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우의 고백

by TJ

2147-03-12 03:01


실험실 복도는 조용했다. ARIA 스테이션 심야 근무조는 격납고 F-구역 발사 통제 라인에 집중되어 있었고, 연구동 3층은 하린 혼자였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세 번. 일정한 간격으로.


하린은 화면에서 눈을 들지 않았다. 도어 모니터 서브 창이 자동으로 열렸다. 서진우 박사였다. 혼자였다.


허공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 아니, 흔들리지 않았다. 복도 전자기 스캔은 이미 3초 전에 완료됐다. 서진우의 반경 12미터 이내에 스테이션 전자기 장치를 소지한 제3자는 없었다. 보안팀 통신 주파수도 없었다. 단말도 없었다. 완전히 혼자였다.


하린은 물 컵을 꺼냈다.


*데이터 수집 모드.*


이건 감정이 아니었다. 체크리스트의 첫 항목이었다. 문을 열기 전에 물 한 모금을 마시는 척하면서 생리 반응을 억제한다. 심박수는 74. 평소보다 조금 낮았다. 그게 더 이상했지만, 지금은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문을 열었다.


서진우는 복도 중앙에 서 있었다. 외투 없이 근무복 차림이었다. 목의 이름표가 형광등 아래서 흔들렸다. 왼쪽으로 고개를 약간 기울이고 있었다 — 그 특유의 동작. 상대를 "읽는" 동작.


"이 시간에."


하린이 말했다. 질문이 아니었다.


"탐침 발사 전에 드릴 말씀이 있어요."


서진우의 목소리는 낮았다. 복도 끝 환풍기 소리가 그 위에 얹혔다.


하린은 문을 더 열었다. 실험실 안쪽을 향해 돌아섰다.


서진우가 들어왔다. 의자를 향해 걸어가다가, 하린이 아무것도 권하지 않자 멈췄다. 그는 잠시 서 있다가 그냥 섰다.


하린은 워크스테이션 앞에 앉았다. 화면에는 KRONOS 경로 최적화 로그가 열려 있었다. 닫지 않았다.




"처음엔 정말 노이즈였어요."


서진우가 먼저 말했다.


짧은 침묵이 있었다. 환풍기 소리.


"GHC 로비스트와 처음 미팅한 건 5년 전이에요. ARIA 스테이션 확장 예산 협의 자리였어요. 저는 대기역학 데이터 처리 표준을 설명했고, 그쪽에서 한 가지를 부탁했습니다. 통계 임계값 경계에서 특정 구간을 정리해달라고. 노이즈로 처리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하린은 화면을 봤다. 숫자들.


"그때는 정말 그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그 구간은 실제로 통계적 이상값이었거든요. 방향성이 없었어요. 그냥 흩어진 점들이었습니다. 0.003% 미만의 편차였고, 저는 10년간 그런 편차를 노이즈로 처리해왔어요."


*0.003%.*


하린의 손이 미세하게 멈췄다. 아주 잠깐. 화면을 넘기는 척하며 덮었다. 서진우는 계속 말했다.


"첫 번째는 그게 전부였어요. 데이터 하나. 처리 시간 4분. 저는 그날 저녁 평소처럼 잠을 잤어요."


서진우의 시선이 창문을 향했다.


"두 번째 의뢰는 6개월 뒤였습니다. 탐침 경로 최적화 파라미터를. 이것도 통계적으로 합리적인 범위 안이었어요. 제가 직접 검증했어요. 도달 확률이 실제로 올라갔거든요. 저는 그걸 발표했어요. 동료들이 좋은 연구라고 했습니다."


그는 잠시 멈췄다.


"그게 되니까, 세 번째 의뢰가 왔어요. 네 번째도. 다섯 번째는 제가 먼저 연락했어요. 왜냐하면 그쪽에서 원하는 게 뭔지 이미 알고 있었거든요."


하린은 물 컵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0.003% 방향성 차이. 처음 공명 신호를 계산했던 그 밤, 하린은 세 번 다시 계산했다. 오차가 아니었다. 방향이 있었다. 실수는 방향이 없다. 그 문장이 지금 서진우의 입에서 나왔다. 방향이 달랐다.


"당신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요." 하린이 말했다.


"알고 있을 것 같았어요."


서진우가 고개를 돌렸다. 왼쪽 기울기가 줄어들었다.


