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Go Jony

<호주생활> Go, Jony - 스물한번째

Would you be my...

by J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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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어느 날 오후, 엘과 나는 시내 카페에 갔다.

“그러니까 내가 이력서를 들고 들어갔을 때였는데…… 잠깐 그거 후추 아니야?”

“어……히히 재미있네. 계속 말해봐.”

그녀는 낄낄대며 내 머핀에 후추를 뿌려댔다.

“그만해.”

“너를 위해 준비했어.”

“그래? 그러면 니가 먼저 먹어보실까?”

나는 머핀을 조금 떼어 엘의 입가로 가져갔다. 엘은 고개를 돌리며 웃었다.

“하지마 헤헤.”

그녀는 5달러짜리 머핀을 후추로 도배해놓았다.

“먹기 싫어?”

엘은 제발 먹어달라는 눈으로 애원하듯 날 쳐다봤다. 나는 노려보다 머핀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켁 켁……”

기침이 절로 나왔다.

“야! 하하하 아 바보.”

난 물을 한 모금 먹고 무표정으로 엘을 바라봤다.

“뭐야. 화났어?”

“아니.”

“화난 것 같은데.”

“안 났어.”

“안 났어.”

엘은 목소리를 깔고 날 따라 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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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0_111417.jpg 칼굴리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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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굴리 박물관 옥상 위엔 벤치가 마련되어 있다. 시내 전체가 한 눈에 보인다. 사실 시내라기보단 읍내에 가깝다. 나는 엘의 어깨를 감싸고 벤치에 앉아 저 멀리 Super Pit 광산을 바라봤다.

“우리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넌 스킨십 굉장히 자연스럽다.”

엘이 나를 보며 말했다.

“왜? 싫어? 뺄까?”

“아니, 빼지 마.”

“자기도 좋으면서.”

“뭐래. 여태 살면서 몇 명이나 만나본 거야?”

“음…… 일곱.”

“니가 혼자 좋아한 건 빼고.”

“그래. 서로 사랑한 게 일곱이라고.”

“그 여자들 참 불쌍하네. 히히.”

“왜?”

“넌 뭐든 작잖아. 키도 작고 손도 작고 발도 작고…… 거……기……는……”

“커.”

“풋…… 거짓말.”

“웬만한 호주인들보다 나을걸.”

“오오.”

“확인하고 싶어?”

엘은 배를 잡고 웃으며 내 등짝을 쳤다.

“다음에.”

엘은 피곤했는지 내 팔을 감싸고 어깨에 기댔다. 서쪽으로 해가 뉘엿뉘엿 기울었다. 생각해보니 한국보다 해가 빨리 지는 듯 하다.

“엘.”

“왜?”

“우리 연애하자.”

“싫어.”

“왜?”

“우리 만난 지 한 달도 안 된 거 아니? 적어도 삼 개월은 지나야 해.”

“그게 작고 크고를 논하면서 생각보다 보수적이네.”

“…. 아무튼! 난…… 아직 널 잘 몰라.”

엘은 고개를 살짝 돌려 나를 바라봤다. 그녀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가 말했다.

“그냥 천천히 가자. 응?”

나는 웃으며 그녀의 등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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