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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Nov 05. 2018

월급에 정의가 있을까?

<우리의 월급은 정의로운가> 후기



이 책은 현재 한국 노동시장이 불공정하다고 말합니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론 낮게 설정된 임금, 둘째론 대기업 종속 경제시스템, 마지막으로는 이를 응징하지 못하는 사회시스템을 꼬집습니다. 




여러 의문이 듭니다. 책은 지적하는 여러 문제의 원인을 탐욕적인 재벌에게 돌립니다. 하지만 이처럼 자본에만 화살을 돌리는 일은 너무나 구시대적인 담론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노동 귀족을 욕하자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다만 모든 원인을 재벌과 민주노총에 돌리는 이야기는 이제 지양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 점에서 약간은 촌스러운 책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월급이 정의롭지 않으면 생기는 문제는 무엇일까요. 일단 불만이 생깁니다. 물가는 높은데, 제가 돈이 없으면 화나잖아요.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다음엔 가정불화가 생깁니다. 그리곤 사회 불화가 생기죠. 가화만사성은 진리입니다. 불만이 생기면, 사회 안정성이 떨어지고 사회 붕괴의 여러 전조현상이 일어납니다. 강력한 독재자 박정희마저 말년에 고유가로 인한 물가 상승으로 인해 지지율이 처참하게 떨어졌습니다. 




월급은 정의로워야 합니다. 아니, 근데 잠깐만. 우리는 월급에 ‘정의’를 댈 수 있을까요? 정의로운 월급은 무엇일까요? 혹자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이는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위대한 베스트셀러 작가 이육헌님과 구현모가 한 장을 쓸 때, 분명히 같은 ‘노동’이지만 가치는 다르거든요. 동일노동 동일임금 담론은 노동이라는 과정에 집중하기 때문에, 위와 같은 아웃풋을 배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웃풋에 따라 임금을 산정할까요? 사실 이 역시 애매합니다. 카카오 개발자와 라인 개발자는 비슷한 일을 수행할지언정 모기업의 자본력 때문에 누구는 돈을 더 벌고, 누구는 돈을 덜 벌 거든요. 이 역시 ‘동일임금’은 어렵습니다. 직무에 따른 임금은 어떨까요? 이 역시 애매합니다. 강력한 노조를 가지고 산정하기 쉬운 제조업이라면 모르겠지만, 지식서비스업은 직무별로 가치를 산정하기 쉽지 않거든요.




이렇듯 임금 정의를 이야기하는 건 어렵습니다. 최저임금을 지역별로, 업종별로 차등 지급하자는 이야기가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비판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엔 수많은 업종이 있습니다. 수백, 수천 개의 업종이 있는데 이에 따라 임금을 나누는 거 사실상 불가하죠. 지역 역시 양극화를 부추기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지역 간 이동이 쉽지 않은 미국과 달리 한국은 매우 쉬워서 인구 이동으로 인한 도시 소멸도 가능하거든요. 




그렇다면 우리는 월급 정의를 어떻게 정의할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합니다. 사실, 어려운 일입니다. 누구나 돈을 더 받고 싶거든요. 보수 신문 기자들도 월급 올려달라고 파업하는 세상에 그 누가 불만이 없겠습니까. 




정의로운 월급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사회 안정성을 위함입니다. 결국, 사회 불만을 덜 만들고, 양극화와 불평등을 덜 만드는 임금 제도가 필요합니다. 여기에서 포인트는 ‘제도’입니다. 결국, 노동시장이 공정한지 감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안전망을 만들어야 합니다.




안전망을 만드는 데에 있어서 세금과 제도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법인세를 더 내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주식 상장 100대 기업 중 절반 이상이 영업이익이 줄거나 적자 전환됐습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구조조정과정에 있기 때문입니다.




노동자에게 가장 공정하고 안전한 세상은 이 회사를 때려치워도 다른 회사에 쉬이 갈 수 있고, 내 능력을 쉽게 만들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실업급여가 높아져야 하고, 제대로 된 직업교육이 필요합니다. 과거 노조가 노동자의 발언권을 높였다면 이젠 노동자 안전망을 통해 발언권을 높일 수 있습니다. 앞의 두 가지 문제는 고용보험료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현재 고용보험료를 180일 넘게 내고, 해고된 사람들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안전망을 넓히기 위해 자발적으로 때려치운 이직자에게도 높은 수준의 실업급여를 제공해야 합니다. 물론, 특정 채용 제도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의로운 월급은 정의하기도 어렵고, 구현하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사회 정의에 부합하는 노동시장은 구현하기도 쉽고 손에 잡히는 여러 이야기가 있습니다. 월급을 노동 시장의 일부로 보고 대화의 범위를 좀 더 크게 한다면 노동과 관련된 여러 격차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더욱 쉬워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동안 진행되어 온 여러 노동 담론이 최저임금, 자영업, 법인세, 소득세 정도로만 국한되어서 아쉬웠습니다. 글이 길어졌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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