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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현모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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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Feb 14. 2019

소통이라 쓰고 일방통행이라 쓰는 일.

"나 하나쯤이야"는 선린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의 유행어였다. 초등학교 시절, 아주 가끔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이 있었다. 그때마다 그 교장 선생님은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으로 쓰레기 버리지 말고" 이런 말을 하셨다. 예나 지금이나 너무나 맞는 말이고 좋은 말이지만, 예나 지금이나 저런 훈화 말씀은 지겹기 그지없다.

한 때는 아주 어린아이들의 모자란 집중력이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성인들도 부장님의 미주알고주알 좋은 훈화 말씀에 지겨워하는 걸 보면 나이 문제는 아니다.  


지겨운 이유는 그게 그냥 '말씀'이기 때문이다. 듣는 상대방의 발언권은 조금도 주지 않는 아주 꽉 막히고 콘크리트 같은 그런 말씀 말이다. 심지어 그 말씀은 설득하지도 않고, 묻지도 않고, 그저 말한다.


우리가 말하는 소통은 높은 확률로 '닥치고 내 이야기 들어' 혹은 '내 이야기 좋아하는 사람만 이리 모여'다. 특히 정부와 정치인의 소통은 이미 답이 정해져 있고 일단 해야 하는데 보기 좋은 허울로 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와 정치인이라는 위치가 주는 그 자연스러운 권위 때문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 그리고 이번 정권의 성적과 별개로 정치 철학에 대한 설득이 조금도 없음이 너무나 안타깝다. 정부 사이트 공지사항에 올라오는 해명문이나 아주 짧은 답장은 몇몇 언론사 오보에 대한 사과문과 다름없다. 별로 보이지도 않고, 그리 적극적이지도 않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정관용 시사자키 인터뷰만큼 많은 이야기가 더 자주 나왔으면 어땠을까.


정부와 정치인에게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거나 내 맘에 들지 않는 정책을 치워 달라고 부탁하지 않을 거다. 난 기꺼이 설득될 준비가 되어 있으니 우리가 왜 저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고, 이런 정책이 그 방향으로 가는 데에 있어 어떤 기능을 하는지 좀 더 적극적으로 설득해주면 좋겠다. 물론 정부가 그리 성실하게 나서서 설득하는 건 근본 DNA에 섞어지기 어렵겠지만.


정부와 정치인들은 가짜 뉴스를 근거로 자기네 입맛과 맞지 않는 언론사를 깡그리 비판한다. 하지만 진짜 좋은 뉴스와 담론을 생산하지 않는 자기네는 돌아보지 않는다. PR과 카드 뉴스에 돈 쓸 바에 그냥 예전처럼 공중파 3사로 대통령과의 토론 이런 걸 하는 게 좋을 듯하다.


혹자는 철학이 없다고 비판하지만, 정작 정부 철학을 소재로 적극적으로 이야기한 적도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판단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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