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usekeeping
Fri.29.Apr.2016
“만나서 반가워요. 내 이름은 투아에요.”
리셉션 여직원은 웃으며 말했다. 투아는 곧장 나를 린넨실로 안내했다.
큰 창고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린넨실 안은 아침부터 꽤나 분주해 보였다. 빨래는 세탁기 안에서 정신 없이 돌아가고, 직원들은 바삐 움직인다.
“자, 인사해요. 여긴 새로 일하게 된 조니에요. 조니, 여긴 로켈, 엘리시아, 데비, 로스.”
못해도 어머니뻘은 넘는 아주머니들이 나의 동료다. 국적은 다양해 보였다.
“데비, 트라이얼 기간 동안 조니를 가르쳐줘요. 그럼 조니, 수고해요.”
투아는 나를 데비에게 인계하고 사무실로 돌아갔다.
“반가워 조니. 난 데비야. 일단 린넨실부터 안내해 줄게. 이 창고로 들어가면…….”
데비는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로 말하기 시작했다. 첫 출근이라 긴장할 대로 긴장한 탓에 도무지 들리지가 않았다.
“저…… 데비, 내 영어가 완벽하지 않아요. 양해를 구할게요.”
“괜찮아.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 질문하렴. 창고는 다 봤으니 이제 트롤리를 살펴볼게. 맨 위에 타월을 올려놓고 그 위에 이불 시트를 3개 정도 놓는단다. 아래쪽엔 커피, 설탕, 티, 밀크, 주방세제, 비누, 샴푸, 컨디셔너, 바디로션, 샤워 젤…….”
나는 수능시험 외국어영역 듣기평가 칠 때의 열 배는 더 집중해서 이해하려고 했다. 정말 중요하다 싶은 부분은 Pardon? 하고 물어서 다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데비가 너무 빠르게, 순간 너무 많은 것들을 말하는 탓에 필기하려고 가져온 노트조차 무용지물이 되었다. 아마 70%는 눈치로 이해한 것 같다.
“자 이제 9시가 되면 청소 출발할거야. 스케줄표보고 효율적으로 동선 계산해서 향해야 해. 우린 237호 먼저 갔다가 거꾸로 타고 와서 F/S에서 멈추고, 다시 145호로 가서…….”
“고우 고우 고우!!!”
엘리시아가 옆에서 힘차게 트롤리를 밀며 출발했다.”
“이해했지? 그럼 출발하자.”
방 문 앞에 도착해 작은 방 청소하는 것부터 배웠다.
“우선 쓰레기부터 빼고 채워 넣을 것 다 채워 넣어야 해. 기본적으로 작은 방은 비누가 두 개, 삼푸 하나, 컨디셔너 하나, 바디로션 하나, 샤워 젤 하나, 타월 둘, 베스메이트 하나, 페이스 클로즈 하나, 봉지는 화장실은 작은 것 하나, 거실에는 큰 봉지 밑에 하나 깔고 그 위에 하나 씌워주고, 욕실 커튼 더러운지 체크한 후 갈아줘야 해. 거실로 오면 커피, 설탕, 티, 밀크 체크하고…….”
내가 일했던 리조트와는 차원이 틀렸다. 뭔 놈의 수건은 큰 수건 작은 수건 얼굴 닦는 수건 일일이 다 구분되어 있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였으나 그냥 외우기로 했다.
“다음은 침대 시트를 갈아줘야 해. 이걸 베딩(bedding)이라 한단다. 복잡하니 이제부터 잘 들으렴.
리조트에서 베딩은 어느 정도 연습했다 생각했으나 FM 베딩은 나의 경력이 무색할 정도로 틀렸다. 매트리스, 매트리스 보호대, 매트리스 시트, 침대 시트, 이불, 커버 순으로 갈아주며, 완벽하게 각을 잡아줘야 한다.
사실 나의 일터는 일반적 모텔과는 틀렸다. 이름만 모텔이지 4성급 호텔로 인정받은 곳이었던 것. 그렇다고 한가롭게 방 하나하나 치우다간 마감 시간인 오후 1시까진 다 끝내지도 못한다. 즉, 신속하게 하되, 완벽하게 해야 한다.
“방 하나당 20분 안에 끝내겠다는 생각으로 해야 해. 깔끔한 방은 10분에서 15분만에 끝내야 하고. 다음 방은 L/S 야. 아직 체크아웃 안 한 손님이니까 쓰레기 좀 빼주고 없는 것만 채워주면 돼.”
마감시간이 다 되도록 데비는 단 1분도 쉬지 않았다. 나는 한국에서 참 널널하게 일했었구나 싶었다. 그렇게 숨가쁘게 달려왔는데도 리스트에 있는 방 중 2개를 못 치웠다.
“흐음…… 이건 블락(Block) 처리 해야겠네. 일단 사무실에 보고하고 냄새가 안 나도록 쓰레기만 빼자. 첫 날이었는데 어때? 할 만 하니?”
“아…… 솔직히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괜찮아. 몇 번 하다 보면 익숙해 질 거야.
데비는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