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pas
"브루스, I’ll check you later.” 가 무슨 뜻이야?”
“I’ll check you later? See you later!”
난 그 말을 듣자마자 양 팔을 번쩍 들고 야호를 외치며 방으로 들어가 셔츠를 골랐다.
글라이델이 데이트를 받아들였다.
우리가 처음 마주쳤던 Exchange Hotel 앞. 노을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 우린 다시 만났다.
“하이.”
그녀는 날 보고 살짝 미소 지었다. 처음 만났던 그때처럼 자전거를 가지고 온 그녀는 캥거루 주머니가 달린 후드 티를 입고 나타났다. 주머니 위엔 리라쿠마 비슷한 곰돌이가 그려져 있었다. 어깨까지 내려온 은은한 레드와인 머리카락 끝 자연스러운 웨이브가 예쁘다.
“그 스냅백은 대체 뭐니?”
그녀는 날 보고 웃으며 말했다. 사실 왁스를 바를 생각이었으나, 머리 감고 나서도 깔끔하게 안 감아지는 게 너무 싫어 모자를 뒤로 쓰고 나왔다. 나의 스냅백 앞면엔 STAR WARS 타이틀이 큼직하게 박혀있었다. 글라이델은 내 모자를 뺏어 자기 머리에 썼다.
“너 가질래?”
내가 물었다.
“나 주려고 가지고 온 거 아니었어?”
그녀는 웃었다.
우린 Egan 가에 위치한 Cava 라는 타파스 전문점까지 걸었다. 사실 이 동네에 그럴싸한 식당을 몰라서 오기 전 친구들에게 추천을 부탁했었다.
“Cava 가 봐. 여기 타파스 전문점인디 꽤 먹을만혀.”
가츠가 말했다.
“첫 데이트라고. 난 막 어마어마하게 부담스러운 곳이나 어마어마하게 싼티나는 곳은 가고 싶지 않아.”
“아따 니 타파스가 뭔지 모르냐? 스페인 요리에 대한 식견이 없어. 구글링 해봐. 첫 데이트로는 타파스가 딱이여.”
아무튼 타파스인지 타코스인지 가츠의 추천을 받아 온 Cava는 잘 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적당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이었다. 카운터 쪽엔 바(Bar)를 겸업하고 있지만, 일반적 오지 바의 시끌벅적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조용히 술 한잔 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식당에 들어서 테이블에 앉자 웨이트리스가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주문하시겠어요?”
“제가 타파스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러는데, 보통 어떤 식으로 주문하죠?”
“타파스 한 접시는 작은 양이에요. 보통 두 분 오시면 세 개 정도 주문하고 다른 사이드 시키시거나 음료 추가하는 식이에요.
“메뉴 추천 부탁 드려도 될까요?”
“나 매운 거 싫어.”
글라이델이 부릅뜬 눈으로 매운 걸 시키면 가만 안 두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웨이터는 웃으며 세 가지 정도를 추천해줬다.
“…… 그리고 이건 닭 요리인데 일반적인 닭 요리라기보단 어쩌고 저쩌고……”
웨이트리스의 말을 거의 반쯤 못 알아들었지만 데이트 상대방이 있는 앞에서 밑도 끝도 없이 Pardon 을 외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며 웨이트리스의 말이 끝나자 뭔가 그럴싸하게 들렸던 메뉴 세 가지와 음료 두 가지를 시켰다. 웨이트리스는 웃으며 주방으로 향했다.
“어렵군.”
내가 말했다.
“솔직히 말해봐. 여기 안 와봤지?
그녀가 말했다.
“안 와보긴 했는데, 맛있다 하더라고.”
“흐음.”
“내가 이런 데 올 일이 뭐 있겠어. 온 지 한 달 밖에 안 됐고 만나는 여자도 없고.”
“맛 없기만 해봐.”
그렇게 말했던 그녀는 모든 음식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저녁을 같이 하며 우리는 서로에 대해 알아갔다.
“대체 칼굴리엔 왜 온 거니. 한국에서 범죄를 저질렀니?”
그녀가 키득대며 물었다.
“일 구하러 왔어. 내가 범죄자처럼 생겼어?”
“쪼오금. 히히. 근데 한국도 일자리 많잖아.”
“이 나라가 시급이 좋으니까. 넌 어디 살아?”
“지구.”
“아, 그래. 난 사실 목성에서 왔어.”
그녀는 가끔 내 질문에 사차원스러운 대답을 했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어떤 식의 농담도 다 웃으며 받아 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글라이델. 그러니까……”
“엘(El. Glydel 의 끝 두 글자.)이라고 불러줄래?”
“그래, 엘. 가족들이랑 다 같이 사는 거야?
내가 물었다.
“응. 아빠, 오빠 둘, 여동생 하나. 엄마는 홍콩에 살아. 너는 형제 자매 있어?”
“밑으로 여동생 셋이야.”
“어머나…… 그래서 비 오는 날 내 번호를 그렇게 쉽게 딴 거야?”
“너 쉬워?”
“아니. 나 무지무지 어려워. 나 감당하기 쉽지 않을 걸?”
“기대해 볼게.”
내가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