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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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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Jan 12. 2019

흩뿌옇던 하루

    모든 일이 오늘처럼 흩뿌옇다. 사실 일이라는 게 그렇다. 제작단에서 직접 손으로 편집을 하는 일이 아니고서야 계속 흐릿한 무언가를 잡아가는 일의 연속이다. 싹수없음과 딱딱 칼 같음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며 확실하게 대화하는 방법은 모호하다. 이메일 참조는 어디까지 달아야 하는지. 우리 일이라는 단어의 우리는 누구인지. '듯합니다'는 한다는 건지 만다는 건지. 우리 거면 추진력을 얻고 끌고 가야 하는데 아무리 봐도 R/R이 국경선이다. 알앤알에 국한될수록 나사가 된다는 느낌인데. 메일 속 이 모호한 표현은 누구를 위한 건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사무직과 비사무직의 가운데에서 모호하게 걷는 게 우리다.


이메일은 논문이랑 닮았다. 자료를 정리해 새로운 시사점을 만든다는 점에선 똑같다. 사실 모든 글쓰기가 그렇다. 이메일도 결국 글쓰기다. 일하면서 가장 귀찮은 점은 결국 모두 내 소관이 아닌 일을 묻고 정리해서 하나의 메일로 녹여내야 한다는 점이다. 조직에서 일하는 건 그런 거 같다. 미스핏츠부터 뉴스 랩까지 협업이었지만 조직은 아니었구나 싶었다. 이거는 저 팀, 저거는 이 팀. 일은 나뉘어있고 확인할 건 많다. 


선배는 솔직하게 말한다. 행복 회로의 낙관적인 전망도 너무나 부정적인 저주도 아니다. 본인이 보고 겪은 걸 기반해서 이건 이럴 거고, 저건 저럴 거라고 말한다. 내 딴에 선 이건 이런데 저건 저렇지 않냐고 물으면 그에도 답한다. 하루에도 질문이 50개라고 너무 많다고 갈고지만 잘 답해주신다. 그간 콘텐츠를 고민했지만 새로운 차원의 콘텐츠를 고민해야 한다. 드라마 좀 봐야지.


선배는 내 이야기를 쭉 듣더니 넌 뭐하고 싶어서 왔냐고 물었다. 난 미디어나 콘텐츠 그리고 플랫폼 관련해서 프로덕트 매니저도 되고 싶고 콘텐츠 기획자나 서비스 기획자도 되고 싶다. 피디라는 단어에 가슴이 조금 쿰척대고 아이티 분야도 계속 관심이 간다. 영어를 계속 쓰는 분야에 몸담고도 싶다. 퇴물이 되고 싶지 않다. 토플시험이라도 신청하면 공부할라나. 스트리밍도 여전하고. 세상은 넓고 멋지고 재밌어 보이는 일은 너무나 많다. 그래 난 진짜 개시발 개쩔어지고 싶다! 사기캐가 되고 싶다! 사기꾼 말고! 욕심으로 꽉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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