"'우연의 일치였다고 믿었다.' 이 말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하린 씨."


"진술이에요. 질문이 아니에요."


"맞아요." 서진우가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열었다. "저는 실제로 그렇게 믿었어요. 오래 동안. 왜냐하면 그렇게 믿는 편이 편했거든요. 믿으면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아도 됐으니까요."




서진우의 왼쪽 고개 기울기가 멈췄다.


서진우는 창밖을 보다가 다시 하린 쪽을 봤다.


"카이도."


그리고 멈췄다.


0.5초.


하린의 귀 뒤로 머리카락이 한 올 흘러내렸다. 반사적으로 손이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그 동작이 완료되기 전에 하린은 물 컵을 집어 들었다.


마셨다. 한 모금.


"카이도 처음엔 당신처럼 확신했죠."


서진우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당신처럼 수치를 계산했고, 당신처럼 방향성을 찾아냈고, 당신처럼 아무도 믿지 않을 것 같은데도 혼자 계속했어요. 저는 그때도 그걸 봤어요. 완전히."


하린은 컵을 내려놓았다.


"나는." 서진우의 목이 움직였다.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압니다."


실험실이 조용했다. 환풍기가 돌아갔다. KRONOS 화면의 커서가 깜박였다.


하린은 서진우의 눈을 봤다. 눈이 창을 향하지 않았다. 그건 서진우가 4단계 이상 경악에 들어갔을 때 나오는 신호였다. 지금은 아니었다. 그는 지금 완전히 하린을 보고 있었다.


"당신이 같은 길을 가는 걸 보는 게 쉽지 않아요."


말이 끝났다.


하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경고일 확률.*


하린은 내면에서 계산을 시작했다. 위장이 아닌, 데이터 처리였다.


서진우가 카이의 다음 단계를 알고 있다. 그 다음이 하린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발사를 멈추라는 의미. 확률: 38%.


손목 맥박이 천천히 뛰었다. 74.


서진우가 자신이 한 일을 설명하고 싶었다. 더 이상의 행동 변경을 요구하지 않는다. "나는 그랬다. 당신은 다르기 바란다." 확률: 41%.


서진우가 GHC의 지시를 받고 하린의 탐침 발사를 중단시키기 위해 접근했다. 카이의 이야기는 도구다. 확률: 21%.


세 경우 모두, 탐침 발사를 멈출 이유가 되지 않았다.


경고라면: TRB-17 조립이 진행 중이다. 이미 방향이 정해졌다.


사과라면: 받았다. 데이터 처리 완료.


유혹이라면: 실패했다.


"고맙습니다."


하린이 말했다.


서진우가 눈을 가늘게 좁혔다. 딱 한 번.


"그게 전부예요?"


"아니요." 하린은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탐침은 발사합니다."


서진우는 움직이지 않았다. 1초. 2초.


그가 말했다. "알고 있어요." 서진우가 멈췄다. "TRB-17 발사 창 — 제가 열어둔 거예요."


문을 향해 걸었다.


하린은 그 발소리를 들었다. 실험실 문이 열리는 소리. 닫히는 소리. 복도에서 발걸음이 멀어지는 소리.


하린은 KRONOS 화면으로 돌아왔다.


탐침 경로 최종 확인 쿼리를 입력했다.




응답이 왔다. 0.3초.


[KRONOS]

탐침 경로 상태: 최적화 완료 (대체 경로 B 유지)

도달 확률: +6% (표준 대비)

진입 예상 시간: 표준 + 4분 33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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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린은 확인 버튼을 누르려다 멈췄다.


응답 지연이 시작됐다.


0.3초. 0.5초. 0.8초.


화면이 추가 출력을 기다리는 커서로 멈췄다.


1.1초.


[KRONOS]

(비표준 자유 텍스트 — 응답 지연 1.1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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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침 경로 최적화 — 수정자: 데미안 박사.

1시간 21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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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이 경로는 카이의 마지막 좌표와 일치함.

좌표: STORM CORE 동쪽 7.3km / 추정 압력 구간 48 bar


하린의 손이 화면 위에 멈췄다.


데미안. Dr. Damian. 서진우의 영문 이름이었다.


1시간 21분 전. 서진우가 이 실험실에 오기 41분 전에, 탐침 경로를 이미 수정했다.


경로는 KRONOS가 만든 게 아니었다.


이 경로는 카이의 좌표다.


커서가 깜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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