무래도 전세게를 대상으로 한 플랫폼이니 그 귀추가 더욱 주목됩니다. 개인적으로 넷플릭스 이후는 트위치가 아닐까 막연히 생각하기에 더욱 주목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