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일기 정치에 관심이 있으면 읽어볼 만한 책. 추천 3/5
문재인, 박근혜, 이명박,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까지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행정의 에이부터 제트까지 겪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명박이 서울시장을, 노무현이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지만 서울과 전국은 다르며 해양수산부는 쩌리부서다. 행정에서 탑티어를 찍고 대선 후보를 고민하는 사람은 김부겸밖에 없다.
리더에게 무엇이 필요할까. 리더는 비전과 그 비전에 대한 디테일이 핵심이다. 허투루 된 비전이 아니라 알맹이가 있는 비전이어야 한다. 어차피 그 비전에 대한 로드맵과 실무는 보좌진들이 하면 된다. 정치의 리더는 더욱 비전이 중요하다. 혹자는 이 비전을 한두 개의 문장으로 요약하라지만, 그건 비전이 아니라 포장용 문구지.
책 읽는 내내 느껴지는 김부겸의 비전은 지방분권이다. 본인이 대구 출신이고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여러 일을 해내 온 경험상 지방분권이 국가를 살리는 길이라고 느끼는 듯하다. 흥미로운 점은 소위 노무현 적통인 김경수 역시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한다.
하지만 둘의 방법론은 다르다. 김부겸은 강력한 지방분권을 말한다. 헌법을 수정해 지방분권이 대한민국 운영방침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자체가 각자 운영 로드맵을 꾸리고 중앙은 돈을 더 지원하고 기업과 공공기관은 옮겨가야 한다고 말한다. 지방분권의 핵심은 재정독립이다. 서울 및 부울경 중공업 단지로 꾸려진 대한민국의 한계로 인해 어중된 지방은 재정력이 매우 허약하다. 아니, 서울 말고 멀쩡한 데가 없다.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방법은 적혀있지 않았지만 아마 KDI 박진 교수의 말대로 공동 법인세 + 지역별 차등 감면제를 하지 않을까 싶다. 기사를 많이 찾아봤는데 이분만큼 구체적인 솔루션을 말한 사람이 없다.
반면 김경수는 또 다른 메가시티를 만들고자 한다. 서울이 청년을 빨아들이는 이유는 그만큼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 대도시의 특징이다. 광역교통망을 배경으로 인근 병원, 학교, 기업 등등 모든 인프라를 빨아들여 하나의 생활권으로 만든다. 김경수는 부산을 중심으로 또 다른 메가시티를 만들어 제2의 서울을 만들고자 한다. 노무현의 공공기관 이전 및 지역별 최적화였다면 김경수는 그냥 또 다른 메트로폴리탄을 만들려고 한다. 발전했다.
답은 무엇일까. 사람 됨됨이와 별개로 솔직히 김경수의 메가 시티론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서울시민의 일방적 관점이지만 자치경찰제를 비롯해 지방이 운영하는 재정과 정치적 결정에 대해 물음표가 뜰 때가 많다. 지역 토호 같은 경우, 그 지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많아 필연적으로 그 지역 유권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이게 의사결정권자들을 바보로 만들 확률이 낮지 않다고 본다. 국가의 운영은 그 지역 주민의 공생은 물론이고, 나라 전체의 공익을 고민해야 하는데 과연 자치분권제가 좋은 그릇인지 모르겠다.
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더시티랩 같은 유수의 도시 매체들도 현대를 대도시의 시대라 명명한다. 페이스북과 같은 인터넷 기업은 플랫폼 특수성에 기반한 네트워크 효과를 바탕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다. 도시에도 이게 적용된다. 대중교통 및 자가용의 발전으로 생활권이 넓어지며 모든 게 빨아들여진다. 인재도 마찬가지다.
자치경찰제 역시 물음표가 많다. 막말로 검찰은 부자나 맘에 안 드는 정적을 조지는데 15만 경찰은 맘에 안 드는 시민은 그냥 조지기 십상이다. 경찰 권력을 견제하는 좋은 수단이지만 그게 꼭 자치경찰제여야 하는 걸까. 지방에 파견된 친구들 이야기만 들어도 지방은… 아.. 여하튼.
김부겸의 지방분권 비전과 별개로 대통령 후보로서 김부겸은 기대된다. 직접 행정을 조져보기도 했고 험지 대구에서 민주당 당적으로 당선된 경험이라면 정치와 행정 모두 능력이 검증된 셈. 그동안의 한국 대통령은 행정 경험이 부족했는데 김부겸은 이게 있다. 소위 능숙한 공무원들한테 잡아먹힐 일은 없지 않을까.
그간 한국 주요 정치인의 또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바로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즉, 정치인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비전을 집행하려 들지 않았다. 그저 타인에 대한 무한한 반대 및 분노를 바탕으로 지지층을 모아 무언가에 대한 비토만을 던져댔다. 책에서 느껴지는 감성만 보면, 적어도 예전 거물 정치인들 옆에서 정치를 배운 김부겸은 다르지 않을까라는 가능성을 꿈꿔본다.
나에겐 사석이었지만 그분에겐 공석이었을 밥 2번 얻어먹은 게 전부지만, 그 만남에서도 진중함은 느껴졌다. 그간 한국의 대통령과 유수의 정치인은 불 같은 매력으로 대중을 휘어잡았다. 우직한 진중함은 정치인에게 장점보단 단점으로 여겨진다. 진중함을 본인의 브랜드로 가져간 김부겸도 기존 정치의 함정에 빠질 텐가. 궁금하다.
https://news.joins.com/article/223866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