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Go Jony

<호주생활> Go, Jony - 스물네번째

All the leaves are brown

by Jony

“이거.”

“안 돼.”

“돼.”

“안 돼.”

콜스 슈퍼마켓 안. 엘은 별 쓸 데도 없는 파인애플 캔 통조림을 장바구니에 끝내 집어넣었다. 나는 원래 있던 곳으로 다시 올려놓았다.

“나빠. 흥!”

엘은 저 멀리 앞서나가더니 감자 칩 커다란 걸 집어와서 장바구니에 넣었다.

“그래 이건 사자.”

“아이스크림 사줘.”

엘이 졸랐다.

“가지고 와.”

엘은 신나게 아이스크림 코너로 달려갔다. 나는 그 사이에 수산 코너로 가서 괜찮아 보이는 연어를 골랐다.

그녀를 만난 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우린 그 동안 별 볼 것도 없는 칼굴리를 헤집고 다녔다. 액세서리 점, 옷 가게, 갤러리, 장난감 가게, 심지어 유아용품점도 같이 둘러봤고 도시락을 준비해 공원으로 소풍을 간 적도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내 집에서 저녁을 같이 하기로 했다.

토마토를 고르고 있을 때쯤, 엘이 조용히 다가와 뒤에서 내 허리를 끌어안았다.

“아이스크림 녹겠다. 가자아.”

“토마토 좀 고른다고 녹진 않아.”

“어허. 배가 고프다고 하지 않았느냐.”

“기다리거라. 참을성이 없구나.”

우리는 영국식 악센트를 흉내 내며 낄낄댔다.


내 방, 좁은 싱글침대 위, 내 위로 올라간 엘은 매우 집중하는 중이다.

“가만히 좀 있어봐.”

엘이 다그쳤다.

“아니 간지럽다고.”

여러분이 상상하는 “그것” 은 아니다. 그녀는 내 눈에 아이라인을 그리고 있다. (어디선가 독자 하나가 실망하는 소리가 들린다.) 엘은 한 번 그리고 확인하고 낄낄대고 한 번 그리고 확인하고 킥킥댔다.

“너 클렌저는 가지고 있니?”

내가 물었다.

“응? 왜? 지우려고?”

“응.”

“지우지 마.”

“이 꼴로 거실도 못 나가겠다.

“미스 조니. 걱정 마요. 정말 예쁘니까 히히힛.”

나는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살짝 미소 지은 엘이 내 눈가를 세심하게 다듬고 있다. 난 그때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 속 한 장면, 경찰 633 양조위가 여자친구랑 침대에서 놀고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아이러니하게도 엘 너는 영화처럼 파인애플캔을 내 장바구니에 담았고, 너의 웃음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이 방 어딘가에서 마마스 앤 파파스의 캘리포니아 드리밍이 흘러나왔다.


All the leaves are brown

나뭇잎은 모두 누렇게 변하고


And the sky is gray.

하늘은 잿빛이야.


I've been for a walk

난 산책하는 중이었지.


On a winter's day.

이런 겨울날


I'd be safe and warm

안전하고 따뜻할 텐데


If I was in L.A.

LA에 있었더라면


California dreamin'

캘리포니아를 꿈꿔.


On such a winter's day.

이런 겨울날.


머리 속에서 1절이 끝날 때쯤, 엘은 하던 걸 가만히 멈추고 나를 바라보다 나에게 입을 맞췄다. 가장 행복한 순간인 지금, 정말 이상하게도, 난 이 사랑이 곧 끝날 거라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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