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현모 Jul 24. 2018

청년, Ready to work

글과 말은 그릇이다. 우리네 생각을 담는 그릇말이다. 음악 선생님은 1주일에 한 번, 국어 선생님은 1주일에 수어 번 만난 우리네 학창시절을 잊지 말자. 초등학교 때 말하기와 듣기 그리고 쓰기를 배우고 고등학교 때 논술을 배우는 나라다.


어른들은, 그러니까 사회는, 아니 이제 나도 어른이니까 어른이라는 단어를 쓰지 말자. 그럴 듯한 사회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사회의 중위 연령을 끌고 가는 4050들은 젊은이들의 파릇파릇한 생각에 굶주려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왜 이리 창의성이 부족하냐고 후배들에게 혀를 찬다. 그네들의 늙음이 그네의 잘못이 아니지만, 그네들의 굳은 뇌는 그네들의 잘못이라는 말이 목구멍에 찬다. 물론, 찰뿐 빼내지 않는다. 


배는 헤비웨이트챔피언이지만, 혀는 라이트웨이트다. 늙으면 모든 곳에 살이 찌지만, 주둥이에는 살이 찌지 않는다. 수십 마리의 돼지와 수천 잔의 소주가 빚어낸 뱃살은 갸녀린 벨트를 가차없이 괴롭힌다. 혀는 가볍게 몸을 풀며 젊은 사람을 괴롭힌다. 창의성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을 바란다. 그렇게 참신함과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침 튀기며 말할 시간에 지갑을 열면 얼마나 좋았을까.


혓바닥으로 빠따 맞은 젊은이는 전세계 창의성을 긁어 모아 가져온다. 그런데, 그 창의성을 담을 그릇이 없다. 부모의 직업과 학력을 기재하는 중소기업을 전근대적이라 비판하는 한 신문사는 흡연 유무와 종교 심지어 주량을 묻는다. 대기업 CEO의 갑질을 욕하는 방송사는 면접에서 기지를 보겠다는 면목으로 대놓고 모욕준다. 기껏 창의성, 참신함, 객기, 패기 여튼 모든 걸 준비했는데 그걸 담을 그릇이 없다. 


모바일, 버즈피드, 뉴미디어라는 귀신이 한국 언론업계를 뒤흔들었다. 하지만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우리는 2,000자 원고지에 제한 시간 내에 글쓰기를 연습한다. 세상에 대한 공부가 아니라 언론사 뉴스를 공부한다. 그네들이 그렇게 주창하는 혁신기업과 해외기업이 포트폴리오를 보고, 대기업이 면접비를 챙겨줄 때 언론사는 제자리걸음, 아니 퇴보하고 있다. 공채가 있어서 모바일 팀에겐 다른 색의 명찰을 주고, 재무팀 핑계를 대며 선급금 지급을 미룬다. 


말과 글. 사회는, 언론사는, 아니 당신들이 그렇게 바라던 젊은 색깔의 말과 글이 여기에 있다. 당신들이 말하는 말랑말랑하고 신입에게만 보일 수 있는 눈빛을 지닌 사람들이 여기 있다. 하지만, 당신들은 그 그릇이 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말과 글. 이건 말과 글이다. 기꺼이 새로운 그릇이 될 준비가 되어 있냐고 묻는 말과 글이다. 

작가의 이전글 비인간적 인간 세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