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꿔본 적 없는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채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삶일까
고3 시절이었다. 수능이 다가오고 있었다. 고등학교를 들어갈 무렵 나는 공부를 썩 잘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우리 고등학교는 다른 지역에서 공부를 잘한다는 학생들이 모이는 그런 학교였다. 그런 곳에서 스스로의 한계를 마주하니 점점 위축이 되었다. 조바심과 불안감이 밀려왔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공부로 유명한 사람들의 공부법을 따라 해보고, 잠을 줄여가며 공부를 해보고, 하루 종일 단 1분도 쉬지 않고 공부도 해봤다. 쉬는 시간이면 친구들은 서로 장난도 치고 떠들며 노는데 나는 자리에 가만히 앉아 공부를 했었다.
그때의 나는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웃기게도 나는 특별한 꿈이 없었다. 나를 쉬지 않고 공부하게 했던 건 꿈이 아닌 내 맘을 가득 채운 불안감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뭐가 그렇게 불안했었을까 싶지만 그때의 나는 항상 불안과 긴장으로 가득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2학년이 되자 노력의 성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성적이 상위권으로 올라가고 공부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었다. 하지만 올라간 성적만큼 내 몸과 마음은 망가져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헛구역질이 나왔다. 공부를 하려 하면 가슴이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고, 가만히 앉아있는데 속에서 뭔가 끓어오르며 소리를 지르고 싶어졌다. 그런 나 스스로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성적이 올랐으니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른 성적에 대한 기쁨보다 내려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나를 짓눌렀다.
어느덧 고3이 되었고, 나는 완전히 의욕을 상실했다.
자퇴를 하겠다며 난리를 치기도 했고, 1분도 쉬지 않던 내가 하루 종일 공부를 하지 않은 날들이 생겼다. 불안과 긴장감에 잡아먹힌 채 점점 곪아가는 내면을 간신히 붙잡으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매일 같이 나는 생각했다. ‘아 그만하고 싶다. 편해지고 싶다. 편하게 살고 싶다.’ 치열한 노력이 나를 힘들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등학교 시절에 깨달았다. 그리곤 이제 더 이상 노력하는 삶을 살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수능이 다가왔다. 꾸역꾸역 버텨가며 쌓아왔던 공부가 도움이 되었는지 그리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선택지가 주어졌다. 과학기술대학과 교육대학교. 선생이란 직업에 전혀 관심도 없던 내가 교육대학교를 지원했던 것은 단순히 어머니의 권유였다. 붙든 말든 상관없는 그런 지원이었다.
생각보다 선택은 어렵지 않았다. 두 가지의 선택지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교육대학교를 바로 선택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더 이상 공부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당시 나는 교육대학교가 임용고시를 제외하면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교육대학교에 들어갔다. 그리고 대학교를 졸업하니 어느덧 나에게 초등교사라는 직업이 주어졌다.
교사. 나에게 어떤 의미도 없었던 직업이었다.
그랬던 내가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이제는 조금씩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진지함이 생기기 시작한다.
조금씩 교사가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