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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이마트 1층. 수많은 사람들이 계산대를 나와 집으로 향하는 길목에, L사와 S사 인터넷 영업점이 있다. 반 평도 안 되는 작은 매대에 소속된 영업사원들은 작은 전단지를 들고 고객들을 끌어온다.
“고객님, 인터넷 어떤 거 쓰세요?”
“그건 너무 비싸요 고객님! 가격 보이시죠? 이게 말이 됩니까?”
“위약금 저희가 다 해드립니다. 가족 중에 저희 통신사 휴대폰 있으세요?”
식사 후 매니저는 항상 나에게 묻는다.
“양치는 했나?”
“못 했습니다.”
“하고 온나. 니 같으면 입에서 냄새 나는 사람하고 계약하고 싶겠나.”
매력 없는 상품을 매력 있게 만들려면 우선 나 자신부터 다듬어야 한다. 깔끔한 복장은 기본이요, 흡연 후에는 가글 후 현장 투입이 원칙이다.
각 매대 간 총성 없는 전쟁은 오전 열 시부터 시작해 오후 아홉 시에 끝난다.
“니 오늘 몇 개 팔았노.”
점장이 나에게 물었다.
“못 팔았습니다.”
“그라믄 밥값 못한 기제? 집에 가서 밥 먹으면 된다 안 된다?”
“안 됩니다.”
“내일은 오늘 못 한 것까지 두 개는 팔아야 된다 알긋제? 고생했다. 퇴근해라.”
점장은 내 어깨를 두드렸다.
모두가 이미 “가지고 있는” 인터넷을 바꾸라고 설득해야 한다. 비단 인터넷뿐만 아니다. 계약을 따내지 못하면, 세일즈맨으로서 실격이다.
사직하고 몇 개월 후, 난 지금 나 자신을 팔기 위해 낯선 나라 한 호텔 앞에 서 있다. 준비한 대사를 다시 재점검하며 나 자신에게 되뇌었다. 하루 한 건의 인터뷰를 따내지 못하면 밥값 못 한 거라고. 심호흡을 하고 호텔로 들어갔다.
“Good afternoon. 체크인하시겠어요?”
리셉션 미즈가 나에게 물었다.
“Good afternoon. I’m looking for a job. Do you have any vacancy in this place? I have an experience as a housekeeper.” (안녕하세요. 일자리를 찾고 있습니다. 남는 자리 있을까요? 하우스키핑 경력은 있습니다.)
“Sorry. 당장은 사람 구할 계획이 없네요.”
“That’s alright. Could I give you my resume?” (괜찮습니다. 제 이력서를 드려도 될까요?)
“아…… 네. 나중에 고려해보고 연락 드릴께요.”
미즈는 웃으며 말했다.
호텔을 나왔다. 첫 시도라 그런지 심장이 미친 듯 뛰었다. 일단 아까의 행동을 재점검했다. 복장, 대사, 표정, 제스처 모든 것까지, 내가 사장이라면 과연 나를 고용하고 싶었을지 고민했다. 반성한 결과, 다음 행선지에서는 좀 더 친근하게 웃고, 자신감 있게 어필해야 할 것 같았다. 아, 문을 나서기 전에 Thank you 를 빼먹은 것 같다.
집 앞 블록부터 시작해 그 다음 블록, 그 다음 블록 이런 식으로 레스토랑, 바, 호텔, 카페 등을 노렸다. 중간 중간 에이전시들도 들러 폼을 작성해 제출했다.
몇 가지 팁. 가게를 방문할 시 시간선정이 중요한데, 레스토랑의 경우 오후 3시부터 오후 5시까지 손님이 없는 한가한 시간대를 공략하는 것이 좋다. 식사 시간대를 피하는 것은 센스 중의 센스.
또한 레쥬메를 제출할 시, CV(Cover Latter. 레쥬메 앞 장에 첨부하는 자기를 소개하는 간략한 편지)를 제출하는 것도 불문율이다. 구글 검색 시, 예제들을 확인할 수 있으니 참고할 것. 그리고 한국인이다 보니 문법이나 문장구조 부분에서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이 당연히 생길 수 밖에 없는데, 나의 경우 이 부분은 플랫메이트들을 통해 다시 재 교정 받았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가끔 Private number(발신번호표시제한) 으로 인터뷰 제안 연락을 받기도 한다는 것이다. 내 휴대폰 백신이 자동으로 이 번호들을 차단하고 게다가 통화 설정에서조차 수신 거부해놓았기 때문에 일부 전화를 받지 못한 불상사가 생기기도 했다. 참고해 두도록 하자.
반응들은 다양했다. 무관심 한 곳, 다음주쯤에 연락 한 번 주겠다는 곳, 레쥬메만 두고 가라는 곳 등등……. 긍정적이라고 낙관하지도, 부정적이라고 비관하지도 않았다. 백 번 돌리면 한 번 연락 올 거라는 기대로 돌리는 레쥬메니까. 설령 완벽하지 않더라도 마지막 백 번째의 인터뷰를 따내기 위해 연습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오후 다섯 시. 해가 뉘엿뉘엿할 때쯤 집으로 돌아왔다. 브루스는 정원을 손질하고 있다가 나를 보며 웃으며 인사했다.
“헤이 조니. 일은 구했냐?”
“아직 못 구했어 브루스. 일자리를 구하려면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니 기다려봐야지.”
“그래 니 말이 맞아. 기다리다 보면 구해질 거야.”
“고마워. 브루스, 나 에이전시 돌면서 폼을 좀 받아왔는데, 나중에 시간 되면 지원서 작성 좀 도와줄 수 있어?”
“아하. 저녁 먹을 때쯤 봐줄게.”
브루스는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