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Go Jony

<호주생활> Go, Jony - 열여덟번째

Kitchen

by Jony

하우스키핑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다른 고민이 생겼다. 일하는 시간이 지나치게 적다는 것. 아침 9시에 시작해 오후 1시에 마치니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남는 시간을 이용해 바(Bar)나 레스토랑 일자리를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호텔은 블루몽키(Blue Monkey)라는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한다. 일 마치고 리셉션에 찾아가 매니저 가브리엘을 만났다. 그는 필리핀 출신인데, 항상 밝게 나를 맞아준다.

"조니! 나의 친구! 일은 좀 어때?"

"좋아요. 선배들도 다 잘 대해주고요. 가브리엘,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얼마든지."

"하우스키핑 마치면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투잡을 하나 구할까 하는데요, 혹시 블루몽키에 자리 남나요?"

"어....... 일단 내가 윌에게 말해볼게. 쉐프하고도 상의를 해봐야 하는 문제고. 아마 있을 거야. 곧 그만두는 직원도 있고."

"고마워요 가브리엘."

그날 부로 나는 퇴근하면 다시 꾸준히 레쥬메를 돌렸다. 삼 일 정도가 지나자 도미노피자에서 인터뷰 제의가 왔다. 인도인 매니저는 날 보자마자 텍스폼을 주더니 내일부로 출근하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문제가 하나 있었다. 모든 호주 배달원들은 오토바이가 아니라 직원 소유의 자동차로 배달을 한다는 것. 차만 사면 일할 수 있지만 차 살 여윳돈조차 없었기에 일자리를 거절할 수 밖에 없었다.


며칠 후, 윌이 나를 따로 불렀다.

"조니. 앉게. 일은 어떤가?"

"할 만 합니다."

"좋아. 가브리엘에게 들었는데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싶다고?"

"네. 하우스키핑 일 끝나면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요."

"그래....... 현재는 자리가 없어. 하지만 바쁜 날에는 지금 인원으로도 감당이 안 되지. 이번 주 일요일이 아마 레스토랑 개업 이후 가장 바쁜 날이 될 거야. 마더스 데이 조식 뷔페가 계획되어 있거든. 어때, 한 번 와 보겠나?"

"물론이죠. 열심히 할 자신 있습니다!"

"아주 좋아."


토요일 밤, 일찍 잠자리에 들기 위해 양치를 하고 있을 때였다.

"조니! 나이트클럽 가자!"

매그와 아만다가 나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안 돼. 내일 아침 8시까지 레스토랑 출근해야 된단 말이야."

"나는 일 안 가냐? 나도 내일 미용실 출근해야 해."

"안 돼! 난 피곤하단 말이야!"

"난 피곤하단 말이야!"

매그가 내 악센트를 흉내 내며 놀려대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요일이 다가왔다. 아침 출근해 가브리엘과 만났다.

"굿 모닝 조니. 오늘은 오전에 웨이터, 저녁에 키친핸드로 투입될 꺼야. 먼저 멤버들을 소개해 줄게. 웨이트리스 조, 나탈리, 앨리스, 웨이터 루카. 여긴 오늘 함께 일 할 조니야."

"반가워, 조니."

"키친으로 가볼까? 여긴 디너 쉐프 알렌, 모닝 쉐프 드웨인, 수 쉐프 비, 갸르드망제 닉키, 키친핸드 알렉스야."

"니가 조니구나. 반갑다."

쉐프 알렌과 드웨인이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오늘 넌 주문을 받지는 않을 꺼야. 손님들이 다 먹은 접시를 주방으로 가져다 주고, 식사가 끝난 테이블을 치운 후 세팅해주면 돼. 어려운 건 없을 거고, 조! 오늘 조니를 부탁해."

"반가워, 조니. 난 이탈리아에서 온 조라고 해."

오늘의 사수 웨이트리스 조는 나에게 테이블 세팅법부터 가르쳐 주었다.

"컵은 왼쪽, 포크와 나이프는 오른쪽에 두어야 해. 나이프 방향은 손님 바깥으로 두도록 하고......."

