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일기 #세습중산층사회 #조귀동
모든 사무실과 연구실과 도서관에 이 책 비치하고 강제로 읽혀야 함. 병신같은 삼국지 사기꾼이 헛소리하는 것보다 이 책 읽고 사회 쌍욕하는 게 훨씬 나음. 우리나라의 함정은 이런 뼈아픈 이야기를 사람들이 다 외면하고 말랑말랑한 이야기만 선호한다는 것. 개병신같이 부자 연예인들 협찬 붙여주는 육아일기보다 이 책 강제로 틀어주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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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연구보고서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좋다. 사실 엄청나게 새로운 이야기라기보다 우리가 그동안 뇌피셜로 생각하고 상상하던 여러 가설이 증명되거나 반박되는 책이다. 너도 나도 알다시피 어차피 양극화는 갈 데까지 갔고, 수저 따라 모든 게 결정 나기 마련인데 이걸 다시 한번 수치로 증명해주는 책. 관련된 통계를 모두 때려 박았기에 전자책이면 더 읽기 편할 듯하다. 검색하기 좋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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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연구 저작물보다 심층 취재 및 르포에 가까운 책이라고 본다. 전자와 후자의 차이가 뭐냐면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비공식적 인터뷰. 이런 증언들이 얼마나 공신력을 가지냐 와 별개로 책의 주장에 엄청난 설득력을 갖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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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 출생 - 부평 거주 - 강동구 주공아파트 거주 - 고덕중 - 한영외고 - 고려대 - 동대 대학원 이후 입사 테크트리를 밟은 나로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안타깝게도 여기서 정의한 ‘세습 중산층’에 경제적 자격 부족으로 인해 끼지 못하더라. 아버지가 내가 태어난 이후 계속 무직이었기에 어쩔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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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 정체성을 이너 서클을 지망하는 비주류 정도로 생각한다. 내가 들어간 집단에서 항상 나는 사회 경제적으로 하위에 가까웠고, 상위 부자 친구들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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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장벽을 많이 느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전문직 부모를 가진 친구를 처음 보고, 그들의 자본이 가진 엄청난 파워에 감탄했다. 17살 때까지 가족 외식이랑 여행 한 번도 안 한 강동구 찌질이가 매년 해외여행을 가고 중학교 때 유학 다녀온 친구들을 보았을 때 위화감을 묘사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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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친구들은 대학교에서도 매한가지다. 생계를 위한 아르바이트와 럭셔리를 위한 과외는 다른데, 그런 친구들은 대개 전자를 하지 않아도 된다. 실상 후자를 하지 않아도 되고. 저런 친구들은 보통 로스쿨이나 고시를 준비하더라. 고관대작 나으리들이 이후 ‘끼리끼리’ 연애와 결혼을 하고 일상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는 게 다 이유가 있는 법이지. 진짜 부럽지. 어차피 가정사야 다 다사다난한 법인데, 경제적으로 빵빵하면 그래도 따뜻한 다사다난이라고 봄.
부모 자산은 자식의 학벌로, 학벌은 취업으로 이어진다. 실제 국내 내수 기업은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유학생 전형’을 따로 받는다. 내수가 대부분인 기업이 왜 글로벌 전형을 하는지 모르겠으나 이런 ‘유학생 전용’ 채용 루트 자체가 이런 중산청 세습에 기여하는 게 아닌가 싶다. 실상 저 루트를 통해서 들어간 친구들은 부자인 경우가 부지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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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꽤 과격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너무나 과격해서 실현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운 50대 단체 퇴직. 여기에 좀 더 과격하게 말하자면, 국내 정책에 의사결정을 가진 고위 공무원 및 선출직 자녀 국립대 강제 배치 + 강제 입영 + 예비군 10년 의무 + 경기도 거주시켜야 한다. 페이스북에도 썼지만 한국의 의사결정권자들이 이런 문제에 별 관심이 없거나, 회피하는 이유는 ‘내 자식까지는 꿀빨아야지’와 ‘내 자식은 이걸 당하게 하지 말아야지’다. 요지는 그들의 자식이 좆되게끔 쇠사슬을 발목에 묶어둬야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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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수저’ 논란이 있을 때 몇몇은 어떻게 부모를 수저에 비유하냐고 물었다. 개인의 정서상으로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사회적으로 옳지 않은 말이다. 우린 더더욱 수저의 무게에 대해 말해야 한다. 자산을 세습시켜 특권층을 만들고 그들에게 유리하게끔 시스템 변화를 지연한다는 점에서 사회 전체적으로 해악을 끼치고 있지 않는가. 상위 10% 고소득 노동자에게 소득세를 빡세게 먹이는 것과 별개로 부의 세습이 항상 문제라는 것을 정책입안자가 머리 위에 박아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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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코로나 때도 느껴진다. 역병은 가난하고 약한 사람에게만 들이닥친다. 혹자는 이 사태를 위기이자 곧 기회라고 말하지만, 그건 가진 자들에게나 기회일 뿐이다. 가난하고 없는 자들에게 위기는 위기를 넘어선 재앙이다. 이 재앙에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이코패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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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자들은 기회라 부르고 없는 자들은 위기라 부른다. 역병은 가난한 자들을 향한다. 이때 안전하게 일상을 누리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위치에 대한 증명이자 부의 증거일 수 있다. 지금 안전하게 누리는 일상이 행운이라면, 이 행운을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보편적 시스템으로 만드는 게 누린 자들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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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가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