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소 짱
초등학교 2학년 때였나. 뜀틀을 뛰는데 그만 모서리에 팔을 세게 부딪치고 말았다. 다음날 반깁스를 하고 나타났다. 무엇보다 게임을 못한다는 사실이 친구들의 장난 섞인 비웃음과 놀림보다 불편했다. 삼국지4를, 프린세스메이커2를, 라이언킹, 알라딘, 초연 발렌타인, 스타크래프트를 못한다는 사실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게임이라지만, 그 누구는 비장애인이다. 손을 아주 조금만 다쳐도 하기 힘들다. 장애인은 더욱 게임하기 어렵다. 팔없이 다리만으로 조종하는 게이머들이 찬사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 이를 위해 마이크로 소프트가 어댑티브 컨트롤러를 만들었다. 팔이 불편한 게이머를 위한 컨트롤러. 여기까지만 하면 공유 안했을 텐데.
마이크로소프트의 디자인은 달랐다. 제품만 아니라 제품 포장 그리고 택배까지 완벽하게 디자인했다. 테이프로 꽁꽁 싸맨 포장이 아니라 쉽게 뜯을 수 있게 해놨다. 스티커가 잘 떼지게 구석을 약간 떼어놓은 그 뭐더냐. 어디였지. 배민이었나? 여튼 거기처럼.
택배. 항상 접하지만 그동안 불편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테이프 포장이 살벌했지만 가위만 있으면 됐다. 내가 아무리 근력이 없다손치더라도 뜯을 순 있었다. 그런데, 이 기사를 보며 다시 생각하게 됐다.
디테일. 디테일. 디테일. 악마는 디테일에 숨겨져있다는데, 마이크로소프트의 이 디자인 정말 대단하다. 나만 늦게 알았나..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한 디자인이다. 컨트롤러를 주문했을 때, 우린 컨트롤러를 담은 택배 상자를 처음 만난다. 컨트롤러 사용경험엔 택배로 받고, 그걸 뜯고, 개봉하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괜히 블로그에 '개봉기'가 써있는 게 아니다.
워우.
https://www.fastcompany.com/90204400/how-microsoft-fixed-the-worst-thing-about-product-packag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