오픈 전까지 기본적으로 숙지해야 할 것들을 배웠다.

오늘 조식은 홍보가 꽤나 잘 되었는지 거의 모든 테이블이 오픈 하자마자 채워졌다. 난 서 있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꽤나 바빴다.

"All good?"

역시 이탈리아에서 온 웨이터 루카가 나에게 물었다.

"All good."

나 역시도 웃으며 말했다.


오전 열 한 시가 되어 퇴근한 후 오후 4시에 키친으로 다시 출근했다. 쉐프 알렌에게 인사를 건넸다.

"Good evening Chef."

"Good evening Johnny. 피곤하진 않고?"

"네. 뭐 부터 하면 될까요?"

"마감시간까지 설거지를 하면 돼. 할 수 있겠나?"

"Yes, Chef!"

난 당장 앞치마를 두른 후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시작했다. 한참 그렇게 하고 있을 때, 키친핸드 여성 알렉스가 나를 유심히 보더니 다가왔다.

"식기세척기를 쓰면 훨씬 편해."

"아....... 몰랐어. 한번도 써 본 적이 없거든."

"우선 전원을 켜고, 기계를 닫은 다음 아래 LED 세 개가 켜질 때까지 기다려. 그 동안 물이 찰 꺼야. 그 다음 식기를 이 플라스틱 용기에 차례로 끼워 넣고 기계 안에 넣어 닫아주면 돼."

알렉스가 가르쳐 준 대로 식기세척기를 이용해 보았다. 확실히 훨씬 편리했다. 손으로 직접 하는 설거지만큼 깨끗하진 않았지만, 시간은 훨씬 절약되었다.

6시, 디너타임 오픈.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New order. Sirloin Stake. Medium rare. One Salad Please, Nicky"

쉐프가 말했다. 주방은 시간이 지날수록 바빠지기 시작했다. 나는 팀원들이 가져온 각종 요리기구들과 테이블에서 온 접시들을 설거지했다.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접시를 치우다 보니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갔다.

"안뇽! 잘 지내!"

한가해 질 쯤 주방으로 들어온 이탈리안 웨이터 루카가 어디서 배웠는지 한국어로 인사했다.

"뭐 마시고 싶은 거 없어? 커피 가져다 줄까?"

그가 물었다.

"아냐. 나 카페인 싫어해. 혹시 레모네이드 있니?"

"굿. 바로 가져다 줄게."

그는 잠시 후 얼음 담긴 유리컵에 레몬을 꽃은 레모네이드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Cheers."

레모네이드를 한 모금 마셨다. 쉐프가 나에게 물었다.

"조니. 닭이 좋니, 쇠고기가 좋니?"

난 무슨 말인지 몰라 멍하니 있었다.

"둘 다?"

"Yes Chef."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잠시 후 직접 만든 요리를 도시락 통에 담아 내 뒤쪽 선반에 두었다.

"아직 저녁 못 먹었지? 퇴근하면 챙겨 먹어. 매니저한테는 말하지 말고."

쉐프 알렌은 웃으며 윙크했다.


마감시간이 되자 가브리엘이 웃으며 다가왔다.

"조니! 오늘 정말 잘 해 주었어. Good job. 크게 어려운 건 없지?"

"네. 모두가 잘 대해 준 덕분에 재미있게 일 할 수 있었어요."

"좋아. 모두도 니가 일 잘 한다고 칭찬 많이 하더라. 주방 깔끔히 마무리 짓고 퇴근하면 돼. 아, 그리고 좋은 소식 하나가 더 있어."

"뭐죠?"

"키친핸드 알렉스가 여기서 접시 닦은 지도 몇 개월 되었어. 알렉스는 아침에 접시를 닦고, 내일부터 저녁타임 때 코미를 맡아 쉐프에게 트레이닝 받을 꺼야. 자네 일 하는 것도 꽤 마음에 들어서 자네를 정식으로 고용할까 해. 내일부터 저녁에 출근할 수 있겠나?"

"당연하죠, 가브리엘! 열심히 할 게요."

"좋아. 언제든지 힘든 일 있으면 나에게 말해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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