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충생충기생충^^777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몇 년 전 다니엘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이 쓴 책의 제목이자, 참 잘 뽑은 카피다 싶었다.
우리는 그동안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참 많은 희생을 치렀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빠른 성장을 위해 누구는 목숨을, 누구는 기쁨을, 누구는 건강을 잃었다. 교과서에 '~ 정권의 성장 전략이 이룩한 결과'로 쓰여있는 한 줄에 얼마나 많은 고생과 슬픔이 들어가있을까.
과거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함께 기쁨을 만드는 곳, 만나면 좋은 친구, 수신료의 가치를 증명하겠다는 곳에서 웃음을 만드는 수많은 이들은 이미 웃음을 잃은 지 오래일 테다. 출근 첫날에 30시간을 근무한 인턴, 3일 만에 52시간을 풀로 채운 신입사원, 이 고통이 끝나기 위해 세상이 멸망하거나 자기네 프로그램이 망했으면 좋겠다는 친구들의 이야기는 예전부터 들려왔다.
콘텐츠는 참으로 3D고, 사람과 시간박치기라서 웃음을 팔기 위해 웃음을 잃고, 건강을 잃고, 삶까지 잃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부지기수다. 비단 이분야만의 이야기는 아닐 테다. 조선일보 부장은 답도 없는 80년대 이야기를 들고 와 훈계하고, 이에 동조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규칙대로 일하면, 법대로 일하면 어떻게 돈을 벌고 만들 수 있겠냐는 헬적화의 논리를 그대로 본따왔다.
봉준호 감독의 수상보다 (아니, 봉준호 감독의 신작 소식보다). 더 기쁜 사실은 봉준호 감독이 주 52시간을 지켰다는 데에 있다 (국제시장 때 표준근로계약서를 도입한 윤제균 감독에게 다시 한 번 치얼쓰).
지킬 거 지키면서, 삶을 유지하면서, 다른 사람의 웃음을 위해 자신이 미소를 잃는 이 미친 세상에, 과노동에 미친 이 꼰대들의 세상에 봉준호 감독의 사례가 선한 사례가 되길 간절히 빈다. 봉준호는 기적을 이뤘고, 동료들의 기쁨까지 지켰다. 우리는 더이상 기적을 위해 기쁨을 잃지 않아도 된다.
아니, 기쁨 없는 기적은 기적이 아니라는 사실부터 가슴 안에 새겨두자. 우리는 기적을 이루기 위해 살지 않는다. 행복하고, 기쁘기 위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