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편리함과 불편함 사이
최근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 1인당 1 기기가 보급이 완료가 되어가고 있다. 즉, 어느 학교를 가도 모든 학생이 자신이 쓸 수 있는 디지털 기기가 있다는 의미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나는 디지털 기기를 수업에 거의 활용하지 않았다. 사실 관심이 없었고, 종이책과 ppt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아니 정확히는 이거라도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새로운 학년도를 맞이하며 주변 사람들이 많이 변화했고, 나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 사람들은 너무도 유능했고 열정적이었다. 그렇게 나도 디지털기기를 활용한 수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완전히 디지털기기를 활용해 보자는 마음은 아니었다. 나에게는 마음에 걸리는 부분들이 있었다.
1. 집중력의 저하
패드를 손에 쥔 학생들은 순식간에 집중이 패드로 향한다. 그리고 패드에 있는 각종 앱과 인터넷 등등 수 없이 많은 유혹들이 학생들의 집중을 방해한다.(종이에 펜으로 낙서를 끄적이는 것보다 패드에 펜슬로 낙서를 하는 것이 학생들의 집중을 몇 배는 더 빼앗아간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종이를 사용해도 되는 수업이라면 굳이 패드를 쓸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 불확실한 수업스타일
이 부분이 가장 큰 문제였다. 수업에 디지털기기를 활용하면 좋다는 소리는 대학교를 다닐 때부터 들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나가서 수업을 해보니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이것은 결국 나의 근본적인 문제였는데, 나에게는 아직 나만의 수업스타일이 자리잡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종이교과서를 사용하는 수업에서도 나만의 스타일이 갖춰져 있지 않은데 내가 패드를 쓴다고 해서 더 나은 수업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했다.
3. 부족한 경험과 지식
마지막으로 나조차도 아이패드를 사용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수업에 사용되는 앱들을 사용하는 것이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내가 사용할 줄도 모르는 앱들로 수업을 구성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니 막막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새 학기가 시작한 후 한 달간은 패드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4월이 지나 점차 주변 선생님들을 보며 패드를 수업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굉장히 낯설기도 했고 서툴렀지만 조금씩 희망을 보게 되었다. 학기 초에 가지고 있던 막연한 부담감과 걱정을 지나 이제 조금씩 수업에 대해 고민하고 준비하는 시간을 기대하기 시작했다. 나의 걱정들이 빠르게 기대로 변하게 된 이유에는 디지털 기기, 패드로 하는 수업이 가진 명확한 강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1. 데이터의 축적
아이패드로 하는 수업에서는 스쿨워크라는 앱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학습지 파일을 배부하고, 학생들이 학습지를 완료하면 그 파일이 즉시 교사에게 수합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즉 모든 수업이 파일로 기록된다. 기존의 종이로 하는 수업에서는 별도의 포트폴리오 파일을 갖추어야 한다면 아이패드로 하는 수업에서는(다른 디지털 기기도 가능할 테지만) 의도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파일이 차곡차곡 쌓인다. 교사는 이를 나중에 잘 활용하기만 하면 된다.
2. 다양한 창의적 활동 가능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종이교과서는 학생들이 하는 활동이 한정적이었다. 학생들은 종이 교과서 위에 쓰거나, 줄을 긋거나, 스티커를 붙이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등의 활동들만 할 수 있다. 이것은 아날로그가 가진 제약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환경에서는 앞의 활동들을 포함한 더 넓은 범위의 활동들을 가능하게 한다. 수업내용을 말로 설명하며 녹음해 보기, 화면녹화를 통해 배운 내용 설명하기, 공유파일을 이용해 협업하기 등등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능들이 무수히 많다. 이는 학생들이 다양한 창의적 활동들을 할 수 있도록 만든다.
3. 교사의 자기 평가
이 부분은 데이터의 축적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학생들이 수행한 학습활동지를 보면 나의 수업을 반성하게 된다. 특히 수업 내용이 어려웠는지, 내가 학생들에게 적절한 비계를 제공하지 못해서 학생들이 어려웠던 것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학생들의 활동 수준을 보고 나의 수업을 조절할 수 있고 이 과정들이 반복적으로 나의 수업을 고민하고 변화하게 하는 것 같다. 어쩌면 이것이 교사에게 있어서는 가장 큰 강점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은 패드가 점차 익숙해져서 많은 수업에서 활용하고 있다. 다만 계속해서 고민하게 되는 것은 내 수업의 방향성인 것 같다. 지금 패드를 사용하는 것은 얕은 수준에서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의 일관된 방향성이 생기면 그것과 결합하여 더 깊게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