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Egan St.
집주인 트레버가 보는 앞에서 일주일 치 집세를 송금했다.
“이제 계약이……”
“성사되었군.”
트레버는 악수를 청했다. 내가 사는 집은 깔끔한 주방과 거실에, 뒷마당에는 테이블이 있고, 나를 포함해 여섯 명의 플랫메이트들이 산다.
각각의 플랫메이트들은 다음과 같다.
스틸. 호주 남성. 미장 업 종사. 20대 후반. 사나이 중의 사나이이자 재간꾼.
브루스. 호주 남성. 무직. 할아버지뻘 되는 중년 남성이다. 낮 시간 내내 집 이곳 저곳을 청소하고 수리하는데,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트레버조차 집세를 받는 걸 미안해 할 정도다.
가츠. 스코틀랜드 남성. 골프장 관리원. 20대 중반. 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 스코틀랜드 특유의 악센트로 이야기해대서 내가 가끔 못 알아들을 땐 답답해한다. 츤데레 기질이 다분하다.
매그. 아일랜드 여성. 20대 후반. 미용사. 다정다감하며 고민을 털어놓을 때면 훌륭한 카운셀러가 되어준다. 가끔 후추를 지나치게 많이 넣은 수프를 먹여 나를 울게 만든다.
아만다. 아일랜드 여성. 20대 후반. 미용사. 아이리쉬 특유의 악센트를 쓰는데, 아마 여태껏 만난 모든 사람을 통틀어서 가장 알아듣기 힘든 것 같다. 기쁠 땐 신나게 춤을 춘다.
각각의 플랫메이트들은 제 각각의 성격, 개성을 가지고 있으며, 모두가 퇴근한 밤만 되면 하루 있었던 일들을 신나게 떠든다.
“진짜? 아니 그렇게 공부하면 대체 언제 놀고 언제 쉬어?”
매그가 놀라며 말했다.
“근데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이 그래. 특히 졸업반 즈음엔 공부 말고 다른 걸 하는 게 죄책감이 들 정도라니까.”
“미친 거 아이가.”
아만다가 담배를 털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이도 우리나라에선 중요해. 여긴 할아버지고 어린 아이고 다 친구잖아. 근데 우리 나라에선 한 살이라도 많으면 존댓말을 써야 해. 영어로 표현하면, 매 문장마다 Sir, Ma’am 을 붙인다고 생각하면 되려나……”
“아이고 참말로 골때리는구마잉. 어찌 그런디야.”
가츠가 중얼거렸다. 솔직히 뭔 말 하는지 못 알아들었지만 그냥 넘겼다.
“조니. 맥주 더 마실래?”
스틸이 물었다.
“아니. 난 괜찮아.”
“아니, 안 괜찮아. 사나이라면 그걸로 끝내면 안 돼.”
“진짜 남자다움은 술 담배로 증명하는 게 아니라고.”
스틸은 내 말은 무시하고 맥주병을 따서 나에게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