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은 물에 찍어 먹어야 제맛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시선의 함정

by 조니

직장인들이 하루 중 가장 기대하는 시간은 점심시간이 아닐까 싶다. 긴 업무시간 중 잠시 틈을 내어 맛있는 음식을 먹고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유일한 자유시간. 이전에 내가 다니던 회사는 직원들 간의 단합력이 좋아 점심시간이면 함께 근처 식당으로 이동해 식사를 하고는 했다. 구내식당이 없는 직장인들은 공감할만한 사실이 매번 점심 메뉴를 고민하는 것은 고역이었다. 이런 우리에게 반가운 소식이 있다면 근처에 새로운 식당이 오픈했다는 소식일 것이다. 거기에 오픈 할인 이벤트까지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얼마 전 회사 근처에 파스타집 오픈했더라고요. 가보실래요?"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한 누군가의 제안에 우리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새롭게 오픈한 식당으로 향했다. 오늘은 어떤 메뉴를 먹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어서 점심시간의 자유가 더 달콤하게 느껴졌다. 조금 일찍 서둘러 식당으로 향한 우리는 웨이팅 없이 단체석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동안 주 1-2회는 회사 근처의 맛있지만 허름한 외관의 백반집을 방문했었는데, 새롭게 생긴 예쁜 인테리어를 가진 가게에 오니 마음까지 괜히 설레는 느낌까지 들었다.



서둘러 주문을 끝내고 늘 그렇듯 일상의 다양한 이야기를 하며 음식을 기다렸다. 점심시간에 미리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인지 식전빵과 음료가 바로 서빙되어 나왔다. 우선 조그만 접시에 있던 물을 부으면 커지는 물티슈로 손을 깨끗하게 닦고 곧장 시원한 음료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는 식전빵을 다른 동료들의 접시에 먹기 좋게 옮겨 주고는 식전빵으로 허기를 달래기 시작했다.



"여기 소스 다 맛있어요. 찍어 드셔보세요~."



빵과 함께 나왔던 네 종류의 소스를 앞쪽으로 옮겨주며 다른 동료가 말했다. 담백하긴 하지만 약간은 심심한 느낌의 빵을 소스에 찍어 먹기 위해 앞쪽에 놓인 소스 종류를 바라봤다. 버터로 만든 크리미한 소스와 새콤해 보이는 토마토소스 그리고 꿀이 눈앞에 보였다. 지금 먹고 있는 빵은 특별히 향이 있지 않아 달콤한 꿀에 찍어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빵에 꿀을 듬뿍 찍었다. 그리고는 야금야금 먹기 시작했다.



역시 나의 선택이 정확했다. 담백함을 넘어 심심했던 빵이 꿀을 묻힘으로 인해서 굉장히 달콤하고 부드러워졌다. 다른 동료들은 다른 소스가 더 입에 맞는 모양이었다. 나는 혼자서 조그만 그릇에 담긴 꿀을 싹싹 긁어먹다시피 깨끗하게 비워내 마지막 빵 조각에 찍어 냈다. 그리고 빵을 입에 넣고는 빵의 담백함과 꿀의 달콤함의 조합을 마음껏 음미했다.



"그런데 00 씨는 왜 빵을 물에 찍어 먹어요?"



바로 맞은편에 앉아있던 동료 한 명이 궁금해서 못 참겠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며 질문했다. 나는 웃으며 물이 아니라 꿀에 찍어 먹고 있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곧 들리는 대답은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글쎄, 빵과 함께 서빙된 소스 중에는 꿀이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믿을 수 없었다. 나는 분명 꿀에 빵을 계속 찍어 먹고 있었고 그렇다면 내가 지금까지 찍어 먹고 있었던 이 조그만 그릇의 꿀은 무엇이란 말인가?



포크를 들어 조금 전까지 내가 찍어 먹었던 꿀이 있던 접시를 긁어보기 시작했다. 이상했다. 분명 꿀은 진득하게 점성이 있어야 하는 게 정상인데 정말 물이 담겨 있었던 그릇인 거 마냥 접시는 깨끗하게 말라 있었다. 나는 그릇을 다시금 들어 이번에는 코로 냄새를 맡아보기 시작했다. 분명 달콤함을 느꼈던 그릇에서는...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다. 이럴 수가.



그제야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내가 도대체 어디에 식전빵을 찍어 먹고 있었는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둘러보던 내 눈에 한 개의 그릇이 들어왔다. 그것은 바로 물을 넣으면 커졌던 그 조그만 원형 물티슈가 담겨 있는 누군가의 그릇. 사실 자세히 살펴보면 버터와 같은 다른 소스가 담긴 그릇과 물티슈가 담긴 그릇은 사이즈는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디자인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꿀이라고 생각하고 찍어 먹고 있었던 그릇은...



당연히 물티슈가 담겨 있었던 그릇과 동일했다. 그냥... 웃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민망함도 민망함인데 도대체 왜 내가 물티슈가 담겨 있던 그릇에 그것도 내가 직접 물티슈에 물을 부어 사용한 그 그릇에 찰랑이던 물이 찐득한 꿀이라고 착각을 하고 계속해서 찍어 먹고 있었던 것일까. 나 조차도 이해가 안 되는데 주변에 있었던 다른 동료들은 당연히 더 이해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 곧바로 메인 메뉴가 나오고 나에 대한 관심은 음식으로 옮겨갔다. 맛있게 음식을 먹기는 했지만 내 머릿속은 온통 물음표로 가득했다. 나는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물이 왜 달았을까? 도대체 왜 물이 꿀로 보였을까? 스스로에게 대답할 수도 없는 질문을 가득하며 파스타를 코로 먹는지 입으로 먹는지 알 수도 없는 점심식사를 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오면서 다른 동료들은 나에게 어디 몸이 안 좋은 거 아니냐며 걱정스러운 마음을 내비쳤다. 단언컨대 나의 이날 컨디션은 매우 좋은 상태였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보인 나의 이상한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것 하나뿐이었다. 나는 계속된 출장으로 피곤해서 헛것을 본 거 같았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괜찮다며 걱정해 줘서 고맙다고 감사인사를 하며 대화를 마무리하는 것이 이날 최선의 해결책이었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말이 있다. 나 역시도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경우가 많다. 내가 생각하는 시선으로 사람을, 물건을, 상황을 보고 내가 생각하는 대로 보고 판단해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는 스스로 생각한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하지만 나의 시선을 통해 본 물이 뇌에서 꿀이라고 판단해 버린 그 순간 물은 나의 미각까지 속여 나에게 꿀이 아닌 물의 맛을 보게 만들었다. 이것이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나의 시선이 가진 함정이다.



시선은 가끔 내가 생각하기 편하게 함정을 파 놓고는 한다. 그래서 나는 그런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나의 시선을 한번 더 돌아보기 위해 노력하고는 한다. 지금 내가 이렇게 보고, 이렇게 생각하는 게 맞을까? 나만의 시선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섣불리 판단해 버리는 건 아닐까?라고 말이다. 이렇게 나의 시선을 돌아보면 나는 또 다른 시선으로 똑같은 대상을 다시 한번 바라보게 된다. 그러면 나는 다시 한번 더 기회를 얻게 된다.



그 사람을, 그 물건을, 그 상황을 다른 시선으로 한번 더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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