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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Oct 26. 2018

혁신 시대의 뉴미디어들이 알고 싶소?

그럼 이걸 보시오. 

아우, 얄미워


책을 읽으며 속으로 몇 번이나 짜증냈다. 너무 얄미웠다. 이걸 내가 먼저 했었어야 했는데! 이 책을 먼저 기획했어야 했는데! 우창님이 하자고 뽐뿌 넣었을 때 정줄 놓고 무조건 달렸어야 했는데! 국내외 뉴미디어 매체 분석하는 프로젝트를 제안해주셨는데 이걸 나 혼자 하기엔 너무 어렵다 싶었다. 욕심이 너무 많았지. (난 복스, 바이스, 닷페이스, 열기, 에이티티엔 이런 곳들을 소재로 하고 싶었다)


참 매력적인 기획이고, 하고 싶은 기획이고, 끌리는 책이었다. 내가 하면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딱히 할 사람도 보이지 않았는데 그걸 선점했다. 내가 언젠가 써봐야지, 해야지라는 생각만 가득하다 이렇게 됐다. 오래 살다보면 죽고, 가만히 있다보면 뺏기기 마련이다. 북저널리즘의 얄미운 기획력과 빠른 행동력에 박수를. 그리고 구현모의 게으름에 죽빵을!  


프로가 보는 프로


기자가 언론사를 평하는 건 쉽게 보이지 않는다. 아니, 언론사가 언론사를 평하는 것 자체가 드물다. 뉴욕 타임즈 같은 경우, ‘미디어’라는 분야를 통해 언론 산업 전반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국내 언론사는 종합 일간지에서 타 언론사 혹은 언론 산업 전체를 다루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 책이 어떻게 기획되었는지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다.  


책 기획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할 만큼, 흥미로운 책이다. 조선 비즈에서 국제부, 문화부, 뉴스편집팀을 거친 기자인 동시에 기술과 스타트업에 관심 많은 저자라 그런지, 내용이 트렌디하다. 스팀잇과 같이 각광받던 플랫폼과 북저널리즘 및 퍼블리와 같은 국내 미디어 스타트업 그리고 카카오 루빅스와 같이 국내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팀까지 인터뷰했다. 플랫폼, 콘텐츠 스타트업, 전통 퍼블리셔 그리고 국내 포탈사업자까지 다양한 사업자를 인터뷰했다.  


난 당신의 새로운 얼굴을 보아요


인터뷰 기사를 읽다보면 “얘를 왜 인터뷰하지”라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여기에 나온 9개의 사업자는 그런 의문이 전혀 들지 않는 매력적인 사업자들이다. 쿼츠 편집장이 가장 흥미로웠다. 메디아티가 동대문에 있을 시절, 쿼츠 편집장이 메디아티에 왔다. 덕질하는 기분으로 만나러 갔고, 심지어 영어로 질문도 했고, 명함도 받고 메일도 나눴다 (자랑).  


쿼츠가 흥미로웠던 이유는 새로운 독자를 발굴하기보다, 기존 독자의 새로운 면모를 발굴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지금 잡은 토끼의 다른 필요를 파악해 콘텐츠를 만들어 제공한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그간 나는 잡지 못한 타깃을 겨냥해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했다. 근데 기존 타깃의 새로운 면을 발굴해 무언가를 만들면 그 역시 새로운 수요를 발굴하는 일과 매한가지 아닌가.  



새로운 독자를 발굴하는 게 아니라 기존 독자의 새로운 모습을 발굴했다. 머리 속에 다양한 키워드가 나온다. 멤버십, 커뮤니티, 구독 등등. 기존 독자가 자사의 새로운 서비스로 이동한다면, 이건 일종의 커뮤니티다. 기존엔 쿼츠라는 서비스의 사용자였다면, 앞으로는 쿼츠라는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고, 멤버십에 가입하는 셈이다.  


기존 언론사 구독 서비스가 해당 신문 구독이라면, 앞으론 그 언론사가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구독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아마존 프라임의 언론사 버젼이다. 잡지 못한 밀레니얼을 잡으려고 하는 언론사들과 기존 독자의 새로운 모습을 찾으려는 쿼츠가 대비됐다.  


이런 전략이 가능한 이유는 쿼츠가 기존 독자를 분석하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고 동시에 쿼츠라는 이름이 갖고 있는 브랜드 밸류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충분히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신뢰가 쌓여있기에 쿼츠가 제공하는 새로운 콘텐츠를 구독한다. 신뢰가 이렇게 중요하다.  



동시에 우리가 누구를 위해서, 무슨 콘텐츠를 만드는지 내부 브랜딩이 철저하기에 가능하다. 정치 성향으로 언론사를 구분하는 한국과 달리, 여기에 실린 언론사들은 타깃 독자와 논조가 매우 뚜렷하다. 색깔 있는 언론사들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중도와 진리 추구를 말하는 색깔 없고 재미없는 언론사에 비해 얼마나 튀는가.  


어허 독자 양반, 내가 편집자의 상인가?


이 책 말미에 김하나 에디터의 코멘트가 달려있었다. 왜 이 기획을 했는지, 이게 왜 중요한지 보여준다. 저자의 말로 시작해 에디터의 말로 끝낸다. 기존 책이 저자만을 강조했다면, 북저널리즘은 에디터를, 그리고 북저널리즘을 강조한다. 흥미로운 방식이다. 독자는 좋든싫든 개별 에디터와 북저널리즘을 인식하게 된다. 그렇게 브랜드가 된다.  


너나 할 것 없이 혁신을 외치는 시대다. 그 혁신의 시대에 국내외 텍스트 뉴미디어들은 어떻게 갈고 닦는지 힌트를 주는 책이다. 읽기도 좋은 책이다. 후루룩 읽기 정말 좋은 책이다. 해외 뉴미디어를 모르는 분들을 위한 훌륭한 입문서다. 이 책을 읽고 본인이 좀 더 파면 얻을 수 있는 게 많다. 아쉬운 점도 있다. 아무래도 이메일로 인터뷰하다보니 무언가 치열하게 묻는 과정이 생락되어 있다. 근데 이건 뭐, 해외라서 어쩔 수 없는 거 같기도 하고. 치열하게 논박하는 인터뷰 좋아하는 걸 보면, 구현모 성격 엥간히 비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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