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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Nov 16. 2018

요가는, 숨쉬기.


이제는 숨쉬기.




"현모씨는 자기 자신이랑 싸우는 표정이에요"




요가 선생님은 자기 자신을 이기려 들지 말라고 했다. 무릎을 꿇고 팔을 수직으로 쭉 뻗는 자세를 하면 어깨가 아프고 다리가 저린다. 그 상태에서 배꼽을 허리 쪽으로 당기고, 가슴을 위로 하면, 너무나 부자연스럽다. 그 상태에서 이를 악물고, 숨을 멈추고 버티려 하면 너무나 힘들다. 머리 사이로 열기가 아주 조금 느껴진다. 




들숨과 날숨에 맞춰 팔을 조금씩 뒤로 한다. 더 뒤로 뻗기 위해선, 악문 이를 풀어야 한다. 저린 팔과 무거운 어깨와 당기는 허벅지를 그대로 품기 위해선 악과 깡을 버려야 한다. 참은 숨을 풀고 조금씩 들이마신다.




이를 악물고, 숨을 멈추면 아주 조금 힘이 더 난다. 근데, 그때뿐이다. 팔을 조금 더 뒤로 뻗고, 요가 매트 위를 내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선 더 깊게 들이마시고 더 힘을 풀어야 한다. 그렇게 크게 숨을 들이마쉬고 내쉴수록 내 곳곳에 있는 살과 무거운 어깨와 약간 휘어있는 허리가 느껴진다. 그럴수록 더 멀리 나갈 수 있다. 




수험생의 생활은 숨참기의 연속이다. 공부에 집중하다 보면 나도 모르고 어금니에 힘이 들어가고 숨을 참게 된다. 그럴수록 부자연스럽다. 답답하다. 




수능이 끝나야, 좀 숨이 쉬어진다. 모든 게 끝났구나라는 안도의 한숨인지, 진짜 끝나버렸네라는 시원섭섭함의 한숨인지는 모른다. 그냥, 그냥, 그냥 끝났으니까 쉬는 거다. 




숨을 참고 힘을 딱 주고 뻗는 자세보다 자연스럽게 들이마시고 내쉬며 뻗는 자세가 더 오래 간다. 그래야만 그 자세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숨을 마쉬고 쉴 때마다 나를 느낄 수 있기 때문. 




오늘은 수능이고, 수험생은 드디어 숨쉴 수 있는 날이다. 지금은 새벽이고, 우리 모두 숨을 내쉴 수 있는 시간이다. 하루종일 어금니를 악물고 버티다가, 이제 숨을 내쉬며 나를 느끼는 시간이다. 




일상과 싸우지말고, 그저 들이마시고 내쉬듯이, 습습후후 심호흡으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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