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가 충격먹었을 테다. 내 방 한 켠에 고이 있는 김성준 앵커의 '뉴스를 말하다'가 부끄러울 정도로 나도 놀랐으니 말이다. 그는 뉴스 앵커 이상이었다. 얼마나 이상이었냐면, 솔직히 '지상파 뉴스 앵커가 잡혔다'라길래 김성준은 아닐 줄 알았다. "김성준이 아닌 듣보 앵커니까 저렇게 썼겠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근데, 김성준이었다. 친구들과 카톡방에서 시부렁대고, 페이스북을 보니 갖가지 반응이 나온다. 김성준 개인에 대한 배신감, 칼사직서를 내는 그의 영악함에 대한 찬사와 과거 짤 재발굴까지. 대체 그 짤은 왜 갖고 있던 거지? 진짜 신기하더라. 역사발굴속도 정말. 물론, 소위 '안티페미'와 '우파'에서 진보좌파 그리고 남페미에 대한 비꼼도 있었다.
진영인식과 진영논리를 떠나 김성준 사건은 언어가 그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사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언행이 일치하지 않은 그의 모습을 보며 '남페미' 전체에 대한 비꼼이나, 진보좌파 전체에 대한 비꼼으로 이어지는 건 딱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물론 난 아직도 어디까지 페미'니스트'고, 어디까지가 진보좌파인지 모르겠다. 자격증도 안 나오는데)
안교빌런 황교안도 제대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지 않았고 이에 대해 단 한 번의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회창옹이나 나머지도 뭐.. 뭐 이렇게 진흙탕으로 몰고 가자는 건 아니고...
어쨌거나 사람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간은 유해하다거나 (지도 인간이면서),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라거나 (우리 홍탁좌 무시함?) 그런 비관적이고 냉소적 세계관은 모든 것을 납작하게 만든다. 납작해진 세계에서 새로운 희망이나 변화는 없다. 그저 납작해질뿐.
그 사람은 그랬고, 그랬지만 고칠 수 있고, 다른 사람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나이브하고, 유치한 믿음. 그 믿음이 굳이 그 사람 하나로 퇴색될 이유는 없다. 미래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고, 우린 더 많이 변할 수 있고, 나쁜 짓은 고칠 수 있다.
위선과 위악 중에 어느 게 낫냐고 물으면, 위선은 재수없고 위악은 웃기기라도 하다는 게 내 입장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아가리라도 착한 말을 해야 행동이라도 한두 번 하지 않을까 싶다. 사람은 수치심의 동물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