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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현모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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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Oct 21. 2018

1.01을 멈춰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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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을 멈춰선 안돼!


오랜만에 요가원에 갔다. 저번주는 일이 있어서 못갔다. 3주 만의 수업이었다. 거리 풍경은 여전했다. 한강진 역은 고급졌고, 요가원 앞 골목은 인스타 사진을 건지기 위한 몸부림이 줄을 섰다.


가는 길에 선생님을 만났다. 요가하니까 어떠냐던 선생님의 물음에 "다시 태어나야겠는데요"라고 답했다. 도저히 이 저주 받은 몸뚱아리론 선생님의 가르침을 행할 수 없습니다고 석고대죄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한마디였다. 감기로 갈라진 목에서 인생 3회차의 웃음소리가 나왔다.


부끄럽게도, 근 2주 동안 집에서 연습을 그리 많이 하지 않았다. 전엔 열심히 했다! 일본에서도 했다구! 그러다보니 분명히 저번엔 부드럽게 된 자세가 이번엔 도저히 안 됐다. 편하던 자세는 불편했고, 될랑말랑한 자세는 안됐다. 이런 젠장. 젠장!!!!!


하타 요가는 멈추는 자세가 많다. 느릿하고, 멈추고, 버틴다. 부드럽게 내 어깨의 가동범위를 넓히고, 그 넓힌 공간에서 멈춘다. 그 공간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선 호흡해야 한다. 잠시 숨을 멈추고 버티는 것만으론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한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버텨야 내 것이 된다. 세상 모든 음식을 씹어 먹을 턱힘으로 어금니를 꽉 깨무는 것보다 부드러운 들숨과 날숨이 더 강하다. 힘으로 안되는 건 많다.


몸을 당기고, 굴리다보면 내 몸에 쌓인 적폐를 만난다. 뱃살 말이다. 근 1달 동안 너무 잘 먹다보니까, 살쪘다. 체중계에 보이는 숫자가 문제가 아니다. 자세를 할 때, 너무 불편하다. 아니 분명히 저번엔 이정도로 접히지 않았는데, 이번엔 모든 자세에 셀룰라이트가 낀다. 열받는다. 왜 안되는 거야!


그래, 멈추는 자세를 해도, 난 멈추면 안된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되듯이. 요가는 매일 해야 하고, 절제도 매일 해야 한다.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 꼴을 못 면한다는 옛날 표어처럼, 덮어 놓고 먹다 보니, 오늘 하루 쉬면 어떠냐! 고 스스로 방임하다보니 되는 자세도 안되고 살은 쪘다. 살찌니 더 불편하다. 물론, 근육도 없다.


그래. 1.01을 멈춰선 안된다. 1.01^365=37.8이다. 존버하면 떡상하진 않지만, 매일 1.01배만큼 38배 정도 성장한다. 존버가 아니라, 1.01이 답이다. 다시 태어나야겠어요! 라는 후회가 아니라 다시 태어나야지! 라는 시발점이 필요하다. 시발!


선생님한테 머리서기 자세 특훈을 받기로 했다. 오늘 저주 받은 몸뚱아리로 빡세게 했으니 분명히 내일 갈비뼈와 허벅지 근육이 당기겠지만, 또 해봐야지. 오기가 생긴다.


요가는 오기다. 요가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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