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현모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현모 Apr 28. 2019

조두순 얼굴 공개가 불-편한 이유

아님 말구





얼마 전 MBC 실화탐사대에서 조두순의 얼굴이 공개됐다. 찾아보니, 흐릿한 흑백사진이라 이목구비를 정확히 알 순 없었다. 담당 CP는 법적 논란이 있을 거라 우려되지만,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공개했다고 한다. 특히, 조두순 출소를 앞두고 국민의 불안을 해소시킬 장치가 없기에 공개했다고도 한다. 




프로그램이 인기가 없어서인지, 내가 잘 몰라서인지 모르겠으나 크게 반응을 이끌진 못한 것 같다.




다만, 별개로 조두순의 얼굴을 공개하는 것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공익에 부합하나 모르겠다. 일단, 담당 CP의 말에 따르면 1) 조두순의 출소가 다가오고 있는데 2) 이 사람의 범죄를 예방시킬 장치가 없기 때문에 3) 정부기관과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공개했다고 치자. 




하지만, 조두순의 얼굴 공개는 문제 상황 1), 2), 3)을 해결하지 못한다. 조두순의 얼굴을 안다고 해서, 그가 범죄를 안 저지를 보장은 없다. 프로그램의 인기가 없어서인지 엄청나게 이슈화되지도 않았고. 




난 범죄자의 얼굴 공개에 반대한다. 정확히는, 이 얼굴 공개를 추진하는 사회적 배경에 문제의식을 느낀다. 범죄자의 얼굴을 공개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1) 그들이 나와 다르다는 존재라고 가정하며 2) 그들에겐 교화 의지가 없으며 3) 오히려 언론이 '공포장사' 내지 '불안심리장사'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첨언하자면, 그의 가족과 그의 닮은 사람들에게까지 닿는 피해도 우려된다. 범죄자 A의 미성년자 자식은 그 범죄의 공범이 아니고, 오히려 피해자에 가깝다. 하지만 사회는 그에게 '범죄자의 자식'이라거나 '어떻게 뻔뻔하게 살아갈 수 있느냐'라며 손가락질 할 확률이 매우 높다. 만국공통이고. 




닮은 사람도 매한가지다. 사람들 사이에 무의식적으로 '범죄자 관상'에 대한 불안감이 생길 것이고, '범죄자 같이 생겨서 싫어'라는 말이 합리화될 거다. 뇌내망상이라고? 우리는 첫인상과 닮은 상만으로 많은 것을 평가한다. 초등학교만 가더라도, 피부가 까맣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왕따시킨 사례가 수두룩하다. 이렇게 눈과 손에 잡히지 않는 여러 우려가 도사리고 있다. 




(어중띠게 사람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하지만) 근본적으로 불안심리를 장사하는 언론이 꼴보기 싫어서라도 얼굴 공개에 반대하고... 내부에서 어떤 토론이 오고갔는지 모르겠지만 법적 논란을 무시하고 얼굴을 공개한 MBC 실화탐사대에 물음표를 보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물음표가 주요 언론에서 제기되지 않은 것을 보면, 윤리관의 부재라고 해야하나 싶다. 




가끔 보면, 언론이 고위정치인이나 논란되는 주요 사회 현안 (원자력이라든지) 보다 비교적 만만한 강력범죄자에게만 강짜를 놓는 듯하다. 여기서도 강약약강인가.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