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 파워가 풀.
한국에 넷플릭스가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 문서가 들어온 지는 오래 됐다. 넷플릭스 대표 리드 헤이스팅스가 만든 넷플릭스 <책임과 자유> 문서다. 넷플릭스 기업 문화를 담은 문서로, 넷플릭스가 HR을 어떻게 진행하고 무엇을 중시하는지 담은 문서다. 구체적 가이드라인은 아니고, 넷플릭스가 추구하는 가치를 개괄적으로 담았다.
책 <파워풀>은 그 문서를 더 자세히 풀어낸 책이다. 넷플릭스에서 최고 인재 책임자로 14년간 일한 저자가, 넷플릭스 기업문화가 무엇이며 어떻게 구현되는지 설명했다. 넷플릭스는 지금도 홈페이지에 자사 기업 문화에 대해 자세히 풀어놨는데, 이 책은 그보다 더 자세히 사례를 들며 설명한다.
목차가 곧 요약이다.
어른으로 대접하라 / 도전에 대해 끊임없이 소통하라 / 극도로 솔직해져라 / 격렬하게 토론해라 / 원하는 미래를 ‘지금’ 만들어라 / 모든 포지션에 최적의 인재를 앉혀라 / 직원의 가치만큼 보상하라 / 멋지게 헤어져라.
위 목차를 내 멋대로 해석하자면..
어른으로 대접하라 : 마이크로 매니지하지 말고 직원에게 직접 프로젝트를 짜고 진행하게끔 맡겨야 한다. 물론, 망하면 책임도 져야 한다
도전에 대해 끊임없이 소통하라 : 우리 회사가 무엇을 하는 곳이고, 우리의 미션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상기시켜야 한다. 조직이 도전하는 게 아니라, 구성원이 스스로 도전정신을 가질 수 있게끔 뽕에 취하게 해야 한다. 등을 떠밀지말고 스스로 내딛게 하자.
극도로 솔직해져라 : 아이디어에 대해 가감없이 말하고, 평가해야 한다. 다만, 해당 아이디어와 기획안에 대해 아쉬운 부분을 말해야 하지, 그 사람을 비난하면 안 된다. 여기서 생각이 갈린다. 저자는 A에 대해 아쉬운 부분도 가감없이 이야기하라고 한다. 난 A에 대해 아쉬운 부분과 동시에 이를 어떻게 보완하고 장점을 어떻게 해야 살릴지 덧붙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A라는 콘텐츠가 좋지만 바이럴이 부족하다 싶으면, “이 콘텐츠는 바이럴이 안돼”보다 “이 콘텐츠에 바이럴을 더 할 부분을 찾자”라고 말하는 게 더 좋은 솔직함이 아닐까. 되게끔 만들어야 한다. 뒷담화 하지 말란 뜻이다. 싫으면 싫다고, 아쉬우며 아쉽다고, 덧대면 덧대자고 말해야 한다. 정치질하지 말란 뜻이기도 하다.
격렬하게 토론해라 : 꿍하게 가만히 있지 말란 듯이다. 꿍하게 가만히 있고 뒤에서 이야기하지 말고 앞에서 바로 이야기하고 나중에 아쉬운 소리 하지 말란 뜻이다. 같이 일하는 동료 힘빼게 하는 지름길이다.
원하는 미래를 ‘지금’ 만들어라 : 지금 있는 팀으로 할 수 있는 것을 꿈꾸지 말고, 꿈을 꾸고 그 팀을 꾸리라는 뜻이다. 당장 최고의 팀을 꾸리기 위해서 아낌없이 투자하고 필요하면 조직 개편도 과감하게 해야 한다. 물론, 모든 일엔 ‘기준’과 ‘목적’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대표가 3년마다 바뀐다고 해서 조직이 개편될 게 아니라 뚜렷한 목표를 위해 바뀌어야 한다는 뜻.
모든 포지션에 최적의 인재를 앉혀라 : HR의 KPI를 이탈율로 보지 말고, 얼마나 최적화되었냐로 보란다. 최고의 인재를 최적의 자리에 두었나라는 질문은 쓸데없이 순환근무제 하지 말고 직원 개인이 바라는 바랑 조직이 바라느 바의 교집합을 찾으라는 뜻이다. 더욱 더 신속하게 사람을 찾아야 한단다.
