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Go Jony

<호주생활> Go, Jony - 열두번째

When I first met you

by Jony

Tue.26.Apr.2016

Rainy


“저…… 예약했는데요.”

리셉션 미즈는 무미건조하게 폼을 뜯어 나에게 건넸다. 작성하고 제출하니 방으로 안내되었다.

내가 온 곳은 Goldfield Legal Centre. 쉽게 말하면 칼굴리에 새로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정착을 돕는 곳이다. 영어수업 현황, 비자를 통해 받을 수 있는 교육 및 법률적 도움, 구직지원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좋은 아침이에요. 이리로 앉으세요.”

사무관 캐롤은 웃으며 자리를 권했고, 리셉션 미즈는 무표정을 유지한 채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갔다.

“어떤 도움이 필요하시죠?”

“칼굴리 지역사회에서 영어수업을 제공하는지 알고 싶어서요.”

“그렇군요. 여권과 비자를 보여주시겠어요?”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캐롤은 컴퓨터로 자료를 찾는다.

“워킹홀리데이…… 417 비자…… 우선 Institution에서 제공하는 영어수업에 대해 알아봐 드릴께요. 영주권자에게 무료로 수업을 지원하는데 학생비자나 워킹비자는 수업료가 부과될 수도 있으니 참고하시고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걸어 한동안 통화를 했다.

“알아본 바로 현재 조니 씨가 가지고 있는 비자를 통해 수업은 가능해요. 한 유닛당 $200 이구요, 한 유닛은 한 달 동안 진행합니다. 총 3개월 과정이에요. 그러니, $600 정도 드는군요. 주 1회 수업이고 한 타임은 3시간 동안 진행됩니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비싸지 않다. 일반적인 어학원의 경우, 달에 $1,000씩 내는 경우도 있으니.

“그래도 가격이 부담 되시다면…… 무료 수업도 제공해요. 저희 Legal Centre 에서 한 달에 한 번 수업을 하구요, 또 다른 무료수업으로는 오지 슬랭 수업이 있어요. 이 수업은 영어가 어느 정도 되는 사람들 대상으로 진행될 거에요. 주 1회 1시간 반 동안 도서관에서 진행되는군요. 시간도 6시부터 7시 반 까지라 일을 구하시더라도 퇴근하고 참석하시기 좋을 거에요.”

그녀는 몇 가지 안내 책자를 건넸다.

“고맙습니다. 다른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네. 물어보세요.”

“공증 관련해서 말인데요, 제가 JP 리스트는 가지고 있습니다만, 관공서에서 공증 받을 수는 없나요?”

“당연히 가능합니다. 법원 상주 JP가 있어요. 다만, 주 2회 월, 금요일 11시부터 1시까지만 받아줘요. 많이 바쁘신 건이면 직접 다른 JP와 예약 잡으시는 게 낫습니다.”

“그렇군요.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Centre를 나오며 팜플렛을 자세히 봤다. 일단 유료수업보다는 무료수업 만이라도 참석 해 보자고 마음먹었다.

바깥은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우산을 쓰고 시내를 걸었는데, 그 아무도 우산 따윈 쓰지 않는다. 생각해보니 아까 도서관에 잠시 들러 우산 둘 곳이 있냐고 물어봤을 때 안내원이 그런 거 없다고 했었고, 어제 경마장에서 비를 가방으로 가리자 스틸이 조용히 내 팔을 아래로 치웠던 기억도 난다.

빗줄기가 너무 심해진 탓에 레스토랑 앞 처마에 서서 비를 피하다. 내 옆엔 약간 가무잡잡하고 예쁜 소녀 하나가 자전거 안장에 탄 채 같이 비를 피하고 있다. 인사를 건넸다.

“하이.”

“하이.”

“여기 사람들은 우산 잘 안 쓰나요?”

“아…… 하하. 네. 안 써요.”

“이상하네요. 제가 살던 나라에선 비가 조금만 와도 다 쓰는데.”

소녀는 웃으며 잠시 생각했다.

“음…… 남자들은 특히 더 그래요. 남자답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비 올 때 우산을 쓰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살았던 나로서는 참 어색한 곳이다.

“출근하는 중인가 봐요?”

내가 물었다.

“아니요. 저 퇴근했어요. 저기 헝그리잭스에서 일해요.”

“아…… 그렇군요. 난 조니에요.”

“글라이델.”

손을 건네 악수했다.

“어느 나라에서 왔어요?”

그녀가 물었다.

“한국에서요. 그쪽은?”

“저는 필리핀에서 왔어요.”

“아…… 필리핀. 필리핀 여자는 다 예쁜 거 같네요.”

“네? 하하하.”

그녀는 쑥스러운지 다른 곳을 보며 웃었다.

“그럼 혼자 지내는 거에요?”

내가 물었다.

“아니요. 아버지가 광부에요. 엄마는 홍콩에 있고 오빠 두 명, 여동생 한 명이랑 같이 살아요. 칼굴리는 왜 온 거에요?”

“일자리 찾아 왔어요. 마이닝이 돈이 된다고 해서요. 온 지 일주일 정도 밖에 안 돼서 그런지 친구가 많이 없네요.”

“혼자 왔어요?”

“네. 혼자요. 전 스물 셋이에요. 나이가?”

물론 나이를 물어보는 건 크나큰 실례이나, 미성년자인지 알고 싶어서 물어봤다. 타국에서 범죄자가 되긴 싫었다. 호주는 만으로 열일곱 이하는 청소년이다.

“아, 저는 열아홉이요.”

속으로 예스를 외쳤다.

“음…… 커피 좋아해요?”

“네?”

그녀는 당황했는지 웃었다.

“커피 좋아하냐고요.”

“지금은 좀 바쁜데……”

“그럼 다음에 마시죠. 어때요?”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내 휴대폰을 건넸고, 그녀는 자기 번호를 찍어줬다.

비가 멎기 시작했다. 레스토랑들이 브레이크타임을 가지는 오후 3시가 다가온다. 가방 속에 레쥬메를 돌릴 시간이다.

“그럼 연락할게요.”

글라이델에게 웃으며 인사했고, 그녀도 웃음으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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