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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Sep 25. 2018

씨앗 발아한 후기. 메시지, 팀원, 동기부여

그리고 커뮤니케이션까지. 

오늘은 청춘씨 프로젝트 후기를 정리할란다. 청춘씨가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나름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던 이유를 분석하고자 한다.


일단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1) 우리가 바라는 이슈 (시즌별로 청년실업, 학교, 지방, 청년정치) 를 2) 바라는 수준만큼 이슈화시키는 일이었다. 너무 모호하다고? 음. 도합하면 100만은 찍었으니까 만족하지. 다만 뷰보다 중요했던 것은 과정이었다.


1. 우리에게 중요한 건 메세지. 그것도 간결한 메세지.


청춘씨는 콘텐츠가 전부였다. 무슨 네임드 매체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광고를 많이 태우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바이럴이 되고 인상에 남을 수 있던 이유는 메세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브랜딩이라는 아름다운 단어보다 메세지라는 작고 소박한 단어를 쓰자. 우리는 시즌별로 특정 주제에 대한 우리의 주장을 던졌다. 그 주장이 '씨:발아'라는 강렬한 단어와 합치니 더욱 세게 남는다.


세상엔 다양한 메세지가 있다. 하지만 간결한 메세지는 얼마 없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래서, 이러라고 이새끼야"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메세지를 간결하게 해야 한다. 당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쑤셔넣어줘야 한다.


콘텐츠, 브랜드, 서비스, 제품이든 뭐든 메세지가 강렬해야 한다. 어느 때나 매한가지였지만, 개인화 추구 소셜 미디어와 입시 제도의 변화 (정시 → 자기소개서 및 학종)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사람들은 더더욱 자신의 취향과 기호 그리고 메세지에 절박하게 매달릴 것이다. 자신의 소명을 찾는 일이지. 방탄소년단의 세계관이 먹힌 이유와 비슷하다. Speak yourself.


Yourself인데 왜 남에게 끌리냐고? Speak 하지 못하는 대다수를 대신해 일종의 무당이 되어주는 거다. 무당이 되어 굿판을 벌릴 만큼 강렬한 메시지를 말해야 한다. 그렇다면 질문은 어떤 메시지냐다. 어떤 메세지는 결국 팀원의 케미와 카리스마가 만든다.


2. 메세지는 팀원이 만든다


메세지는 팀원이 만든다. 팀원 사이 케미와 카리스마가 만든다. 짜여진 시스템이 만드는 일은 우리 같은 소규모 조직에겐 불가한 일이다. 그렇다고 대표 내지 리더 몇 명이 주도하기엔 동기부여가 쉽지 않다. 그랑블루를 점령하는 루피해적단처럼 팀원 모두가 메세지 만드는 데에 참여해야 한다. 1) 메세지를 구성하거나 2) 메세지에 따른 콘텐츠를 구성하거나 둘 중 하나를 해야 한다.


조직에 자기 효능감이 중요한 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래? 라는 질문이 나온다. 혹자는 '스스로 할 때까지' 라고 말하거나 '자기가 해야 한다'고 하지만 옆에서 누가 끌어줘야 한다. 아니, 끄는 게 아니라 말문이 트이게 해야 한다. 우리 팀원들은 대부분 투머치 토커 (나, 헤지, 불만충) 라서 말문 터지는 건 쉬웠다.

사람들이 말이 없다고? 아니 말할 기회가 없을뿐이다.


팀원은 간결하고 신속해야 한다. 쉽게 말해, 워크와 라이프를 분리할 수 없는 조직이 더 신속할 수밖에 없다. 오버 좀 보태서 새벽에도 아이디어를 토해내고, 그걸 오전에 기획하고, 오후에 만들었다. 물론 이건 우리가 1) 친분이 보장된 2) 비슷한 연령대 친구들이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기성 조직에서 하기엔 어렵지만, 스타트업이나 아주 작은 조직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최고의 복지는 팀원이라고 한다. 정확히는, 재밌고 반짝이는 팀원이다. 재미 있는 동료들과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내가 저 사람의 동료였어! 난 저 사람과 함께 했어! 저 동료들에게 부끄럽지 않게끔 열심히 할래! 라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


방법? 딱히 없다. 이는 방법'론'이 아니라 '경험'론의 영역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


누구나 조직은 간결하고 신속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근데 신속은 사람이 동기부여가 잘 되어야 해요. 그러면 동기부여는요...


