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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Nov 19. 2018

완벽한 타인 후기

스마트폰은 죄가 없다

완벽한 타인,  스포있습니다.


한국 영화가 씨가 말랐다고 할 정도로 올해는 처참했다. 하반기 기대작들은 우수수 무너졌다. 창궐 안시성 협상 물괴 명당 등등. 그와중에 가장 잘 뽑힌 건 완벽한 타인이다.


혹자는 완타가 해외에 원작을 두고 온 것으로 한국 영화의 창의성 부족을 지적한다. 근데 원작을 잘 소화시키는 것도 능력이다. 엘리자베스 올슨 말고는 볼 게 없던 올드보이를 생각하자. 대사만으로 리듬감을 구현할 정도로 대사티키타카는 엄청났고 미묘한 표정으로 분위기를 그대로 구현하는 배우들의 연기력도 노다웃이다. 그와중에 전통적인 한국 사회 갈등 구조와 엘지비티 이슈와 상류층의 뒤틀린 욕망까지 잘 뒤섞어낸다.


스.포.있.음.




쓰레기 그 자체를 연기한 이서진과 영화를 넘어 현실에서도 트롤한 김지수, 조진웅스러운 캐릭터를 벗어난 조진웅까지 매력적인 캐릭터가 참 많다.


극의 초반은 김지수가, 중반은 유해진이, 후반부는 염정아가 이끈다.


그래. 이 갈등의 씨앗은 김지수에 있다.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모두 비밀을 공유하는 게임을 시작한다. 딸의 연애도 남들에게 숨기고, 절대 빠르게 임신하고 결혼하지 말라는 그녀의 말엔 기존 질서를 훌륭히 답습 및 재생산하고 동시에 본인에 대한 후회가 담겨있다. 자기 딸을 객관적으로 보는 사람이 어딨냐고 하지만, 자기 딸이 남자친구 만나러 가는 것도 막고 친구들에겐 동성 친구 만나러 간다고 뻥치는 건 가부장제에서 여성의 지조를 강조하는 그것과 같다. 그와중에 불..ㄹ...읍읍.


완벽한 타인에서 가장 문제적 캐릭터는 염정아다. 여자들끼리 서로 시기하고 험담하는 클리셰캐릭터이며 자기보다 더한 상처를 입은 막내의 등을 두드리며 연대한다. 가부장적인 남편에게 갖고 있던 자격지심과 분노를 동시에 해방시킨다. 범죄의 재구성 염정아가 어디있나 싶을 정도로 구박받는 아내를 잘 소화한다.


유해진 캐릭터도 재밌다. 누구보다 아내을 압박하고 가부장제 질서에 충실한 그는 졸지에 사회 바깥 소수자가 되어 핍박당한다. 5분의 핍박에 굴복한 그는 기존 사회에 환멸을 느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성격을 바꾸진 않는다. 이게 재밌다.


그래. 이 캐릭터 모두는 사회가 요구하는 질서를 충실히 이행한다. 오히려 악습마저 따라한다. 아내, 남편, 직장인, 상류층으로서 기대되고 예상되는 행동을 그대로 한다. 그래서 너무나 완벽하게 익숙하다. 겉으로 보기엔 너무나 뻔한 사람들이다. 남들의 눈이 바라는 대로 행동하고 거기에 엇나가지 않게 기존의 지위를 유지하려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완벽하게 타인이 된다. 세상에나라는 말이 절로 나오고, 그런 사람인 줄 몰랐대라는 말이 나오는 그런 비밀스러운 모습은 누구나 있다. 이 영화는 그 비밀을 조금씩 뒤틀어 보여준다.


가장 자유로운 이는 윤경호다. 극중에서 게이인 그는 본인의 정체성을 스스로에게 떳떳하게 밝힌다. 그래서 이혼하고 퇴사한다. 기꺼이 아웃사이더가 된다.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아이유의 노래처럼 완벽한 타인은 누구나 음험한 비밀 하나 쯤은 갖고 있다고 말한다. 영화는 스마트폰이 너무나 많은 비밀을 갖고 위험하다며 지적한다. 극중 조진웅은 관계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데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아 갈등이 생기고 이 갈등에서 도피하기 위해 별의별 짓을 한다. 이걸 숨길수록 더 음험한 비밀이 생긴다.


음. 여튼 재밌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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