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7-03-12 04:14 — ARIA 스테이션 제어실 독립 부스
커서가 깜박였다.
하린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손은 여전히 확인 버튼 위 허공에 멈춘 상태였다.
*경로는 KRONOS가 만든 게 아니었다. 이 경로는 카이의 좌표다.*
1시간 21분 전. 서진우가 실험실에 들어오기 41분 전에 이미 경로를 수정했다는 뜻이었다. 고백이 먼저가 아니었다. 행동이 먼저였다.
동기 분류 계산이 자동으로 시작됐다.
*카이를 위한 행동: 41.3%. GHC 지령: 29.7%. 하린을 위한 행동: 19.1%. 기타: 9.9%.*
카운트다운이 덮어썼다.
발사 창: 00:06:47
하린이 확인 버튼을 눌렀다.
탐침 TRB-17은 예정 시각에 격납고 F-구역을 떠났다.
ARIA 스테이션 제어실 — ARIA 대기 관측 센터와 연결된 독립 부스 두 개 중 하나 — 의 계기판이 순서대로 초록색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분리 성공. 스러스터 점화. 경로 B 진입 확인.
하린은 세 번째 자리에 앉았다. 한수인 박사가 두 번째 자리에서 뭔가를 출력하는 중이었다. 화면 쪽으로 몸이 약간 앞으로 기울어 있었다.
"초기 텔레메트리 정상입니다." 한수인이 서류를 바로 들었다. "하강 각도 허용 범위 내."
"알고 있어요."
하린의 시선은 탐침 상태 화면에 고정돼 있었다.
TRB-17 실시간 상태
고도: −18.3 km (대류권 중층)
압력: 4.7 bar
케이싱 온도: 87°C [정상 범위]
풍속: 511 km/h
EMI 방어 모드: 활성화 (경과 00:00:31)
4.7 bar. 87°C. 정상이었다. 갈릴레오 탐침이 1995년에 측정한 대류권 중층 프로파일과 2% 이내 오차였다. 탐침은 예상대로 내려갔다.
그런데 두개골 내부에서 7Hz 진동이 시작됐다.
EMI 안테나가 탐침보다 먼저 닿는다. 하린은 이 사실을 알았다. 제어실 벽 너머 수백만 킬로미터 아래, 목성 대류권 중층의 전자기 환경이 이미 연구동 3층까지 파고들었다는 뜻이었다.
*GRS(목성 대적점 — Great Red Spot) 전자기 환경이 제어실 수준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
계산이 자동으로 전개됐다.
*7Hz. 이 진동수는 탐침 현재 고도에서 GRS 중심까지의 전자기장 밀도 기울기와 일치한다. EMI 안테나가 대류권 중층의 필드를 직접 읽고 있다. 탐침은 4.7 bar에 있다. 나는 이미 거기 있다.*
한수인이 계기판에서 눈을 들었다.
"컨디션은요?"
"정상입니다."
"두통 없어요?"
하린이 0.3초 멈췄다.
"건조해서요."
7 bar.
탐침이 대류권 중층 하부 진입을 알리는 경보음이 낮게 울렸다. 케이싱 온도가 127°C로 올랐다. 열 차폐 효율 81.4% — 아직 마진이 있었다.
오른쪽 콧구멍에서 혈액이 흘렀다.
하린은 손등으로 닦았다.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경과 시간: 8분.*
*EMI 방어 잔여: 32분.*
*비출혈 발생. EMI 방어막이 외부 전자기 충격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모세혈관 압력 상승. 예상된 신체 반응. 계속 간다.*
"하린 씨." 한수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코피는 건조한 공기 때문에 자주 납니다." 하린이 먼저 말했다. "제어실 습도가 34%예요. 권장 수치 40~60% 미달입니다."
한수인이 잠시 멈췄다가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탐침은 계속 내려갔다.
11 bar.
시야 외각에 격자 무늬 간섭이 발생했다. 화면이 아니었다. 하린의 망막 내부에서 일어나는 EMI 패턴이었다 — 외부 전자기 필드가 시신경 주변 조직에 직접 간섭하는 현상. 교정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다. 아직.
