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이 업을 좋아해서 온 거 같다". 선배가 말했다. 좋게 봐주셔서 그런지, 현장을 데려가주신다. 좋은 경험이다. 그간 해온 일과 다른 것들 배우고 있다. 콘텐츠 기획자가 무엇을 확인하고 미리 점검해야 하는지. 일단 지지고 볶고가 아니라 사전 기획이 얼마나 더 세야 하는지. 그간 했던 활동과 다른 궤에 있는 일을 해서 그런지 점검할 일이 너무 많더라. 사람이 많이 들어가니 사건도 많고 확인할 일도 많고 무엇보다 내가 모르는 것도 너무 많고.
지금이야 선배라는 보호막이 있지만, 나중에 내가 무언가를 하게 될 때 잊지않도록 하나씩 기록하고 있다. 기획과 현장이 맞물리게 하는 건 순전히 내 역량이다. 이렇게 보니 기획자의 애정이 그 기획에 드러난다. 그걸 얼마나 짱구 굴렸고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하면 할수록 모바일 콘텐츠가 큰 돈이 되지 않는다는 아쉬움과 그럼에도 그걸 사랑해야만 조금 확률이 올라간다는 걸 배운다. 몰입은 애정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난 무엇을 애정하는가.
일이 궤도에 오르니까 욕심이 생긴다. 왜 이거 하면 안되고, 왜 저거 하면 안될까? 잘되려면 이렇게 해야 하는 거니까 당연히 해야 하는 거 아냐? 라는 교만의 씨앗이 생긴다. 나만의 것이 아닌데 자꾸 내 뜻대로 뭉개고 붙이려 든다. 그 선배가 말헸다. 욕심을 잃지 말라고. 다른 선배는 말했다. 너무 오만해지면 안된다고.
욕심은 갖되 오만해지지 말아야 한다. 내 일만 일이 아니고, 내가 제일 잘 아는 것도 아니다. 이게 아쉬우니까 이걸 요구하고, 저게 아쉬우니까 저걸 요구하다보면 코만 높아져 갑질하기 십상이다. 자꾸 성미로 일하려 든다. 내 행복은 공유하되 스트레스는 나만의 것이어야 한다. 스타팅 포인트를 파악하고 지향점을 던져야 하는데 밑도 끝도 없이 내가 바라는 것만 요구하면 안된다. 환경에 갇히면 안되지만 그렇다고 무시하면 안된다. 다른 분들을 도구로 보지 말고 사람으로 봐야 한다. 성질로 일하려 들지 말자. 안심하지 말자. 너 아직 ㅈ밥이야 병신아. 뭘 그리 나대. 닥치고 들어. 너무 편해지지 말고 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