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z's
패우릭은 백팩커 앞에 차를 주차했다. 내가 중얼거렸다.
“정말 바쁜 날이군.”
패우릭은 실소했다.
“아이고 같잖다. 짜슥. 니가 광산에서 한 시간만 일해보면 진짜로 바쁜 날이 뭔지 알게 될 끼다. 일단은 들가자.”
백팩커 리셉션데스크엔 아직 리즈가 퇴근 안 하고 앉아있다. 패우릭이 말했다.
“리즈 집에 가요. 이제 내가 볼께요. 니 지금 안 바쁘면 TFN 지원하고 짐 싸라.”
패우릭 말대로 인터넷으로 차근차근 필요한 정보들을 적어냈다. 그런데 마지막 페이지에 무려 $60이 넘는 수수료를 받는 것 아닌가.
“아니 무슨 놈의 수수료가 $60 이나……”
나의 중얼거림을 듣고 리즈가 말렸다.
“조니! 그건 사기야 달링. 속지마! Government 마크 붙어있니? 호주 정부는 공문서 접수 받을 때 수수료 같은 거 안 받아!”
자세히 보니 정부 마크도 안 붙어있다. 구글 검색결과를 다시 확인해보니, 가장 위에 걸려있는 사이트는 신청대행사이트였다. 하마터면 돈 날릴 뻔 했다. 다시 제대로 된 호주 국세청(ATO) 사이트로 들어가 신청하니 리즈 말마따나 수수료 같은 건 받지도 않았다. 대행사이트는 얼마나 돈이 급했던지 내가 결제 창을 닫자마자 나에게 “당신이 작업 중에 취소했으니 접수가 안 됐으므로 돌아가 수수료를 지불하시오.” 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건 한국이나 호주나 마찬가지다.
그걸 지켜보던 리즈가 나에게 말했다.
“그나저나 조니, 일 알아본다는 건 잘 되었냐?”
나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쉽지 않네요.”
때마침 제이콥이 레쥬메 한 뭉치와 함께 백팩커로 돌아왔다. 그도 마을을 돌며 일을 구하고 있는데 뉴질랜드인이라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데도 생각처럼 잘 안 구해지는 것 같다.
“둘 다 허탕인가 보구나.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계속 돌려봐.”
패우릭이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이 말했다.
“리즈, 일마가 들어보니까는 방 구하긴 구했는데, 주당 $190 이래요.”
리즈는 깜짝 놀랬다.
“조니! 그건 너무 비싸. 가지 말고 그냥 우리 집에서 살아라. 와이파이 포함해서 주당 $150 에 맞춰줄게.”
“하지만 이미 계약을 끝냈는걸요.”
“아이고 문디자슥. 뭐가 급하다고. 아니 뭐 니 일이니깐 니가 알아서 할 문제긴 한데, 내가 생각할 때도 $190은 너무 비싸다. 돈 낭비라고. 니 아직 직업도 없다 아이가. 알바라도 뛰는 놈이면 그냥 그러려니 해도 니가 언제 일 구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파하드도 비싸다카더만.”
“아니 뭐 맞는 말이긴 한데…… 쉐어는 처음이기도 하고. 단 2주 만이라도 경험해보고 싶어. 계약한 집은 디파짓(보증금. 보통 2주 집세를 미리 주인에게 맡겨두었다가 약속한 기간을 채우고 퇴실할 때 돌려받는다.)도 없고.”
패우릭은 영 찜찜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뭐 니가 그렇다면야…… 일단은 어딜 가든지 일은 빨리 구해야된다이. 내일부터 레쥬메 뽑아가꼬 도미노든 어디든 다 찔러 넣어봐라. 하루라도 늦게 돌릴수록 다른 놈이 그 자리를 채운다. 알겠제? 뭔 일 있으면 내나 파하드한테 연락하고.”
만난 지 고작 삼 일 밖에 안 된 이 모든 사람들이 날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