*갈릴레오 탐침은 22 bar에서 찌그러졌다.*
그 생각이 스쳤다. 1995년, 인류가 목성 대류권에 처음 직접 탐침을 투입했을 때. 74분간 데이터를 보내다가 22 bar에서 신호가 끊겼다. 그것이 152년 동안 인류가 목성 대류권에서 측정한 최고 기록이었다.
TRB-17은 지금 11 bar에 있었다.
*절반도 안 됐다.*
18 bar.
탐침 하강 속도: 약 1.7 bar/분. 케이싱 온도 167°C. 알루미늄 6061-T6 용융점 660°C. 잔여 마진 493°C.
하린이 왼손 손목 안쪽을 오른손 엄지로 눌렀다. 맥박이 손끝에 잡혔다.
*97회. 평소 대비 18% 상승. 생리 반응 허용 범위 내. 아마도.*
경과 시간: 28분
EMI 방어 잔여: 12분
탐침 현재 압력: 18 bar
목표 50 bar까지 남은 압력: 32 bar
*12분 안에 32 bar 상승. 탐침 하강 속도 현재 약 1.7 bar/분.*
*12 × 1.7 = 20.4.*
*불가능하다.*
*계속 간다.*
22 bar.
경보음이 없었다. 탐침에 경보를 설정하지 않았다. 하린이 화면에서 그 수치를 보는 순간, 진동이 흉부에서 시작됐다.
*22 bar. 갈릴레오의 탐침이 멈춘 자리.*
그러나 TRB-17은 멈추지 않았다. 압력 데이터가 22.1, 22.3, 22.7 bar로 올라갔다. 케이싱 온도 182°C. 열 차폐 효율 — 여전히 작동 중.
*갈릴레오의 탐침은 22 bar에서 찌그러졌다. 그것이 1995년이었다. 152년 동안 아무도 그 아래를 봤다고 말할 수 없었다.*
*TRB-17은 22 bar를 4분 전에 통과했다.*
하린은 그 사실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화면을 봤다.
한수인이 일어섰다.
하린은 눈치챘지만 시선을 옮기지 않았다. 옆 계기판 — 비상 중단 제어 패널 — 에서 버튼 클릭 소리가 없었다. 그러나 한수인의 손이 패널 위에 올라갔다는 것은 알았다. 발소리로 위치가 파악됐다.
하린이 먼저 말했다.
"당신이 중단하면 탐침이 자동 회수 모드로 전환됩니다."
0.3초.
"알아요. 그러니까 중단 안 해요. 22 bar는 저도 가고 싶었으니까."
한수인이 손을 뗐다.
두 사람 다 화면을 봤다.
"하린 씨." 한수인의 목소리가 낮았다. "EMI 방어 잔여 시간이 12분 미만입니다. 방어가 소진되면—"
"신체 대가가 발생합니다. 알고 있어요."
"그게 어느 수준인지 정확히 알고 있어요?"
"아직 정확한 데이터가 없어요." 하린이 잠시 멈췄다. "이번이 첫 번째 측정 기회입니다."
한수인이 안경을 고쳐 썼다. 화면 쪽으로 몸이 다시 앞으로 기울었다. 탐침 상태 창을 들여다보는 자세였다.
30 bar.
하린은 방금 계산한 수치를 다시 확인했다. 용융점 마진. 잔여 EMI 방어 시간.
*용융점 마진: 660 - 194 = 466°C. 충분하다.*
*EMI 방어 잔여: 4분.*
*목표까지: 20 bar.*
*1.7 bar/분으로 4분 = 6.8 bar.*
*불가능하다.*
그 사실이 변하지 않았다. EMI 방어가 살아 있는 동안 50 bar에 닿을 수 없다는 계산은 30 bar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탐침은 아직 신호를 보냈다.
*멈출 수 없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데이터가 들어오고 있다.*
40 bar.
하린이 수치를 읽었다. 방금 읽었다. 그 수치를 다시 읽었다.
