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잖은 동정

내가 뭐라고 학생들을 불쌍히 여겨?

by 임종혁

대학시절이었다. 교육대학교는 주기적으로 실습을 나간다. 교육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내가 실습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학생들을 관찰하는 일이었다.

교실에는 다양한 학생들이 존재한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 공부를 못하는 학생, 무기력한 학생, 노력해도 잘 안 되는 학생, 웃음이 많은 학생, 항상 무표정인 학생 등등,, 하나의 교실에도 제각각 다른 학생들이 있다.

실습을 나갈 때마다 신경이 쓰이던 학생들은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었고, 무기력한 학생이었고, 무표정한 학생이었다. 즉, 어딘가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학생들이 신경 쓰였다.

저 아이들은 왜 다른 친구들과 같아질 수 없는 걸까? 다른 아이들처럼 행복할 수 없는 걸까? 이런 고민들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민들은 나의 짧은 교육적 지식으로 해결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속상했다. 내가 그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이런 고민들을 하던 와중에 중학교 시절 친했던 친구를 만났다. 친구와 술 한잔을 함께하며 요즘 근황을 나눴다.

친구가 물었다.

“너 실습 나가봤지?”

“응 나가봤지. 우리 학교는 매년 나가”

“애들도 많이 봤겠네?”

“그치? 보통 반에 20명 정도 되니까 실습 나가서 본 학생들만 해도 100명쯤 되지 않을까?”

“그럼 실습 나가서 학생들을 볼 때 힘들었던 건 없었어? “

“힘들었던 거? 음 난 아무래도 같잖은 동정심이 있는 것 같아”

“그게 무슨 말이야?”

“교실에 가면 많은 학생 중에서 내 눈에 들어오는 건 꼭 소외된 학생들이더라고. 근데 소외된 학생들이 저마다의 이유가 있어. 근데 그 이유들이 대부분 선생님과 주변 친구들에게 무시당하거나 미움받게 만들어. 그 친구들 중 대부분은 그럴 의도가 없었는데도 말이야. 근데 난 그게 좀 불편하더라. 분명 그 아이들은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을 거야. 누구나 다 공부도 잘하고 친구들과도 잘 지내는 사람이 되고 싶겠지.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는 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 어린아이니까. 근데 그 당연한 일들이 그 애들한텐 너무 어려운 일인 거잖아. 그게 너무 안타깝더라고.”

친구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나에게 물었다.

“그래 그건 안타까운 일이지. 근데 그게 같잖은 동정심이랑은 무슨 상관인 거야?”

“내가 그 아이들을 불쌍한 아이들이라고 생각해. 마치 그 아이들은 행복이란 걸 전혀 느끼지 못할 것처럼. 뭔가 도와줘야 할 것 같은데 방법은 모르겠고. 그래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근데 이게 좀 웃기잖아? 내가 뭐라고 그 아이들의 삶을 평가할 수 있겠어. 내가 그 아이들을 동정하는 건 주제넘은 일이 아닌가 싶더라고. 그래서 나 스스로 그런 아이들을 동정하는 건 어쩌면 착한 척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사실은 도와줄 능력도, 생각도 없으면서 착한 교사인 척 나 자신을 꾸미는 게 아닌가 하고. 그래서 같잖더라고”

나는 술 한잔을 입에 털어 넣으며 씁쓸하게 이야기했다.

친구도 술잔을 비우며 나에게 이야기했다.

“그럴 수도 있겠지. 근데 그런 친구들이 눈에 들어온다는 것 자체가 교사로서 좋은 자질이라고 생각해. 불편한 사실을 애써 외면하는 교사들도 많잖아. 근데 너는 그걸 좋든 실든 계속 보고 있는 거고.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야 점차 알아가게 되겠지. 나는 너 같은 교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때는 친구의 말이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 또한 점차 외면하길 선택하는 교사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하는 고민은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예비교사의 고민일 뿐이라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교사가 된 나는 아직까지도 소외된 친구들이 눈에 밟힌다.

그리고 내가 줄 수 있는 도움을 최대한 주려 노력한다. 다만 같잖은 동정심은 잠시 버려두기로 했다. 불쌍하다는 감정은 빼고 그 아이가 처한 문제를 현실적으로 바라보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점점 편해지는 것 같다.


학교에는 다양한 아이들이 있다.

빛나는 아이들 주변에서 움츠러들어 있는 학생들이 조금씩 어깨를 펴고 살아가기를 바란다.

‘나는 안될 거야’ 대신 ‘한 번 해볼까?’라고 생각하며 부딪혀보는 학생들이 되기를 바란다.


적어도 나와 함께 교실에 있는 순간만큼은 그런 학생들도 웃을 수 있는 교실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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