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일기 1장, 나는 괜찮은 막내였던가
신입사원이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나는 5년차 직장인이 되었다.
그리고 놀라운 변화는 후임이 생겼다는 것이다.
여기가 두 번째 회사이긴 하지만, 내게는 직장생활을 하며 지내게 된 세 번째 조직이다.
나는 조직생활을 하며, 두 번의 막내생활을 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서야, 지금 내가 일하는 조직에서 후임이 생기게 되었다.
사실 나이 차이는 한 살 밖에 안나긴 하지만, 조직생활을 2년이다 더 했다는 경력상의 이유만으로
나는 조직 내에서 그 친구의 선배라 불리었다.
두 번의 막내생활을 거치면서,
첫 번째 조직에선 정말 미운오리새끼처럼 구박을 받았고.
두 번째 조직에선 가장 어린 막내딸처럼 예쁨을 받았다.
냉탕과 온탕을 거치면서 막내란 이렇게 행동해야되는 거구나,
막내의 역할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나의 첫 막내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조심스럽게 나의 첫 막내생활을 떠올려 보자면,
그때가 아마 스물다섯살. 학교에서 갓 졸업을 했던 시기였다.
나는 신입사원답게 무엇이든 시키는 일은 다하고, 항상 긍정적인 태도로 열심히 해야된다고 생각했다.
"마치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라는 문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주어지는 모든 일을 그냥 묵묵히 시키는대로 다 했다.
그 때 한 선배가 나한테 말했다. "초반부터 너무 힘 빼지마."
그 말 뜻을 그 때는 알 수가 없었는데, 반 년이 흐르고나니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
지칠 때까지 체력과 정신력을 200% 쏟아부으고 나니 다시 일어설 수 없었다.
그곳에선 내가 힘들 때 날 일으켜 세워주고, 선배로써 이끌어줄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퇴사를 했고, 다른 회사에 들어가면 '정말 착한 선배'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적어도 아무것도, 뭣도 모르는 후배를 이용해먹진 말아야지.
그래서 다시 이직을 했고
첫 사회생활 조직해서 하도 고생을 해서 그런지 나는 웬만한 일은 다 참고 해낼 수 있게 되었다.
강인한 정신력과 인내심을 길러준 첫 회사에 고마워해야하나?
어쨌거나 두 번째 조직은 '나 빼고 다 남자!'만 있는 조직이었는데,
거기서 본의 아니게 나름 오빠들 엄청 많은 막내 딸 같은 지위를 누리게 되었다.
첫 조직에서 하도 구박받고, "이것도 못하냐"는 소리를 들어서 자존감이 많이 낮아졌는데
두 번째 조직에선 "이런것도 할 줄 알아?"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칭찬을 들으니까 더 잘하고 싶었고,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동기 하나 없는 홍일점 조직에서 그럭저럭 잘 지내왔던 것 같다.
그 때도 어찌보면, 너무 막대다웠고
시키는 일은 혼신의 힘을 다해 잘해내려고 하지만
일을 만들어서 주도적으로 하기엔 약간 무리가 있던 시절이였다.
그래도 바로 위에 선배도 있었고, 마치 동네 아저씨같은 팀장님들도 여럿 있었다.
매일 점심 메뉴를 국밥류로 먹는건 약간 고역이었지만.
항상 '우리 막내' 하고 챙겨주시는 덕분에, 회사 생활이 힘들진 않았다.
그리고 나는 선배가 되었다
두 번 막내가 되고나서, 다른 팀으로 발령을 받았고
어떻게 보면 비슷한 시기에 이 팀에 왔지만
후배는 첫 신입사원이라는 이유로 우리 팀 막내가 되었다.
막내를 두 번이나 해봤고 한 번이나마 막내로써 가질 수 있는 무언의 지위[?]를 느껴봤기 때문에
이쯤에서 나는 막내를 그만두기로 했다. 아니 자동적으로 막내 졸업.
그리고 어찌어찌하다 그 친구의 선배가 되었는데,
처음에는 선배라는 호칭이 낯설었다.
물론 우리 회사는 공식적으로 수평적인 호칭을 사용해서, 선생님이라고 부르지만.
가끔 그 친구가 나를 OO선배라고 부를 때마다, 선배로써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곤 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는 정말, 정말, 좋은 선배가 되고 싶었다.
좋은 선배의 기준이란 무엇일까. 그냥 막연히 잘해주는? 잘못해도 눈감아주는?
그런 것보다 사석에서는 언니처럼 다정하지만, 일 할 때는 잘 배울수 있게 도와주고 싶었다.
나도 처음 막내였을 때 그런 존재가 필요했으니까.
직속 선배의 역할이, 어찌보면 나이차이 많이 나는 과장이나 차장, 부장 직급보다 더 중요하니까.
처음 신입일 때는, 실수투성이 일수밖에 없다.
왜냐,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뭐가 잘못됐고, 어떻게 하는게 좋은지 알려줘야 직장인으로써 제대로 클 수 있다.
근데 대개 조직의 과장 이상 직급들은 신입에게 하나하나 알려주지 못한다.
물론 그런 시간도 없을 뿐더러, 대개는 그럴 필요성을 못느낀다고 해야하나.
그래서 직속선배의 역할이 신입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팀에서 막내의 역할이란
팀에서 막내가 된다는 것은,
실수해도 배우는 시기라서 눈감아 줄 수 있다.
그래서 모르는 걸 여러번 물어보고 빨리 습득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막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팀에서 막내의 권한이란,
누군가 점심메뉴를 고를 수 있는 특권을 가지는거라고(어떤 부장이 말했더랬지?)
우리 팀 막내는 매일 점심 메뉴 고민을 한다.
그 고통을 나도 알고 있어서, 가끔 나도 넌지시 메뉴를 던지곤 하지만
항상 점심시간마다 그 날에 적합한 메뉴를 고른다는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메뉴 고르기의 난제는,
질문은 항상 막내에게 하고 결국엔 부장의 입맛에 따라가게 되어있다.
팀에서 막내의 역할이란,
가장 기본적인 것을 가장 긍정적으로 해내는 게 아닐까.
기본적인 것이라면 으레 인사, 정리, 열정과 같은 것들.
그런 것들을 가장 밝은 모습으로, 열심히 하려고 노력한다는 것.
막내는 굳이 엄청나게 일을 잘해내진 않아도,
자기가 맡은 일을 꼼꼼히 자기것으로 소화만 해도 예뻐보이는 것 같다.
나는 괜찮은 막내였을까
시간이 지나고 문득 돌이켜보면,
나는 괜찮은 막내였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의 선배가 되고나니, 막내의 자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일을 찾아서 해야하는 시기가 왔다는 것도,
나를 증명할 수 있는 스토리를 풀어내야 할 경력이 생겼다는 것도 알아버렸다.
가끔은 막내의 자리가 그립기도 하다.
직장생활하며 막내가 될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으니까.
그러니 세상에 있는 모든 직장 내 막내들이여,
막내의 자리를 꿋꿋이 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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