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현모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현모 Jul 15. 2019

최근 한국 유튜브 시장 흐름 및 동향

아님 말고 + 킹능성

그냥 내가 본 흐름 


1. SMR 체제의 균열, 매쉬업의 부흥 


지상파가 드디어 각성했다. 아니, 방송국이 깨달았다. 도저히 디지털에 자기네는 강점이 없다는 것을. 대개 비용을 투입해 유명한 제작진과 연예인을 데려오면 어느 정도 시청률이 보장받던 TV와 달리 디지털에선 (정확히 말하면 페이스북과 유튜브) 도저히 승리가 보장되지 않더라.  


동시에 깨달았다. 디지털과 TV를 가리지 않은 강점이 하나 있다는 것을. 그것은 바로 기존에 제작한 수많은 IP들이다.  


자, 잠깐만. 넘어가기 전에 하나를 짚어두고가자. 콘텐츠사업자에겐, 아니 콘텐츠산업 전체엔 맹점이 하나 있다. 바로 ‘한철장사’라는 점이다.  


콘텐츠는 한 번 떡상하면 꾸준히 매출이 나오는 게 아니라 그 시점에 폭발적으로 매출을 끌어당기는 산업이기 때문에 안정성이 매우 떨어진다. 또한 한 번 인기를 끌었던 콘텐츠를 재활용해 매출을 만들기가 꽤 어렵기 때문에 효율성도 떨어진다. 


예를 들어, 전세계 흥행 1위인 아바타는 2009-2010 이후에 새롭게 매출을 만들지 못했을 테다. 재개봉도 쉽지 않고, IPTV를 통한 2차 판매 역시 시즌 장사이기 때문에 꾸준성이 부족했다.  


반면에 이게 서비스였다면 어땠을까? 그렇게 많은 사용자를 보유했다면 서비스는 꾸준하게 매출을 만들 수 있다. MAU만큼 꾸준히 매출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광고만 붙여도 꾸준히 매출이 나오지.  


즉, 콘텐츠는 시즌 1의 성공이 시즌 2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 ‘불확실성’과 동시에 한 번 인기 있었다고 꾸준히 매출을 보장하지 않는 ‘단발성’이 문제였다. 막말로, 그렇게 위대했던 무한도전도 종영하니까 따로 매출 만들기가 어렵지 않는가.  


그래서 콘텐츠 사업자는 항상 구작을 활용하는 게 화두였다 (이는 OTT 및 IPTV사업자도 마찬가지). 그래서 1) 인기 있는 구작을 활용한 스핀오프를 만들거나, 2) 구작을 새로운 채널에 올려서 채널을 활성화시키거나, 3) 구작을 계속 환기시켜 그 명성을 유지하는 전략 말이다.  


1) : 드라마 스핀오프 

2) : 무한도전을 MBC플러스에 올리기 

3) : 토이스토리 정규 시리즈 나오는 사이에 외전과 스핀오프를 만들어 명성 환기 


최근 방송사가 진행하고 있는 매쉬업 전략은 이 구작 IP를 최대치로 활용하는 최고 효율의 전략이다. 매쉬업이 무엇이냐면, 5분순삭과 같이 기존 하이킥을 짧게 자른 클립을 말한다. 그래, 네이버TV에 있는 그 많은 것들 말야.  


유튜브 사용자라면 알겠지만 작년부터 꾸준히 하이킥, 순풍산부인과, 신서유기 그리고 최근엔 무한도전까지 유튜브에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50분짜리 본편이 아니라 5분짜리 짧은 클립으로 잘라서 올라왔다.  


기존에 못한 이유는 SMR 때문이다. SMR 계약 때문에 주요 IP는 무조건 네이버TV 및 카카오에만 올려야했고, 유튜브에 올라오지 않았다. VPN을 써서 우회하지 않는 이상 불가했다. 도전슈퍼모델코리아처럼 완전 구작만 유튜브에 올라갈 수 있었다.  


