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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Sep 18. 2018

[도쿄여행]1일차 1편 - 어쩌다 일본, 눈떠보니 도쿄

우울해도 전진하고, 귀찮아도 쓸 거고, 매우 길어질 예정.

어쩌다 일본, 눈떠보니 도쿄가 이번 일본 여행의 컨셉이었다. 슬픈 상반기와 지친 여름을 보내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한 달을 슝 떠나기는 어려워서 근처 국가를 짧게 갔다오고 싶었다. 대만, 싱가폴, 홍콩, 일본, 중국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다.


강동택시방, 청춘씨방, 등등 온갖 톡방에 물었고 결론은 일본 그리고 도쿄. 오사카는 2번이나 갔었고, 생각노트님이 남겨둔 '도쿄의 디테일'에 혹해서 도쿄를 가보고 싶었다. 


그래서 갔다. 내가 간 곳은 아래와 같다. 

https://drive.google.com/open?id=1T8OWkgLFERnN4TNP0Ij8Oy7iB-_aIM4c


주로 카페, 서점 그리고 음식점에 초점을 뒀다. 다 간 건 아니고 한 80% 갔다. 아래 사진으로 묘사할란다. 심플하게 일차마다 여행기를 적으련다. 긴 글은 페이스북에. 


공항에서


새벽에 출발했다. 오전 8시 비행기라 새벽 3시에 나가서 3시 20분 버스를 타야 안전하고 여유있게 비행기에 안착할 수 있구나 싶었다. 2시까지 자기소개서를 쓰고, 출국 기념 비빔면을 끓여 먹고 당차게 나갔다. 이렇게 혼자 새벽에 공항에 간 일은 캐나다 교환학생 이후 처음이었다. 




인천공항에서 내 눈길을 끈 간판. 외국인도 많이 오고가서 그런지 메뉴'명'보다 메뉴 '보여주기'에 집중했다. 카페는 좋아하지만 커피를 잘 알지 못하는 나같은 허세충도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던 메뉴판들. 디자인이란 별 게 아니다. 


혼자 온 여행이라 셀카 찍을 수밖에 없었다. 근데 잘 못 찍는다. 얼굴도 맘에들지 않더라. 아아, 구현모의 자기 혐오란. 얼굴 가린 셀카가 최고다. 셀카는 원래 가려야 제맛이다.



원래 장시간 비행은 복도쪽에, 단시간 비행은 창가에 앉아야 제맛이다. 아침이라 하늘이 보기 좋았고 구름도 좋았다. 구름 위에 떠있는 감각이 너무 좋았다. 모두가 일상을 준비하고 깨어나고 있는 시각에 나는 구름 위에서 어디론가 떠난다는 그 감각이 좋았다. 음. 굳이 따지자면 나는 사디스트일까. 무언가 지켜보고 관장한다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이거, 슬슬 여행기라기엔 점점 진지충의 일기가 되간다. 


매거진 B - 츠타야편을 사갔다. 츠타야를 이해하는 데에 아주 기초적인 도움을 줬다. NEX를 타고 신주쿠에 가는 길에 다 읽었다. 매거진 B가 갖고 있는 취재력이 대단하다 생각하고, 사실 내가 츠타야를 잘 알지 못해서 이게 얼마나 맞는 말인지 모르겠더라. 매거진 B에 대한 회의가 아니라 언론 전체에 대한 회의감이 커져서 그렇다. 




도착하고 나리타 익스프레스를 타고 신주쿠로 향했다. 여행객이라면 티켓 자판기가 아니라 꼭 안내소에서 NEX 티켓을 사야한다. 인터넷에서 4천 엔이라 적힌 티켓은 자판기에 없다. 안내소에 여권을 보여줘야 할인된 4천 엔에 살 수 있다. 나랑 방향이 같던 한국인 여행객분도 이걸 헷갈려서 같이 머리를 싸매다가 겨우 찾아냈다. 


일본은 참 '모에화'를 잘 한다. 귀엽게 그림 그리는 민족이다. NEX 안에 있던 이용 안내마저 귀엽게 그림으로 표현했다. 저것만 보면 어떻게 할 줄 알겠더라. 버리고 싶게 생긴 종이쪼가리도, 더럽게 생긴 책자도 아니고 그냥 그 우리가 쓰는 '화일'(파일이라 하면 안돼!)에 그려놨다.


