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Go Jony

<호주생활> Go, Jony - 스물세번째

209 Hay St.

by Jony

이사하기 전날 밤. 플랫메이트들과 술잔을 기울였다.

“뭐야. 다 떠나네. 조니도 가고, 스틸도 다음주면 가고, 아만다도 가고…….”

매그가 서운하다는 듯 말했다.

“가끔 들릴게. 아직 TFN도 집으로 안 왔고.”

“그래 조니. 마음 편하게 놀러 와. 우린 누구라고?”

스틸이 물었다.

“호주 첫 가족이지.”

“그래 이 새끼야.”

스틸은 주먹을 쥐고 팔을 올렸다. 나는 내 주먹으로 가볍게 스틸의 주먹을 쳤다.

“근디 어디라고 했냐?”

가츠가 마지막 남은 래밍턴을 입에 넣고 나에게 말했다.

“209 Hay Street.”

“그려. 아무튼 가서도 잘 생활혀. 나는 삼 개월은 여기 있을거니께 뭔 일 있으면 연락허고.”

가츠의 말 이후 잠시 정적이 흘렀다. 어색한 침묵 속을 스틸의 담배연기가 감쌌다. 매그가 기지개를 키며 말했다.

“벌써 자정 지났네. 이제 자러 가자. 조니이! 이리 와!”

매그는 허리가 약간 아플 정도로 날 끌어안았다.

“가끔 머리 자르러 와. 안 바쁠 때 공짜로 잘라줄게.”

“고마워 매그.”

매그가 팔을 풀자마자 아만다가 팔을 벌려 나를 안았다.

“보고 싶을 끼다. 가서 잘 지내라이.”

아만다는 나를 보고 씩 웃었다.


“헬로우.”

집주인 잭키가 아들 제이콥을 안은 채로 나를 반겼다. 잭키는 필리핀 출신 여성인데, 뉴질랜드 출신 남편 웨인과 결혼해 칼굴리에 정착했다.

“가족이 된 걸 환영해 조니.”

웨인이 웃으며 거친 손으로 악수를 청했다. 그는 칼굴리와 조금 떨어진 중급 규모 광산에서 파견근무 생활을 하고 있다. 하루 열두 시간 주야간 교대근무로 이주일간 일한 후 집에 돌아와 일주일간 쉬고 다시 이주일 일하러 가는 식인데, 내가 이사 온 주는 마침 쉬는 주간이라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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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뜰엔 레몬나무와 그 아래 제이콥이 타고 놀 수 있는 그네, 낮잠을 청하기 딱 좋은 흔들의자가 마련되어 있다. 집은 본채와 바깥채로 나누어져 있는데, 뒤뜰을 사이에 두고 따로 떨어진 바깥채는 웨인 가족이 거주하고, 나머지 입주자들은 모두 본채에 산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의 배경이 되기 딱 좋은 곳이다. 소설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우리의 제제 제이콥은 내가 아직은 낮선지 엄마 품으로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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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채는 욕실 두 개, 화장실 두 개, 거실 하나와 침실들로 구성되어 있다. 어제까지 살던 집이 인테리어 기술자가 신경 써서 만든 신혼 집 느낌이라면, 이 집은 광부가 가족들을 위해 나름 신경 써서 만든 가정집 느낌이다. 투박한 철제난로에서 나오는 온기가 은은하게 거실을 감쌌다.

20160515_114927.jpg 내 방.

“하우디!”

중년 백인 남성 하나가 나를 보며 웃으며 인사했다. 머리가 반쯤 벗겨진 그는 온화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마이클 키튼이 푸근해지면 저런 느낌일까.

“하이. 난 조니야.”

“조니! 난 딘이라고 해.”

딘은 뉴질랜드 출신으로 한 때 광부였다가 지금은 일을 그만두고 몇 개월간 이 집에서 백수생활을 하고 있다.

짐을 풀고 밤이 될 때까지 만나 인사한 그 밖에 플랫메이트들은 다음과 같다.


후키. 뉴질랜드 출신 광산 운전수. 할아버지뻘이다. 키가 아주 크고, 행동 하나하나가 신사적이다.

시드니. 역시 뉴질랜드 출신 광부. 중년 남성. 아내와 딸은 뉴질랜드에서 생활하고 9개월째 이 도시에서 혼자 지내고 있다. 말수가 적다.

첸. 신장 위구르 출신 대학생 남성. Mining School 재학 중.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유일하게 못 친해진 의문의 남자다. 심지어 후키는 그의 이름도 모른다.

애니. 타이완 출신 여성. 워홀러. 호주 내 대학교 교육학과에 재학하다 등록금 마련을 위해 칼굴리로 왔다. 현재 ALS 광물 샘플 연구소(돌공장)에 주야간 교대근무 재직 중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까? 벌써부터 기대되었다.


20160514_142912.jpg 플랫메이트들을 위해 준비한 쿠키
20160515_154428.jpg 카야. 암컷
20160530_223615.jpg 릴리. 암컷
20160515_114115.jpg 제이콥과 웨인
2016-05-28-15-50-57.jpg 제이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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