*같은 수치다. 40 bar.*
*의식 흐림 2단계 — 방금 한 계산을 반복 확인하고 있다. 동일한 답이 나오면 유효. 나오지 않으면 판단 정지.*
*40 bar. 케이싱 온도 224°C. 용융점 마진 436°C. 아직 된다.*
한수인이 뭔가를 말했다. 하린은 문장의 시작 부분을 놓쳤다. 의미는 "멈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직 신호가 들어옵니다." 하린이 말했다.
45 bar.
하린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멈췄다. 1.3초.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다음 입력 명령어를 치려 했을 때 이미 1.3초가 지나 있었다는 것은 화면 로그를 통해 나중에 확인할 일이었다.
한수인은 봤다.
"하린 씨—"
"유효합니다." 하린이 말했다.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였다. 45.1, 45.4, 45.9 bar. 탐침은 계속 내려갔다.
EMI 방어가 소진됐다는 신호는 없었다. 그냥 0이 됐다.
주변 계기판 3대의 수치가 0.03Hz로 진동했다. 조명이 0.5% 출렁였다 돌아왔다. 하린이 앉아 있는 의자의 금속 프레임에서 45도 각도로 정전기가 방전됐다.
47 bar.
두개골 내부의 7Hz 진동이 11Hz로 올라갔다. 시야 외각의 격자 무늬가 시야 중심부로 6cm 이동했다. 하린은 화면 중앙에 집중했다. 숫자가 읽혔다.
*읽힌다. 계속한다.*
하강 속도가 떨어졌다. 대류권 하층 전단풍 저항 — 예상된 구간이었다.
47.8 bar. 온도 268°C.
"마지막 패킷 수신 중입니다." 한수인이 말했다. 평소보다 낮았다. 몸이 앞으로 기울어진 채 서류를 내려놓았다. "48 bar 진입."
하린이 허공을 봤다. 3초. EMI 활성화 중 나타나는 반응이었다 — 눈동자가 화면 대신 전자기 필드 패턴이 가장 강하게 읽히는 방향을 향한다. 이 경우는 탐침이 있는 방향. 수백만 킬로미터 아래.
48.7 bar.
온도 276°C. 케이싱 알루미늄 용융점 660°C. 잔여 마진 384°C.
마지막 패킷이 도착했다. 0.37초간의 데이터였다.
TRB-17 마지막 수신 패킷
압력: 48.7 bar
온도: 276°C
위치 좌표:
GRS 중심 동쪽: 43.003°
북위: 8.7°
수신 시각: 2147-03-12 05:17:44.62 UTC
화면에 "NO SIGNAL"이 떴다.
제어실이 조용해졌다.
한수인이 화면을 봤다. 의자 팔걸이를 잡았다. 몸을 앞으로 기울인 자세 그대로였다.
하린은 의자에서 일어서지 않았다. 일어설 수 없었다. 다리가 굳었다. 움직이려 해도 0.8초는 걸릴 것이었다. 그 지연을 계산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수치는 읽혔다.
*GRS 중심 동쪽 43.003도. 북위 8.7도.*
*공식 보고서의 GRS 발신 예측 좌표와 비교.*
*공식 예측: 동쪽 43.000도. 북위 8.7도.*
*편차: 0.003도. 동쪽으로 일정한 방향.*
하린이 멈췄다.
*실수는 방향이 없다.*
처음 발견했을 때였다. 원본 로그와 공식 보고서 사이에서 0.003% 차이를 처음 봤을 때, 혼자 중얼거린 말이었다. 방향이 일정했다. 그때도.
좌표 편차가 0.003도. 그때의 데이터 편차가 0.003%. 단위가 달랐다. 그러나 패턴이 같았다. 방향이 있다는 것. 일정하다는 것. 무작위가 아니라는 것.
서진우의 조작이었다면 방향이 일정할 이유가 없었다. 데이터를 지우거나 덮어쓰면 되는 것이었다. 0.003도 편차를 의도적으로 유지할 이유가.
*누군가가 이 좌표를 심었다.*
화면에는 "NO SIGNAL"이 계속 표시됐다.
탐침은 48.7 bar, 276°C에서 신호를 끊었다. 목표 50 bar까지 1.3 bar가 부족했다.
하린은 그 수치를 봤다.
*0.003도. 방향이 있는 차이. 처음부터 방향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