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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Nov 17. 2018

내게 있어 대학은..





우연히 어떤 분이 페메를 주셔서, 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내 대학생활을 다시 떠올렸다. 




크게 보아 대학생활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고, 어떤 사람들과 잘 맞는지 알아보는 베타테스트기간이었다. 모든 삶이 그렇겠지만,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연애를 해보아라, 무엇을 해보아라, 뭘 해보아라 등. 온갖 '해보아라' 조언도 결국 나와 그게 잘 맞는지 알아보는 것뿐이다. 맞으면 하고, 아니면 말고. 가장 기회비용이 낮은 시기다. 




무엇을 전공해야 취업이 잘된다, 무엇을 배워야 취업이 잘된다 등의 조언도 들을 만하지만, 결국은 내가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 알아야 거기에 취업을 하든말든 한다. 내가 아무리 시험재능이 있어도, 회계랑 안맞으면 cpa를 따도 안하게 된다. 물론 난 없다. 




1~2학년은 그냥 학과생활만 했고, 3학년 때부터 바깥으로 싸돌아다녔다. 그때 우리과는 3학년 부터 대외활동하는 게 좀 정석적인 테크트리였다. 대학원 다닐 때 들은 이야기론, 이젠 1학년부터 대외활동을 열심히 한다고들 한다. 




처음은 어렵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고등학교 때까지의 나를 잊고, 새로운 나를 만들어가는 사람도 있다. 대학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사람으로 나를 꾸미다가 멘탈 터지는 사람도 있다. 그동안 가이드가 되었던 선생님도 없다. 하다못해 점심도 내가 골라야 한다. 




수강신청부터, 하루의 마무리까지 내가 선택하고 내가 조져야하는 이런 광야의 시공간을 처음 맞이한 사람은 모두 어려울 수밖에 없다. 모두가 뉴비이자 이방인인 그런 공간이 대학이었다. 




난 그 공간에서 나만의 준거집단 (디스토션, 10 동기들) 을 찾았고, 나름 재밌게 살았다. 누군가에겐 간나새끼로, 누군가에겐 샹노무새끼로, 누군가에겐 그냥 무존재로 살았다. 지금 와서 대학이 그립다고 하면, 조금은 늙은이 같지만 단지 기회비용이 낮은 그때가 그리울뿐이다. 미숙해도 괜찮던, 그냥 다들 뉴비였던. 




어느 때는 끝장을 보고 싶었다. 그냥 학점 끝장도 보고 싶었다. 4.5도 맞아보고, 에프도 받아봤다. 돈이나 학점이나 다 비슷하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하려면, 그만큼 높아야 한다. 학부 생활 막바지엔 학점이 낮아서 경영학과 이중전공 못해본 게 아쉬웠다. 경영학회 하지 않은 것도 아쉬웠다. 그 스펙이 필요한 게 아니라, 걔네가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배우는지가 궁금했다. 물론 지금 와서 보면 다 거기서 거기긴 하다. 생각해보면, 가장 쓸모없는 야부리털이가 그쪽인 거 같고. 




대학은 더 자유로워져야 한다. 배우는 공간에서 군기 잡는 문화, 무턱대고 반말을 날려도 되는 선후배 문화, 무조건 교수의 말을 받아쓰는 수업 문화는 지양해야 한다. '어쩔 수 없다'는 응원단 문화도 바뀌어야 하고, '필요악이다'라는 특정 집단 기수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21살이 1년 먼저 들어와서 6개월 먼저 굴렀다고, 20살 조지는 건 말이 안된다. 




좀 더 재밌게 놀았을 거 같다. 이런 짓도 해보고, 저런 짓도 해보고, 그런 짓도 해보고. 왠지 모르게 돈이 없어서 못했고, 왠지 모르게 시간이 없어서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든 됐을 텐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프레디 머큐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항상 Keep yourself alive하라고 한다. 어쩌면, 대학은 가장 alive한 나를 찾을 수 있는 시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흠좀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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