직원의 가치만큼 보상하라 : 보상은 돈으로 하라. 이직할 마음이 들지 않게, 이직하더라도 여기 있었다는 사실로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게끔 잘 보상하라는 뜻. 퍼포먼스를 근거로 적극적으로 연봉을 협상하라는 뜻인데, 더더욱 솔직하게 본인의 퍼포먼스를 논해야 한다. 흥미로운 부분은 여기서 말하는 직원의 ‘가치’가 단순히 현재가 아니란 사실이었다. 지금 당장 매출 구조를 넘어, 미래 매출까지 고려해서 보상하란다. 스타트업이라 가능할 수도.
멋지게 헤어져라 : 직원 퍼포먼스에 대해 ‘연례로’ 피드백할 게 아니라 수시로 이야기하고 그 기준을 투명하게 만들라는 뜻. 저성과자에게 적당히 기회를 주고, 그게 안된다면 과감하게 해고할 수 있는 실리콘밸리 문화이기에 헤어지는 법이 더욱 중요하다. 적어도 직원을 버린다는 인상을 주지 않고 잘 헤어지기 위해선 그 직원도 여기서 무언가를 배웠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
회사를 파워풀하게 만들기 위해 구성원을 파워, 풀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는 자기효능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최근 대기업 퇴사러쉬가 이어진 이유를 근원까지 올라가면, 내가 여기에 있으나없으나 상관없는 1인으로, ‘나사’, ‘조립부품’으로 묘사되는 그 구조에 있다. 회사가 성장하는 데에 함께 기여하는 게 있나? 싶을 정도로, 내가 없어도 잘만 굴러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감정을 좀 더 어렵게 하면 효능감의 문제다. 회사를 사용하는 서비스로 치면, 이 회사를 꾸준히 사용해서 내가 달라지는 게 있나? 특히 이 질문은 가슴 안에 스파크가 있는 친구들에게 크리티컬하다. 돈 이상 (이상이다. 이상. 이외가 아니라 이상. 돈은 당연) 의 무언가를 찾는 사람들에게 이 효능감이 중요하다.
미국을 넘어 전세계를 대상으로 최고의 사업자와 경쟁하는 넷플릭스다보니 이 효능감을 중요시하는, 스파크가 있는 사람들을 회사에 묶어두려고 한다. 그래서 이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어 해당 담당자가 그 프로젝트에 권능을 발휘학끔 한다. 그 프로젝트만 굴러가면, 자신이 세운 미션과 회사의 미션만 잘 채운다면 더 터치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파워풀은 꾸준하게 ‘동료의 중요성’을 말한다. 능력 있는 사람과 함께, 존경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게 최고의 복지라는 주장이다. 이는 제프 베조스가 신입사원을 뽑는 원칙에서도 나오고, 한명수 배달의 민족 CCO가 '회사 생활은 회사가 아니라 사람을 말하고, 이는 곧 당신도 누군가의 회사생활이다’라는 주장과 일맥상통하다. 남한테 트롤하지 않고, 보고 배울 수 있고, 꾸준하게 영감을 주는 사람을 채용하고 묶어 두는 것. 가슴 안에 스파크가 있는 사람을 데리고 오는 것이 중요하다. 며칠 전 친구가 그간 일한 동료가 최고의 자산이고 무기라고 했다. (나 말하는 거 맞지 ㅎㅎ?) 100% 동의한다.
책을 읽으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최고의 인재를 최적의 포지션에 데려오고 퍼포먼스를 뽑기 위해선 궁극적으로 마이크로 조직 단위가 경력직을 채용해야 한다고 싶었다. 뭐 꾸준히 나온 이야기라... 물론 이 역시 분야마다 다를 테다. IT는 IT대로, 다른 분야는 다른 분야대로 채용 문화가 있을 듯하다. 참고로 USPS는 우체부 한 명 채용할 때 2번의 시험 (인성, 우편번호 외우기)를 본단다.