신주쿠 도착


신주쿠에 도착했다. 내가 머문 숙소는 book and bed tokyo였다. 책을 컨셉으로 한 게스트하우스였다. 주소는 여기. https://goo.gl/maps/jhCeePqGLpw


일본엔 다양한 IP가 있고, 이걸 잘 전시한다. 내가 본 IP만 해도 고질라, 슈퍼마리오, 건담 등등. 도쿄 올림픽 2020 티저 영상을 보고 많은 이가 감동하고 부러워했는데, 그 IP를 당당하게 전시하고 그 팬들을 존중하는 문화부터 탑재해야 한다. 단순히 만들라고 재촉할 게 아니다.



일본 와서 첫 끼는 초밥이었다. 숙소 근처에 키즈나 스시라는 스시 체인점이 있었다. 가서 런치세트를 먹었다. 가격은 잘 기억이 안난다. 아마 1,500엔 ~ 2,000엔 사이였다. 위 사진은 먹다가 찍은 거라 풀세트가 아니다. 무엇보다 저 붕장어와 달걀이 맛있었다. 내 최애는 달걀 초밥이다. https://goo.gl/maps/yMbgM6DRUVL2



밥을 먹으니 좀 나아졌다. 새벽 3시에 비빔면 먹고 내내 빈속이어서 겨우 스시로 허기를 달랬다. 신주쿠 근처엔 가게가 참 많다. 지도에 표시하지도 않은 수많은 무인양품과 오래된 츠타야. 그리고 다양한 해외브랜드 가게. 쇼핑에 관심이 없는 나도 알만한 그런 유명한 친구들. 


근처에 무인양품이 운영하는 식당 겸 카페가 있어서 가봤다. 무지에서 판매하는 레토르트 식품을 조리해주는 곳인 듯했다. 여기에서만 판매하는 특이한 소품은 없었고, 그냥 가게가 컸다. 엔화가 비싸서 여기서 산다고 해서 딱히 이득도 아니었다. 

무인양품 카페는 참으로 우아하게 꾸며놨다. 벽에 그림이 그려져있고, 조명도 은은하다. 일본은 조명과 음악을 잘 쓴다. 처절한 조선 발라드도 없고, 그저 허연 등도 없다. 따뜻한 웜톤의 등을 잘 쓴다. 그냥 구경만 하다 나왔다.



일본에서 담배를 펴보고 싶었다. 한국에서 술과 담배를 전혀 하지 않았지만왠지 해보고 싶었다. 근데, 결국 이것도 하는 사람이 하는 거지 난 안하게 되더라. 일본은 길빵이 자유롭다고 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물론 한국에 비해 길거리 흡연하는 모습을 정말 자주 볼 수 있지만 최소한 이를 지양하려는 움직임은 있었다. 


일본의 첫날은 우울했다. 날씨도 너무 안 좋았다. 더웠다. 바람은 불지 않고, 습했다. 짐을 낑낑 싸매고 숙소에 가서 짐을 맡기고 스시를 채워도 그저 그랬다. 아 시발. 여행 망한 건가? 싶었다. 적잖이 외롭고 기분이 구렸는데 윤여훈이 첫날은 다 그런 거라고 토닥여줬다. 이새끼. 서울에서도 좋은 놈인데 도쿄에서도 좋은 전략적 동반자다.


생각해보니 모든 첫날이 그랬다. 교환학생, 인도여행, 남미, 새내기 배움터, 고등학교 OT까지. 모든 첫날에 "망하면 어떡하지", "난 안 될 거야"라고 우울해했다. 근데, 어떻게든 다 적응하고 잘 되더라. 요가선생님의 말씀을 잊지 말자. 어떻게든 다 되고, 익숙해지고, 잘 된다. 영화 <스탠바이, 웬디>에서 웬디는 가장 이성적인 해답은 전진뿐이라고 한다. 그래, 전진하자. 


구린 기분을 해결하기 위해 나카메구로 블루보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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