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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Aug 12. 2018

무한도전 다시 읽기 - 세븐 특집

무한도전 세븐 특집으로 팀워크 읽기

할 일이 없으면 하릴 없이 무한도전을 틀어놓는다. POOQ에 무한도전 24시간 틀어주는 채널이 있는데, 걍 틀어두면 꿀잼이다. 실시간은 무료라서 돈내지 않고도 볼 수 있다. 여튼, 오늘 하루도 할 일 없이 무한도전을 틀어두고 일요일을 보내고 있는데, 세븐 특집이 방송되더라.


그래서 비빔면을 파오후파오후하면서 보고 있는데...


"아니 이거 뭐야. 이거 완전 조직 문화 이야기 아니야?!" 싶더라


그래서 쓰게 된 것.


무한도전 세븐 특집으로 팀워크 및 조직 문화 읽기!


배경 설명을 위해... 설명하자면 무한도전 세븐 특집은 각 7명 멤버들이 7군데에서 힌트를 얻어 파티 장소로 가는 것이 미션이다. 이 과정에서 재석팀 (길, 재석, 형돈) 과 명수팀 (명수, 준하, 홍철, 하하) 으로 나뉘었다. 서울시 곳곳에 펼쳐진 7군데에 각 팀이 돌면서 힌트를 얻어 파티장소로 이동하는 과정을 담았다.


아래는 초대장 내용


지난 5년간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주려 애써온 무한도전 일곱 멤버들을 오늘 밤 열리는 파티에 초대합니다. 편안한 이동을 위해 차량 두 대를 준비해 두었으니 두 팀으로 나누어서 오시면 됩니다. 단, 지도에 표시된 장소에서 총 7개의 힌트를 찾아야 파티 장소로 오실 수 있습니다. 제일 먼저 도착하는 손님에게는 아주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으니 최선을 다해 임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파티장소에서 뵙겠습니다. 힌트를 찾기 어려울때는 전화 찬스를 이용하십시오.


1. 부서간 경쟁보다 협력.


애초에 연출진이 준 초대장은 실현불가했다. 파티 장소에 대한 힌트는 잠실, 강남, 이태원, 신월동 등 곳곳에 흩뿌려졌다. 추석처럼 서울이 진공이지 않는 이상, 운전에다가 미션까지 하루에 다 하기란 불가하다. 즉, 애초에 개인이 실현불가한 미션을 준 셈.


이 상태에서, 재석팀과 명수팀이 파티를 즐기기 위해서는 각자 나뉘어서 미션을 깨고 서로 힌트를 공유하면 됐다. 우리는 서쪽을 깰 테니 너희는 동쪽을 깨고 각자 힌트를 공유해서 파티장에 가서 즐겁게 놀자! (물론 이렇게 하면 무한도전 촬영이 안되겠지)


여튼, 그러면 새로 해피엔딩이지만 두 팀은 서로 경쟁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파티장에 너무나 늦게 도착했다. 힌트 가지고 실랑이 벌일 시간에 말이야. 초대장에 늦으면 국물도 없다는 이야기도 적혀 있지 않았고, 제일 먼저 도착하는 손님한테 선물을 준다는데 팀단위 경쟁을 펼치는 걸 보면 역시 경쟁사회답다.


경쟁보다 협력이다. 서로 공통된 목표를 가진 조직 안에 있다면 제일 중요한 것은 1) 조직의 미션에 2) 최적의 경로를 찾아 3) 최고 속도로 달리는 것이지 그 안에서 내 몫을 논하거나 다른 부서를 이기겠다는 심리는 단기적으론 조직에 이익이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론 조직 문화를 해친다. 결국 이게 부서 이기주의를 조장하고 부서 사이 정치질을 유발하는데, 박정희가 이런 거 하다가 골로 간 걸 알면 우리나라는 그러지 말아야지.


좋은 게 좋은 거다가 아니라, 조직원을 이기려들지말고 조직을 생각하게끔 하는 구조. 그게 중요하다. 뭐, 말은 쉽지.


2. 싫은 게 있으면 말로 하자



파티장에 들어가니, 새로운 미션이 주어졌다. 각자 멤버들이 서로 고쳤으면, 하기 싫은 말과 행동을 종이에 적어 등에 붙이고 그 행동과 말을 하면 자동으로 파티장에서 탈락됐다. 그렇게 하라고 했지, 그 누구도 그 행동을 부추기지 않았다는 게 함정


즉, 서로 "야 너 그거 말하면 아웃이니까 조심해"라고 말하면 서로 하하호호행복하게 웃으면 되는 일이었다. 무슨 행동을 적었고, 무슨 말을 하면 안되는지 적었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되는 것을.


여기서 초점은 '서로 고쳤으면 하는 점'이다. 고쳤으면 하는 점을 말하지 않고 종이에 써서 등 뒤에 붙였다는 것은 그만큼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솔직하게 너 이거 고쳤으면 좋겠어라고 말하고, 너 이 행동 별로야라고 말하면 서로 윈윈이고 행복한데 굳이 그걸 말하지 않고 숨기는 것. 결국 하하를 제외한 모든 멤버는 내가 무슨 행동 (고쳤으면) 때문에 탈락하는지도 모르고 바이바이다.


같이 일하다보면, 같이 부대끼다보면 당연히 싫은 게 생기기 마련이다. 하다못해 치약 짜는 습관 때문으로도 싸운다는데 말야. 중요한 것은 싫을 때마다 솔직하게 지적하는 자세다. 이 과정에서 이 행동은 별로였으니 이걸 고쳤으면 좋겠다고 정확히 피드백 주는 게 중요하다.


피드백에 감정을 싣지 말고, 해당 사람의 인격이 아니라 행동에 초점을 두는 것도 핵심이다. 우리는 그 행동의 피드백을 바라는 거지, 그 사람의 인성을 후두려 패는 걸 바라는 게 아니다.


그러니까, 싫은 게 있으면 말로 해야 한다. 뒤에 가서 정치질 하지 말고, 나중 가서 문제 됐을 때 "내 이럴 줄 알았어"라고 삽질하지 말고 그때그때 바로 피드백해야 한다. 금지하는 행동을 했다고 바로 죽일 게 아니라.


3. 열린 자세로 대화하기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하면 모든 게 해결됐다. 힌트를 공유하고, 고쳤으면 하는 행동이 무엇인지 이야기했으면 진즉에 파티를 즐길 수 있었다. 어쨌거나 오늘의 목표는 서로를 이기는 게 아니라 같이 함께 파티를 즐기는 것이었으니까.



멤버들이 서로 숨긴 이유는 간단하다. 열린 자세로 이야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왜 열린 자세로 이야기하지 못했을까?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열린 자세로 대했을 때 자신에게 득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조직 내지 팀이 해당 구성원에게 충분한 상호신뢰를 부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간 서로가 수없이 배신했으니까 서로를 이기란 말도 없었는데 알아서 경쟁하고 난리난다.


열린 자세로 대화하기라고 적었지만 결국 서로를 충분히 믿어야 한다. 그 신뢰의 기반엔 개인의 능력도 있지만 그 어떤 경우에도 이 조직과 팀이 나를 버리지 않는다는 그 심리적 기반이 필요하다. 서로를 배신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면 내게 남는 게 있다는 그런 믿음. 기초지만 기초가 아닌 그런 거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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