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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Sep 28. 2018

돈이 생겼다는 것

자그마한 프로젝트를 끝내서 돈이 들어온다. 들어올 돈을 생각하고 돈을 쓰고 있다. 어제는 월스트리트저널 12주 짜리를 신청했고, 며칠 전엔 퍼블리를 새로 결제했다. 티빙도 결제했고, 노션도 1년어치를 샀다. 평소 같으면 사지 않을 잡지를 샀고, 인터넷으로 책도 10만 원어치나 샀다. 프랜차이즈보다 1천 원 정도 비싼 카페에 가서 멍도 때려보고, 2시간 동안 카페 두 군데를 가는 사치도 부렸다. 




바라는 책을 살 수 있고, 이쁜 쓰레기인 잡지도 살 수 있고, 좋은 기사도 읽을 수 있고, 쓰고 싶은 서비스를 쓸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구독한 뉴스레터도 다 읽지 못하는 주제에 무슨 기사 구독이냐 싶지만, 일단 맛보면 달라질 수도 있으니까. 읽은 책도 다 정리 못했는데 무슨 새로운 책이냐 그럴 수 있지만, 그래도 사놓으면 읽을 수 있으니까.




10년 뒤에 내가 보면 아주 작은 소비행위다. 저렇게 다 적어봤자 15만 원이 될랑말랑 하니까. 그럼에도 내 작은 방을 바라는 책과 잡지로 채우고 좋은 글을 읽고 남는 시간을 내가 바라는 곳에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다. 




내게 돈 버는 일은 어떤 능력의 증명이 아니다. 연봉으로 경쟁하는 그런 치열한 세속적 경쟁과 몸값이라는 단어가 아니다. 나를 하나씩 채우는 과정의 주춧돌을 세우는 일이다. 생각보다 책을 좋아하고, 지적 콘텐츠 소비에 아끼지 않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소소하게 나를 채우고 만들어가는 과정에 돈이 필요하다. 엄청나게 많은 돈보다 저렇게 나를 계발하고 내게 투자할 수 있다는 돈이 있다는 게 너무나 기쁘다. 




나라는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에 돈은 필수다. 여러 가지를 해보고, 맛보고, 겪어봐야 알 수 있다. 역시, 돈은 좋은 놈이다. 




돈은 자유다. 아무리 많아도 할 수 없는 게 있지만, 길가다가 만두를 사먹을 수도 있고, 좋아하는 친구한테 선물도 사줄 수 있다. 그냥 너 생각나서 샀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윳돈이 있을 때 나는 가장 행복하다. 교보문고에서 책을 보고 알라딘에서 사지만, 그럼에도 책을 쟁여놓고 볼 수 있는 사실이 나를 충만하게 만든다




카페에서 혼자 기사 읽고 톡방에 공유하고 책에 밑줄치고 브런치에 글쓰는 일을 좋아하고 사람 관찰하고 서로 문답하는 걸 좋아하는 변태 같은 나도 발견할 수 있었지. 




돈은 웬만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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