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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Aug 30. 2018

브랜딩은 순두부찌개.

주돈은 두리돈까스

강동구에 살아봤거나, 아니면 강풀 만화를 본 사람이라면 주양돈까스를 한 번쯤 들어봤을 테다. 7천~8천 원을 내면 돈까스를 무한으로 먹을 수 있는 그곳. 오뚜기 수프로 입을 달구고 브라운 소스가 부어진 얇고 바삭하게 튀겨진 돈까스로 위장을 채우면 허름한 주양쇼핑 지하 2층이 주지육림의 소굴로 바뀌는 광경을 볼 수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지하 2층이 한때 돈까스 그 자체였다는 사실이다. 지금이야 재개발 때문에 가게가 많이 빠져나갔지만, 한때 주양쇼핑 지하 2층 음식점은 대부분 돈까스였다. 소스에도 차이가 없고, 메뉴도 차이가 없었다. 일본식 돈까스도 아니었다. 


돈까스로 유명한 곳이다보니 새로 생긴 가게도 전부 돈까스를 팔았다. 당연히 무한리필이었고. 대체 왜 이렇게 생겨먹은지는 모르겠다. 사장님들이 단체로 구매한다는 썰이 있었는데 맞는진 모르겠다. 


문득 궁금했다. 나야 친구한테 물어 두리돈까스에 앉았지만, 저 아저씨와 저 아주머니는 왜 저기에 앉아있을까? 어떻게 하면 모객할까가 아니라 사람들은 왜 저기에 갔을까? 라는 궁극적인 질문. 다시 물으면 난 왜 여기에 왔을까. 친구 때문이었다. 근데 다시 오라 하면, 안 올 거 같다. 난 찌개가 먹고 싶거든. 


근데, 사실 똑같아보이는 가게도 약간씩 다르다. 어느 가게는 물김치를 내고, 어느 가게는 배추김치를 준다. 메뉴에 카레돈까스도 있더라. 어라 저 가게는 돈까스를 시키면 순두부찌개를 준다. 의자도 약간씩 다르다. 어디는 테이블에 앉아야 하고, 어디는 바 좌석에 앉아야 한다. 바 좌석에 앉으면 사장님들의 조리과정도 볼 수 있다. 


브랜딩이 뭐냐 거시기냐 요거냐 저거냐 요로콤 하는 거냐는 글이 많지만, 결국 주양쇼핑 돈까스에 다 담겨있다. 비슷한 돈까스 가게지만 결국 이 가게로 오게 만드는 것. 여기엔 이미지를 넘어 프로덕트가 주요하다. 돈까스에 순두부찌개를 줄지, 생선을 줄지, 김치를 줄지, 물김치를 줄지. 하다못해 식전 수프를 줄지말지 말이다. 


가게 입지와 같이 한 번 정해지면 답도 없는 요소와 달리 위의 제품 요소는 충분히 고칠 수 있다. 다 비슷비슷해보이지만 결국 여기에 오게 만드는 건 이미지와 같은 추상적인 요소보다 순두부찌개다. 그래서 넌 뭘 줄 수 있는데? 뭘 더 줄 건데? 차별화는 결국 제품. 이 질문에 단순히 이미지라고 답하는 ㅈ밥은 되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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