근데 최근에 방송사업자들이 좀 시간이 지난 예전 IP를 올리기 시작한다. 무한도전까지 올라왔으니 말 다 했다. 파괴력은 엄청나다. 무한도전이 종영한 지 꽤 됐고, 심지어 최근 10대는 그 무한도전의 전성기를 보지 못했으니 무엇이 매력적이냐? 물을 수 있지만 유튜브는 이미 TV를 대체할 만큼 매스미디어다. 203040이 보기만 해도 인기탭에 무조건 올라간다. 그리고 무한도전은 무려 13년을 해먹은 위대한 IP이기 때문에 게임셋.  


사실, 순풍산부인과도 재밌게 보는 10대가 있다는 걸 감안하면, 너무 오래된 IP 아니냐라는 비판은 쓸모가 없는 것에 가깝지 않나. 


자, 이 매쉬업 전략의 장점은 명약관화하다. 이미 잘 편집되어있기 때문에 편집이 어렵지 않다. 막말로, 브금과 코너 단위로만 잘라서 올려도 된다. 품이 덜 든다. 비용이 안 든다.  


또한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콘텐츠 마케팅도 쉽고 구독자 확보도 쉽다. 백종원이 순식간에 실버버튼과 골드버튼을 얻는 것처럼, 무한도전이면 그 자체만으로 순식간에 조회수를 확보할 수 있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고려하면, 순식간에 인기 탭에 올라가고, 다시 한 번 구독자를 미친 듯이 확보할 수 있는 셈.  


또한 해당 채널이 매우 직관적이기 때문에 업로드만으로 브랜딩이 되고, 구독자 확보 전략 구성도 용이하다. 사업적으로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결론이 뭐냐고? 품은 덜 들고 광고 수익은 보장 가능하다. 개이득!  


단점? 한 가지 이외엔 없다.  


해당 채널이 매쉬업만 올리는 채널로 구성되기에 해당 채널에 새로운 오리지널을 만들고 이를 브랜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이외엔 딱히 없다. 유튜브 채널은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한 번 그쪽으로 구독자와 채널 브랜딩이 고착화되면 이를 다시 바꾸기가 어려운데 (경험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매쉬업과 오리지널은 타깃 시청자, 시청자의 소비 행태, 그리고 사업화 방식이 다 다르기 때문에 존립이 불가하지 않나라는 것이 내 결론.  


이를 활용한 킹능성? 


1. 유료가입모델 : 안할 듯하다. 유튜브에서 4900원을 내고 유료 가입자를 모을 수 있으나, 그러기 위해선 이들만을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그들만을 위한 매쉬업을 만들어야 한다.  


근데 유료 가입자 소수가 아니라 무료여도 다수에게 보여서 광고 수익을 만드는 게 매쉬업 전략에 더 아다리가 맞는다. 애초에 많은 이에게 유명한 IP를 활용해 품을 줄이고, 최대한 많은 이에게 다가가기 위한 전략이 매쉬업이기 때문.  


2. 오리지널 제작 : 미정. 구독자를 미친듯이 끌어모은 상태에서 오리지널을 만들면 이론적으로 효과가 좋기 마련이다. 하지만, 구독자가 TV처럼 혼탕이기 때문에 애매하다. TV처럼 매스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지 않는 이상 어려운데, 그럴 거면 왜 유튜브에 올리냐 TV에 올리지.  


매쉬업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이런 매쉬업 전략은 사실 한국 사업자의 오리지널 전략이기 때문에 한국 방송사업자의 매쉬업 전략은 좋게 보면 유튜브 역사에 남을 수도 있다.  


2. 스튜디오, 고전중 


다들 알겠지만, 어느 순간 ‘메세지 있는 미디어’를 지향하는 스튜디오들이 많이 저버렸다. 그나마 떠오르는 게 닷페, 와이픽처스, 이십세들, 널위문 정도?  


