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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Jul 05. 2016

백예린 찬양하는 글

백예린 가둬놓고 음악만 만들고 라이브나 해라

며칠 전에 우연히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봤다. 배경은 이러하다. 김정현이랑 롤을 하다가 싸커라인에 들어갔는데, 싸커라인에서 씨스타 찬양하는 글이 올라왔다. 알고 보니 씨스타가 컴백기념으로 스케치북으로 나온 것. 씨스타의 'I like that' 라이브 무대가 어떠할지 기대하면서 봤는데, 별로였다. 노래도 별로였고, 무대도 별로.


근데.... 덕통사고가 일어났다.


같은 날 스케치북에 올라온 '백예린'한테 빠져버렸다. 백예린은 스케치북에서 Chandelier와 우주를 건너 그리고 Bye bye my blue를 불렀다.


http://tvcast.naver.com/v/963299

난 왜 니가 가진 것들을 부러워하는 걸까
감당하지도 못할 것들을 손에 꼭 쥐고서
여기서 무얼 얼만큼 더 나아지고픈 걸까
너도 똑같은 거 다 아는데 내가 이기적인 걸까

많이 가져도 난 아직 너 같진 않아
아픈 기억들 위로 매일 혼자 걸어 난
아플걸 알아도 자꾸 마음이 가나 봐
그래서 자꾸 네게 욕심을 내나 봐

나의 나의 나의 그대여
이름만 불러봐도 맘이 벅차요
난 더욱 더욱 더욱 크게 되어
널 가득 안고 싶고 그래요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불안해서
너를 밀어내고서 불편하게 만들어
듣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은데도
바라지를 못하고 마음 아프게 기다려

나의 나의 나의 그대여
이름만 불러봐도 맘이 벅차요
난 더욱 더욱 더욱 크게 되어
널 가득 안고 싶고 그래요


와 진짜 노래가 미쳤다. 스케치북은 라이브 세션이랑 함께 해서 그런지 노래 맛이 더 살더라. 피아노 베이스, 기타, 피아노 건반 소리 등등. 모든 악기가 백예린의 목소리를 뒷받침해주고, 백예린은 완벽히 준비된 무대에서 몸을 나풀대며 목소리를 읊조린다. 새침하게, 부끄러운듯이 말하는 그녀지만, 목소리 하나는 기깔난다. 


곰곰이 생각했다. 왜 백예린의 목소리가 좋은지. 악뮤 수현 목소리도 좋은데, 왜 백예린 목소리가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지.


아, 찾았다. 백예린은 '숨소리'와 '떨림'을 되게 잘 쓴다. 악뮤 수현 같은 경우 가사를 떼기 전의 숨소리가 거의 없다. 깔끔하다. 근데 백예린은 숨소리를 제거하지 않는다. 단어와 단어 사이의 쉼과 숨, 들숨과 날숨이 노래에 잘 녹아있다. 떨림 역시 마찬가지인데, 슈스케에서 이승철이 그렇게 말하는 '비브라토'와는 다르다. 그야말로 성대의 떨림과 숨소리의 떨림이다. 


위 가사에서 보면 알겠지만, 많은 가사들이 '여', '요', '어'로 끝난다. 특히 싸비부분. 쟤네들은 모두 울림소리로(외워라 나라마음), 성대의 떨림이 전해지는 단어다. 백예린의 강점인 숨소리와 떨림을 더 강하게 만들어주는 셈이지. 


라이브 무대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숨소리와 떨림이 그대로 전해지니, 관객 입장에선 마치 '내 귓가에 대고 말해주는 듯한' 착시현상이 느껴진다. 마치 라디오에서 DJ가 내게 말하는 듯한, 그런 '가까움'을 제공하는 것처럼 백예린의 무대는 관객과 가깝다. 


가수들에게 작사는 자기고백과 같다.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자기가 하고 싶은 메시지를 관객에게 던지고 그 메시지가 관객의 세계관에서 더욱 더 커져 가수의 통제를 벗어날수록 좋은 가사다. 좋은 가사는 좋은 메시지를 갖고 있고, 좋은 메시지는 대개 창작자가 제어하지 못할 만큼 강한 생명력을 가진다. 코난 도일이 수많은 셜록키언을 만들고, 이소라의 가사가 다양하게 해석되는 것처럼 말이다. 


백예린에게 가사는 '목소리를 전달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백예린의 무기인 음색과 음색을 뒷받침하는 숨소리와 떨림을 제대로 전달해주는 도구다. 그녀의 가사는 제어하지 못할 만큼 강한 생명력은 부족하지만, 적어도 그녀의 목소리에 빠지게 하는 강한 마력을 갖고 있다. 적당히 자기 고백적 내용과, 본인의 강점에 공명해주는 단어들까지.


아, 백예린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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