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현모 Sep 20. 2018

[뉴미디어돌아보기] 청춘씨:발아 2편 - 너, 내 동료

가 되어라

앞서 말했듯 멤버 구성은 박진영, 김혜지, 박리세윤, 양수민, 이수련, 라규영, 나, 조신 그리고 범근씨 (도움) 등이었다. 각 멤버의 롤은 대충 이러했다. 전체적 편집이랑 관리는 진영이가, 세세한 편집은 조신이랑 리세윤이, 출연이랑 스크립트는 라규랑 나랑 헤지가 주로했다. 사진작업은 수민 수련이 했다. 범근씨는 몇몇 영상에 함께 콜라보 형식으로 했다.


하지만 이런 분할이 의미가 없던 이유는 당일 시간 되는 애들 위주로 빠르게 촬영했고, 빠르게 기획했고, 빠르게 내보냈기 때문이다. 인터뷰이 관리는 전부가 했다. 모두가 나서 모두가 프로젝트에 참여했기 때문에 더 빨랐다. 전부가 참여해서 전부가 진행하는 이런 방식. 이거 무슨 방법론이라고 있지 않나? 여튼 조직이 작을 때는 분업화보다 모두가 참여해서 신속하게 그날 되는 사람이 촬영에 우르르르 가서 우르르 일하고 와르르르르 아웃풋 내는 게 최고다.


https://www.facebook.com/20c8a/videos/1476668585967603/


난 장염 때문에 병원갔다가 오후에 이거 영상 찍음.


한 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박진영은 당시 영상 편집을 1도 할 줄 몰랐다. 지금이야 영상을 손으로 뜯어서 한다고 놀리지만, 그때는 전혀 하지 못했다. 러닝 by 두잉. 그 자체였다. 할 줄 모르는데 어떡해? 라는 질문에 시발, 하다보면 되더라고 답할 수 있는 좋은 예시. 나 역시 KTN에서 끄적인 게 전부였고 제대로 된 영상 기획과 편집을 할 줄 알던 이는 박리세윤과 라규영과 조신뿐. 근데 많은 편집을 진영이가 했다. 하다보면 는다.


이렇게 모두가 참여할 수 있던 이유는 목표 기간이 명확했기 때문. 한정된 기간에 폭발적인 힘을 쏟아서 기깔나는 아웃풋을 만드는 게 우리의 미션이었다. 프로젝트 베이스로 돌아가는 모든 곳은 이렇듯 미션이 뚜렷해야 한다. 코어 밸류, 기업의 가치, 미션, 미션 스테이트먼트 이런 기깔나는 문장을 배제하면 결국 남는 건 문제의식과 타임라인과 듀데이트다. 세 가지만 맞추면 된다. 나는 교환학생 가기 직전까지 하기로 했고, 나머지 친구들도 일단 여름방학 동안 좋아요 5천을 목표로 삼았다. 2달에 5천이었다. 사진과 글을 담은 사진인터뷰와 꽁트 및 패러디 영상으로 바이럴을 태우자는 게 주 방법이었다. 광고? 돈이 없었다. ㅅㄱ


우리의 공정은 앞서 말했듯이 올인이었다. 모두가 참여해서 후다닥 만들다보니 아웃풋이 주기적으로 나왔다. 또 모두가 관종에 따봉충이라 작업물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8명이 모두 "내 새끼"라고 생각하는 프로젝트는 웬만하면 성공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만큼 동기부여 된 게 신기한데, 이는 아무래도 술자리의 힘이 아닐까 싶다. 술을 못해서 중간에 빠지는 나를 제외하면 모두가 술로 결탁했고, 나는 낮에 야부리터는 역할이었다. 배 까고.


8월 1달 동안 총 35개를 업로드했다. 영상 10개, 사진 + 글 25개. 누구는 신촌 앞에서 영상을 촬영할 때, 누구는 신촌 탐앤탐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상알못들이 모이고, 불만충과 글쓰는 애만 모였는데도 퍼포먼스가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네이버 플레이리그에서도 바이럴이 우수해서 뭐 상금도 받았다.



페이스북에서도 괜찮았다. 유튜브는 쓰지 않았다. 왜냐고 물으면 굳이 그럴 필요를 못 느꼈기 때문이다. 유튜브 채널이 지금은 필수라지만, 사실 페이스북 하나여도 비즈니스는 가능하다. 스케일업하기 위해서 유튜브가 필요한 거지, 유튜브 없이 비즈니스가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게 내 결론.


또 하나의 교훈은 메세지. 메세지가 강렬하면 포맷이 무엇이라도 어떻게든 뇌리에 남는다. 포맷은 몇 명의 뇌리에 남게 할런지에 대한 대답이다. 일단, 메세지가 강렬해야 한다. 이는 불만충과 저널리스트 사이에 있는 리세윤이나 헤지 같은 캐릭터가 참 잘한다. (나도 넣자). 불만충의 강렬한 불만과 저널리스트로서 감각이 적절히 버무려지면 최고다. 비디오 저널리스트 역시 마찬가지다. 강렬한 메세지. 말을 세게 하고, 반응을 끌어들이게 하는 그런 일들.


물론, 이런 일을 가장 잘하는 건 페북에서 제품 파는 영상 만드는 사람들이다. 다만, 이 분들은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일에 관심이 덜하시기에 이분들과 기자의 교집합에 있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또 따로 있다.


교환학생 직전까지 청년 실업, 비정규직, 낮은 최저임금을 문제로 삼았다. 크게 세 가지 야마로 잡고 영상을 찍고 패러디물을 만들었다. 나를 비롯해 우리 팀이 잘하는 건 기존 영상을 잘 패러디해 새로운 메시지를 더하는 일이었다. 특히 그중에 흥한 엔터테인먼트물에 메시지를 더하는 게 우리 방식이었다. 결과? 음 구현모는 노력도 안하고 징징대는 나약한 젊은이라고 욕먹었으니 괜찮지 않았나?


https://www.facebook.com/20c8a/videos/1474309832870145/


자, 그러면 구현모는 캐나다로 먹튀를 하고 다른 친구들은 남아서 또다른 재밌는 일을 하게 되는데...

매거진의 이전글 [뉴미디어돌아보기] 청춘씨:발아 1편 - 어쩌다, 발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