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Go Jony

<호주생활> Go, Jony - 열세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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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y

창원 이마트 1층. 수많은 사람들이 계산대를 나와 집으로 향하는 길목에, L사와 S사 인터넷 영업점이 있다. 반 평도 안 되는 작은 매대에 소속된 영업사원들은 작은 전단지를 들고 고객들을 끌어온다.

“고객님, 인터넷 어떤 거 쓰세요?”

“그건 너무 비싸요 고객님! 가격 보이시죠? 이게 말이 됩니까?”

“위약금 저희가 다 해드립니다. 가족 중에 저희 통신사 휴대폰 있으세요?”

식사 후 매니저는 항상 나에게 묻는다.

“양치는 했나?”

“못 했습니다.”

“하고 온나. 니 같으면 입에서 냄새 나는 사람하고 계약하고 싶겠나.”

매력 없는 상품을 매력 있게 만들려면 우선 나 자신부터 다듬어야 한다. 깔끔한 복장은 기본이요, 흡연 후에는 가글 후 현장 투입이 원칙이다.

각 매대 간 총성 없는 전쟁은 오전 열 시부터 시작해 오후 아홉 시에 끝난다.

“니 오늘 몇 개 팔았노.”

점장이 나에게 물었다.

“못 팔았습니다.”

“그라믄 밥값 못한 기제? 집에 가서 밥 먹으면 된다 안 된다?”

“안 됩니다.”

“내일은 오늘 못 한 것까지 두 개는 팔아야 된다 알긋제? 고생했다. 퇴근해라.”

점장은 내 어깨를 두드렸다.

모두가 이미 “가지고 있는” 인터넷을 바꾸라고 설득해야 한다. 비단 인터넷뿐만 아니다. 계약을 따내지 못하면, 세일즈맨으로서 실격이다.


사직하고 몇 개월 후, 난 지금 나 자신을 팔기 위해 낯선 나라 한 호텔 앞에 서 있다. 준비한 대사를 다시 재점검하며 나 자신에게 되뇌었다. 하루 한 건의 인터뷰를 따내지 못하면 밥값 못 한 거라고. 심호흡을 하고 호텔로 들어갔다.

“Good afternoon. 체크인하시겠어요?”

리셉션 미즈가 나에게 물었다.

“Good afternoon. I’m looking for a job. Do you have any vacancy in this place? I have an experience as a housekeeper.” (안녕하세요. 일자리를 찾고 있습니다. 남는 자리 있을까요? 하우스키핑 경력은 있습니다.)

“Sorry. 당장은 사람 구할 계획이 없네요.”

“That’s alright. Could I give you my resume?” (괜찮습니다. 제 이력서를 드려도 될까요?)

“아…… 네. 나중에 고려해보고 연락 드릴께요.”

미즈는 웃으며 말했다.

호텔을 나왔다. 첫 시도라 그런지 심장이 미친 듯 뛰었다. 일단 아까의 행동을 재점검했다. 복장, 대사, 표정, 제스처 모든 것까지, 내가 사장이라면 과연 나를 고용하고 싶었을지 고민했다. 반성한 결과, 다음 행선지에서는 좀 더 친근하게 웃고, 자신감 있게 어필해야 할 것 같았다. 아, 문을 나서기 전에 Thank you 를 빼먹은 것 같다.

집 앞 블록부터 시작해 그 다음 블록, 그 다음 블록 이런 식으로 레스토랑, 바, 호텔, 카페 등을 노렸다. 중간 중간 에이전시들도 들러 폼을 작성해 제출했다.

몇 가지 팁. 가게를 방문할 시 시간선정이 중요한데, 레스토랑의 경우 오후 3시부터 오후 5시까지 손님이 없는 한가한 시간대를 공략하는 것이 좋다. 식사 시간대를 피하는 것은 센스 중의 센스.


레쥬우메.jpg 나의 레쥬메와 CV

또한 레쥬메를 제출할 시, CV(Cover Latter. 레쥬메 앞 장에 첨부하는 자기를 소개하는 간략한 편지)를 제출하는 것도 불문율이다. 구글 검색 시, 예제들을 확인할 수 있으니 참고할 것. 그리고 한국인이다 보니 문법이나 문장구조 부분에서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이 당연히 생길 수 밖에 없는데, 나의 경우 이 부분은 플랫메이트들을 통해 다시 재 교정 받았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가끔 Private number(발신번호표시제한) 으로 인터뷰 제안 연락을 받기도 한다는 것이다. 내 휴대폰 백신이 자동으로 이 번호들을 차단하고 게다가 통화 설정에서조차 수신 거부해놓았기 때문에 일부 전화를 받지 못한 불상사가 생기기도 했다. 참고해 두도록 하자.

반응들은 다양했다. 무관심 한 곳, 다음주쯤에 연락 한 번 주겠다는 곳, 레쥬메만 두고 가라는 곳 등등……. 긍정적이라고 낙관하지도, 부정적이라고 비관하지도 않았다. 백 번 돌리면 한 번 연락 올 거라는 기대로 돌리는 레쥬메니까. 설령 완벽하지 않더라도 마지막 백 번째의 인터뷰를 따내기 위해 연습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오후 다섯 시. 해가 뉘엿뉘엿할 때쯤 집으로 돌아왔다. 브루스는 정원을 손질하고 있다가 나를 보며 웃으며 인사했다.

“헤이 조니. 일은 구했냐?”

“아직 못 구했어 브루스. 일자리를 구하려면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니 기다려봐야지.”

“그래 니 말이 맞아. 기다리다 보면 구해질 거야.”

“고마워. 브루스, 나 에이전시 돌면서 폼을 좀 받아왔는데, 나중에 시간 되면 지원서 작성 좀 도와줄 수 있어?”

“아하. 저녁 먹을 때쯤 봐줄게.”

브루스는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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