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Go Jony

<호주생활> Go, Jony - 열다섯번째

I got a job!

by J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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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를 타고 낮게 깔린 구름들을 지난다. Super pit 광산과는 조금 떨어져 있는 West Kalgoorlie에는 중장비, 특수화물차량, 드릴 등의 서포팅 업체들이 밀집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오늘은 샘플플랜트, 소위 말하는 돌공장인 ALS와 SGS를 노릴 것이다.

버스에 내려 황량한 도로 한 가운데에 구글 지도로 검색하고 있으니 차 한 대가 다가온다. 부인이 나에게 묻는다.

“어디까지 가요?”

“ALS 공장이요. 어딘지 아세요?”

“타세요.”

그렇게 난생 처음 히치하이킹을 하게 되었다.

“어디서 왔어요?”

“한국에서 왔어요. 칼굴리가 돈 벌기 좋다 해서요.”

“맞는 말이죠. 샘플플랜트에는 외국인들도 많이 지원해요. 지원서 넣으면 며칠 안에 연락 올 거에요. 저 건물이 ALS에요.”

부인은 공장 앞에 나를 내려주었다.

“Thank you!”

“No worries!”

부인의 차는 다시 왔던 방향으로 사라졌다. 말로만 듣던 ALS는 생각보다 많이 작았다. 안으로 들어갔다.

리셉션에 일 지원하러 왔다고 하니 폼을 하나 건네준다. 앉아 작성하고 제출하니 검토하고 연락 준단다. 생각보다 간단했다. 조금 떨어진 SGS에 방문해서도 똑같은 절차로 지원하다.

다시 시티로 돌아와 레쥬메를 뿌렸다. 오지 레스토랑, 인도 레스토랑, 터키 케밥 테이크 어웨이, 호텔, 모텔, 바, 카페 가리지 않고 뿌렸다. 어차피 이 동네에 한인식당은 없다. 어딜 지원하든 의사소통 하려면 영어를 써야 하는 환경인데다 호주에서 구하는 첫 일자리부터 재고 따질 생각은 없었다. 그러다 한 모텔에 도착했다. 심호흡을 하고 리셉션으로 들어갔다.

“Good afternoon.”

매니저로 보이는 남자가 나를 맞았다. 수염을 참 멋지게 길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Good afternoon Sir. 저는 일자리를 찾고 있습니다. 혹시 사람 필요하지 않으신가요? 저는 하우스키핑 6개월 경력이 있습니다.”

매니저는 관심을 보였다.

“사람이 필요하긴 합니다. 경력도 있으시다고요?”

“네. 우리 나라 리조트에서 6개월 간 일했었지요.”

“리조트라…… 일반적인 호텔과는 차이가 있나요?”

관심을 보인다. 장점을 부각시키자.

“물론 우리 나라 문화 특성상 많은 부분이 다르긴 할 겁니다. 우리 나라는 난방 구조조차 달라서 신발을 벗고 실내로 들어가니까요. 그래도 저는 각종 화학 제품들을 다룰 줄 압니다. 또한 구조가 다르더라도 청소의 본질은 기본적으로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요…… 흠…… 일단 CV와 레쥬메는 가지고 있겠죠?”

“물론입니다.”

매니저는 CV를 재빠르게 읽고 레쥬메를 눈 여겨 보았다.

“군대도 갔다 오셨군요. 흠…… 다른 일도 많이 하셨고요…… 그래도 우리 호텔은 ALS 같은 공장보다는 돈을 많이 못 벌지도 몰라요. 혹시 지원 했나요?”

“안 그래도 ALS와 SGS에 지원서를 넣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이고, 6개월 후면 다른 직장을 찾아야 합니다. 샘플플랜트나 광산은 호주 전역에 있진 않지만, 호텔은 어딜 가나 있지요. 만약 고용해 주신다면 다른 곳에서 연락이 오더라도 거절할 생각입니다.”

매니저의 반응은 긍정적으로 기울었다. 그는 고민하는 듯 했다. 그때 내 머리를 번뜩 지나갔던 생각은 인터넷 영업사원 시절 점장의 가르침이었다.


“와 그냥 보냈노. 한참 얘기하더만.”

“정말 바쁘다 그래서요. 관심 있으니깐 전화 꼭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안됀다 안돼. 니는 다 잡은 고기를 놓친 기라.”

나는 어리둥절했다.

“있다 아이가. 아무리 순간 관심을 보였다 하더라도 집에 돌아가면 고객이 인터넷 생각이나 할 것 같나? 다른 일 하다 까먹어버릴 끼고 우리 전단지는 쓰레기통에 처박힐 게 뻔한 기라. 관심을 보였으면 바로 승부 봐야 한다. 제 아무리 바쁜 고객이라도 3분만 시간 달라 해가 모셔오면 40분 넘게 설명 듣다가 계약서에 싸인 하고 간다. 그런 케이스가 한둘이 아니라. 삐끼 돌릴 때는 항시 명심해라. 그냥 보내면 지는 기다. 진짜 못 끌어오겠으면 번호라도 따온나 알겠제?”


뭘 주저 하는가. 나는 쐐기를 박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제가 이제까지 일해 온 환경과 많이 다를 걸 압니다. 하지만 저에게 일을 맡겨만 주신다면, 최선을 다 할 자신이 있습니다.”

“흠…… 좋군요.”

매니저는 레쥬메를 덮고 잠시 고민하였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는 잠시 양해를 구하고 사무실로 들어가 직원과 대화를 나눴다.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매니저는 서류 뭉치를 들고 오더니 돌아와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내일 오전 여덟 시 사십오 분까지 리셉션으로 오세요. 복장은 단정하되, 최대한 편한 옷으로. 지금 딱 좋네요. 서류는 작성되는 대로 사무실로 가지고 오면 되요. 급여일 이전에 가지고 오면 우리가 일 하기 편합니다.”

그는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고맙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좋아요. 내 명함입니다. 궁금한 것 있으면 언제든 부담 가지지 말고 연락 줘요.”


리셉션을 나오며, 한 블록쯤 지났을 때, 골목길 한 가운데서 팔을 쭉 뻗었다.

“이야아호오!!!!!”


레쥬메를 돌린 지 3일 째,

나는 직장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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