더 큰 스튜디오들도 고전 중이다. 딩고, 모비딕 등의 채널을 보면 아이돌이 나오지 않는 콘텐츠는 조회수가 나오지 않고 몇몇 채널은 조회수 대비 댓글수를 고려 했을 때 프리롤 광고를 통해 조회수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즉, 채널 전체의 힘이 줄었고, 어줍잖게 콘텐츠 사이즈를 올려서 어중띤 콘텐츠만 됐다. 마치, 예전 케이블 초창기처럼 지상파에 비하면 퀄이 떨어지는 애매한 콘텐츠만 많아졌다. 


킹능성은… 흠… 유튜브 가입 서비스 활용? 아니면 플랫폼에 파는 것 이외엔 뭐가 보이는지 모르겠다. 투자를 받거나, 모기업이 대기업인 곳은 더 몸집을 키우기 위해 투자 중이고 나머지는 실속을 다지기 위해 효율화를 추구하는듯.  


아무래도 5G 관련해서 다양한 플랫폼 및 통신사업자가 콘텐츠 구매에 집중하기 때문에 콘텐츠 판매 모델이 이들에게 주요한 수익모델이 아니려나.  


3, 크리에이터 : 극적으로 무거워지거나, 극단적으로 가벼워지거나. 


크리에이터에도 양극화가 진행중이다. 외적으로 보면 일단 대처법 등 채널을 비롯해 대본을 잘 꾸려서 진행하는 고퀄 콘텐츠가 있다. 반대쪽에는 브이로그 등 (비교적) 극단적으로 품이 들지 않는 콘텐츠가 있다. 


전자와 후자 모두 팬을 확보하는 전략이라는 점엔 변함이 없으나 드는 품이 다르다. 전자와 후자 전략 모두 유효한데, 이 이유는 그만큼 유튜브 시장이 커졌고 두 전략 모두 1) 타깃 2) 비전 3) 방향성이 명확하기 때문이 아닐까. 


아, 극단적으로 가벼워지는 모델은 그만큼 해당 크리에이터의 매력이 뚜렷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역으로 보면, 해당 크리에이터의 캐릭터가 뚜렷하면 콘텐츠의 형태는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는 진리를 잊지 말자. 


내용적으로도 그렇다. 극단의 자극을 추구하거나 (미친 먹방, 자극적 먹방, 자극 방송) 극단의 무자극을 추구하거나 (온도 등 힐링 콘텐츠) 그렇다.  


인물이 출연하는 콘텐츠는 모두 캐릭터의 케미와 티키타카가 중요하긴 한데, 이를 제외하면 내적 방향성도 이렇게 진행되지 않나 싶다.  


킹능성… 잘 모르겠다. 사실 예전엔 유튜브 시장 (크리에이터 포함) 에는 뚜렷한 트렌드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 너무나 커져버려서 유행과 트렌드가 없어진 것 같다. 그냥 너무나 커져서 하나의 유행이 아니라 다양한 유행이 곳곳에서 생기는 모양.  


이 때문에 어떤 크리에이터가 뜨고, 어떤 방향의 채널이 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트위치의 성장을 비롯해 라이브 스트리밍이 꾸준히 성장하기 때문에 해당 스트리밍에 주요한 ‘게임방송’은 꾸준할 듯하다. 이를 고려하면, 게임스트리머로 출발해 게임유튜버가 되고 이후에 어떤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지가 중요한 셈.  


또한 크리에이터가 연합해 일종의 아티스트겸 크루 (티키틱) 로 활동하는 모델이 가능하다. 버즈피드 트라이 가이즈나 코난오브라이언 크루가 오프라인 스탠딩 코미디 투어를 하듯, 크리에이터가 연합을 하면 오프라인 투어도 가능하다. 한 명이 무대를 채우는 것보다 5명이 무대를 채우는 게 더 쉽잖아.  


이런 크루 + 아티스트 모델이 운영된다면 음원 발매, 오프라인 쇼, 플랫폼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굿즈 사업 등 여러 가지가 가능하다. 무한도전처럼 말이다. 1+1=3이 되는 게 크루의 매력 아닌가.  


매거진의 이전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기묘한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