사실 위 넷플릭스가 주장하는 바는 한국처럼 신입 대규모 공채가 이뤄지는 곳에선 좀처럼 기대할 수 없다. 해고와 채용의 자유도도 다르고. 글로벌과 로컬의 차이, 분야의 차이다. 어느 게 우월하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 바꾸지 말자는 게 아니라 문화를 고려해서 적당히 주입해야 한다는 뜻. 어쨌거나 넷플릭스 방식과 비교해 한국 공채 방식은 궁극적으로 1) 정량적으로 거르고 2) 한정된 시간에 채용하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역시 자세히 볼 수 없으며 3) HR과 해당 조직 담당자의 관점 차이 때문에 갈등도 생기며 4) 훈련하는 과정으로 인해 당장 퍼포먼스를 뽑기 어렵다.
이 때문에 생긴 현상이 중고신입 내지 경력 있는 신입. 아이러니한 점은 중고신입 역시 대부분 대기업 -> 대기업이 대부분이다. 중소에서 시작해 위로 올라가는 경우도 있지만, 연봉 등에서 차별이 있고 공채 vs 경력 사이의 끊임없는 갈등이 여전하다고 한다고 한다고 한다고 한다. 주어는 없다. 뭐, 꼬우면 공채하든가라는 문제가 있다고 한다고 한다고 한다고 한다.
작은 팀단위든, 거대한 조직이든 결국은 해당 커뮤니티의 문화가 중요하다. 하다못해 하루 1시간 투자할까말까하는 인터넷 사이트마저 커뮤니티 문화가 크게 좌지우지하는데, 하루 9시간 투자하는 곳에서 문화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입아포로 삿포로.
예를 들어, A에 대해 아이디어를 낼 때 선배 내지 리더가 "막던져"라고 하면 진짜 막던지게 만들어야 한다. 진짜 지가 막 던지고, 노홍철처럼 잘 받아야 한다. 갑자기 "야 너무 막던지는데"이러면 당연히 그 사람 취향에 맞는 것만 던진다. 자기 말을 지키자. 막 던지게 할 거면 진짜 막 던져서 주워라. 말은 쉬운데, 그 누구도 지키지 않는 것들. 무한도전을 그냥 보지말자. 유재석이 일부러 정준하 까는 장면을 보면, 안 좋은 상사의 표본이다.
조용한 사람보다 시끄러운 사람, 묵묵히 따르는 사람보다 적당히 까대고 나대는 사람이 더 좋을 듯하다. 항상 무언가를 캐묻고 고민하는 사람도 좋고.
기업 문화 문제는 결국 리더의 문제다. 대기업 계열사에 누가 사장으로 오는지부터 팀장이 어떤 스타일인지가 조직 문화를 구성하고 나아가 기업 문화를 만든다. 넷플릭스와 같은 기업 문화를 부러워하는 동시에 주 52시간 때문에 망할 거라고 이상한 기사를 써낼 시간에 어떻게 해야 더 나아질지 고민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편.
나보다 아래 세대 사람들이 신입으로 들어오면, 단적으로 유튜브를 통해 배우고 싶은 것을 알아서 배우고 찾을 것을 알아서 찾는 세대 혹은 수능 등 정형 시험이 아니라 입학사정관과 생기부 등 비정형 시험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주니어가 될 때 매우 달라질 듯하다. 수능 세대와 생기부 등 비수능 세대의 1학년 문화가 다르듯이.
-> 첨언하자면, 수능이 전부인 세대는 수능 특유의 집단문화를 몸소 겪었지만 생활기록부가 중요한 친구들은 어릴 때부터 포트폴리오 관리에 힘썼고 대학에서도 단체활동보다 본인이 바라는 대외활동을 더욱 주도적으로 하지 않을까 싶다. 실례로 난 3학년 때 대외활동하는 줄 알았는데, 후배들은 1학년 때부터 한다고 들었음. 뭐 이런 변화가 회사에도 찾아오지 않을까. 그때도 배 두드리면서 52시간 이야기하고 실리콘 밸리 이야기하고 어쩌고 할 건가. 뭐 여튼 그렇다고.
-> 사용자 중심 : 부서 이기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마법의 단어.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안되지만 사용자가 원한다고 하니까 눈물을 머금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