3. 아, 보람은 됐구요 돈이나 주세요. 돈이 없어요? 그럼... 듀데이트를 주세요. 아, 따봉도 주시고요


그래. 우리 돈 못 벌었다. 돈이 동기도 아니었다. 나이브했지. 이건 인정. 근데 역으로 물으면, 돈 벌 생각도 없는데 그걸 어떻게 했대? 라고 물어야 한다.


동기부여라. 음. 쉽지 않다. 사실 나야 던지고, 주장하고, 내지르는 사람에 토커였다. 메세지를 짜고, 씨발!!!! 이라고 소리지르고 배까는 사람이었고, 팀원들에게 무엇이 동기부여가 됐을까.


지금 드는 생각은, 타임라인과 듀데이트 아닐까. 원래 글은 마감기한이 쓰듯이 콘텐츠 제작은 타임라인이 만든다. 그리고 일이 타임라인에 맞게 딱딱 돌아가면 그거의 쾌감이 또 있거든.


따봉의 맛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언가를 만드는 이들은 기본적으로 자기 표현 욕구가 강한 놈이고, 조금은 뻔뻔하고, 조금은 관종이다. 나야 대놓고 관종이지만.


여튼 그런 이들에게 본인들이 관심 받고, 박수 받는 경험을 제공하는 일은 또다른 동기부여다. 프로젝트가 타임라인에 맞게 돌아가고, 듀데이트가 일을 완성시키고, 그 완성된 일이 쳐주는 박수가 동기부여다.

이걸 보는 분들이 따봉페이를 시행할까 겁나는데, 미디어와 관련된 작은 조직은 돈만큼이나 관심 자본주의가 제대로 먹히는 시장이다.


4. 최대한 구체적으로 말하세요


결국,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원하는 것을 말하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이걸 구체화시키는 게 결국 모든 일하는 과정이에요. 그런데, 아직까지 정말 추상적으로 대화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잘해주세요", "이거 뭐 그렇게... 하면 안되어요?" 라든지요.


이러시면 안됩니다. 최대한 구체적으로 말씀하세요. 여기서 말씀드리는 구체적이라는 뜻이 마이크로 매니지는 아닙니다. 하지만 본인이 바라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라는 뜻입니다. 팀원 사이 정치질을 통해 무언가를 이룬다고 한다거나, 그 사람을 단순히 '부릴려고' 하면 망하는 지름길입니다.


그 사람에게 1) 무엇을 바라고 2)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지 3) 이 과정에서 당신은 무엇을 바라는지 정확히 묻고 대답해야 합니다. 콘텐츠를 만들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이번에 이런 메시지를 담은, 이런 영상을 만들고 싶어. 그런데 너는 공감해? 무엇을 붙이면 더 잘 굴러갈까? 이렇게 진행해도 괜찮을까? 이런 레퍼런스를 보면 어때? 이런 디자인을 더 찾아보고 싶은데 어떤 걸 보면 될까?


그리고, 무작정 안된다고 하지 마세요.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거나 콘텐츠를 만들 때는 당연히 장애물이 많습니다. 될 이유가 1가지라면, 안 될 이유는 100가지입니다. 그 모든 장애물을 극복하고, 장애물이 없는 초사이어인은 없습니다.


안 될 이유가 100가지라도, 될 이유 1가지를 보고 하는 게 일입니다. 그 강렬한 야마와 이유를 찾아야 일이 굴러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죠. 그렇다면 우리는 그 어려움 때문에 하지 말자가 아니라, 이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지? 무엇을 더하면 될까? 라고 대화해야 합니다.


청춘씨 후기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다음 정리할 프로젝트는 미스핏츠입니다. 제가 참여하거나 기억나는 미스핏츠 시작과 끝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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