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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Oct 16. 2016

오랜만에 브런치

제목따위 업ㅂ어

http://car.donga.com/ISSUE/Vote2016/News?m=view&date=20020522&gid=7821868


찾다가 재미있는 기사 하나를 발견했다. 2002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였던 이회창씨의 관훈클럽 토론회와 관련된 기사다. 회창 옹은 당시 "권력을 전리품으로 생각하는 제왕적 대통령의 시대는 끝내야 하며 3권분립을 확실하게 정착시키고 법치주의를 뿌리내려야 한다”며 자신을 한 번 콩으로 만들었던 DJ의 측근형 비리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당시 DJ 정권은 아들과 관련된 비리로 인해 곤혹을 치르고 있었다.


즉, 회창옹은 법치주의를 ‘권력의 사유화를 방지하는 원리’로서 이해하고 이를 통해 DJ 정권을 비판했다.

김철수의 헌법학개론에 따르면 법치주의는 국가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든가 혹은 새로은 의무를 부과하려 할 때에는 국민의 의사를 대표한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의하거나 근거가 있어야 하며 법률은 국민만이 아닌 국가권력의 담당자도 규율한다는 헌법상의 원리를 의미한다.  


존나 길다. 그런데 요약하면 국가 권력을 통치하는 원리를 국민이 뽑은 국회가 제정한 법에 의거하자는 뜻인 듯하다.


최근 법치주의가 여당과 정부를 가리지 않고 여러모로 ‘불법을 저지른 사람에 대한 엄벌을 합리화’하거나 ‘시민들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법을 따르게끔 하거나’식으로 오용되고 있다.

그런데 불과 20년 전만 해도 새누리당의 모태인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정권의 사유화’를 비판하는 근거로서 ‘법치주의’를 갖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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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른다. 국가공무원법은 국가공무원 중 경력직 공무원에 대해 " "경력직공무원"이란 실적과 자격에 따라 임용되고 그 신분이 보장되며 평생 동안(근무기간을 정하여 임용하는 공무원의 경우에는 그 기간 동안을 말한다) 공무원으로 근무할 것이 예정되는 공무원”이라 기술했다.


또한 국가공무원법은 "형의 선고, 징계처분 또는 이 법에서 정하는 사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휴직·강임 또는 면직을 당하지 아니한다”고 말한다.


요약하자면, 법에 의해 신분이 보장됐으며 불법을 저지르거나 직무를 태만히 하는 등의 일을 저지르지 않는 이상 잘리지 않는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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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의 국장 한 명이 사퇴했다. 정년퇴직을 4년이나 앞둔 상태에서 사퇴다. 정년퇴직을 지키는 것이야 말로 공무원의 꿀 오브 꿀인데, 그걸 사퇴하다니. 왜 꿀을 제 발로 찼을까.


50대 아저씨 한 명의 사퇴 뒤에는 여러 그림이 있었다. 비리를 저지른 승마협회와, 그 비리의 몸통이 그림의 미쟝센으로 있었으며 그 그림의 가운데에는 청와대가 있었다. 유치원 때 그리는 그림 오른쪽 혹은 왼쪽 모퉁이에 꼭 ‘해’가 그려져 있는 것처럼 대부분의 비리에는 ‘청와대’가 그려져있다.


그분께서는 국장 아저씨를 ‘찍어냈다’. 이유는 만드는 거고, 동기는 ‘내 사람을 건드려서’라는 게 태반이다. VIP께서 직접 승마협회의 조사 방법을 지시했고, 조사 주체를 ‘나쁜 사람’이라 부르며 좌천을 우회적으로 지시했고, 심지어 ‘아직도 있느냐’는 추가 물음으로 사퇴까지 시켰다.


법이 보장한 공무원의 신분이 고작 ‘심기를 건드렸다’는 사소한 동기 하나로 무너져내린 셈이다.


그들의 법치주의는 무엇일까. 권력이 정한 선을 넘은, 선넘지 말라는 사람들을 향한 법치주의는 반쪽짜리다. 법치주의는 국민뿐만 아니라 국가의 권력까지 규제한다. 양면의 법치주의가 있는 셈이다. 권력으로 하여금 ‘이 법에 따라서만 집행하라’고 말하는 게 법치주의인데, 대통령은 친히, 스스로 그 선을 넘으셨다.


여당은 이와 관련된 여러 비리를 ‘의혹’ 혹은 ‘흑색선전’ 따위로 대응한다. 개인이 권력을 사유화한, 현대 ‘자유’민주주의 사회든 민주주의 사회든 현대 사회에 있어 최악의 상황인 권력의 사유화를 고작 ‘의혹’으로 치부한다.


‘법치주의’를 외치던 사람들은 권력이 스스로 법이 되어 법을 넘어선 이 사건에 대해 일언반구하지 않는다. 개혁이 필요하다는 사람들은 스스로 시대에 역행했음을 증명한 정부에 대해선 개혁 의지가 없나보다. 팩트가 중요하고 정치중립이 필요하단 사람들은 대통령이 국가공무원법에 보장된 공무원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해 사퇴시켰다는 실체적 진실은 외면한다.


스스로가 법이 된, 사유화된 권력은 시민을 옥죈다. 정권의 심기를 거스르는 시민은 존재가 지워진다. 시장 역시 옥죈다. 자유무역, 세계경쟁시대에 정권의 심기를 거스르는 기업은 세무조사와 정부의 프로젝트를 수주받지 못하는 등 직간접적 피해를 받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100% 대한민국>을 외쳤다. 국민통합 및 국민행복의 시대를 열겠다고 스스로 자부했다. 아마 대통령은 <100% 대한민국>이라는 단어 앞에 ‘내 꼴리는 대로 하는’을 생략했나보다. <내 꼴리는 대로 하는 100% 대한민국>이 요새 모양새다. 스스로 법치주의, 자유주의, 민주주의 심지아 시장경제마저 부인하고 방해하며 권력을 사유화한다.


권력의 사유화는 해롭다.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경제체제까지 어그러뜨리며 사회를 망치고 시민을 죽인다. 권력의 사유화를 막는 것이 북한의 삐라를 치우는 것보다, 탈북하라며 북한에 선전하는 것보다 대통령을 향한 흑색선전을 몸소 막는 촌극보다 중요하고, 중요하고,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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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사님은 “프로는 서로 싫은 말을 하는, 싫은 사이여도 일에 있어선 냉정하게 규칙을 지키면 서 하는 거예요”라고 말씀하셨다.

박대통령은 스스로 프로임을 부인했고 스스로의 무능을 여러모로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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