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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Sep 30. 2019

애드아스트라 메모

#애드아스트라 #adastra 메모


   1. 

모든 영화가 그러하겠지만 우주 영화는 특히나 인간 본연을 다루는 영화가 많다. 즉, 우주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고 고민할 만한 보편적인 소재를 끄집어낸다. 우주라는 극단적인 상황 때문일까? 그 누구도 체험하지 못한 곳에서 감독과 작가의 상상력은 인간 본질로 귀결된다. 인종과 계급을 막론하고 느낄 만한 감정을 녹이다보니 꽤 많은 우주 영화가 공감하기 쉬운 편이다. 인터스텔라, 그래비티, 퍼스트맨 등. 


   2. 

애드아스트라는 남성성 - 혹은 아버지됨 - 을 다룬다. 브래드피트가 대놓고 남성성에 대한 영화라고 말했다. 극중 브래드피트는 가정을 내팽겨치고 외계생명체 발견에 목숨을 건 아버지를 찾으러 떠난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아버지상이다. 회사에서 인정이나 개인의 발전에 목매달고 가족과 인간 관계를 내팽겨치는 아버지의 모습은 위플래쉬 그 빡빡이 아저씨에게서도 보이고, 우리네 흔한 중년 아저씨에게서도 보인다. 누구는 그런 사람을 가족을 버린 가장이거나 쏘시오패스라거나 스티브잡스라고 칭한다. 


   3. 

단 한 번도 심박수가 80을 엇나가지 않은 주인공이 유일하게 감정을 보이고, 심박수가 폭주하는 순간이 있다. 바로 자신을 버린 아버지에게 편지를 쓸 때다. 이성적인 누군가도 부모와 이야기하거나 부모에게 편지를 쓸 때 감정적으로 변하듯, 극중 주인공도 그러했다. 동서양윽 마론한 감정인가보다.


   4. 

그래비티는 중력에 인간관계를 빗댔다. 죽은 자식이 생각나 모든 인간관계를 저버리고 떠나고 싶은 주인공은 중력이 없는 우주로 향했다. 그리고 인간에게 치유받아 중력지대인 지구로 왔다. 애드아스트라의 주인공은 모든 관계를 벗어나 본인의 자아 실현에 매달린 아버지를 떠나 해왕성으로 떠난다. 지구에서 가장 먼, 태양에게서 가장 먼 해왕성으로 말이다. 관계에 소홀한 아버지나, 관계에 서툰 주인공이나 모두 관계 (지구, 태양) 에서 가장 먼 해왕성으로 향한다. 


   5. 

여기서 두 주인공은 다른 선택을 한다. 아들은 아버지를 경쟁자로 본다는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와 달리 주인공은 화해의 손을 내밀지만 그는 거부한다. 아버지는 지구 바깥으로 떨어지고, 주인공은 다시 지구로 향한다.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순간인데, 사실 크게 극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6. 

이 모든 이야기가 주인공 1인칭 시점으로 그려진다. 그래서 쓸쓸하게 느껴지고, 때때로 그가 내린 선택들이 타인을 상처주는 과정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오히려 마지막을 보면 그러한 선택을 했던 남성성이 위로받는다라는 인상도 강하다. 인터뷰에서 브래드 피트가 남성성을 이야기해서, 부자 백인 남성이 이 세상에 떨어뜨린 충격과 데미지에 대한 회고적 영화인가 싶었는데 오히려 이에 위로하고 공감하는 영화였다. 좋게 보면 위로고, 나쁘게 보면 나르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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