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 Hay St.
이사하기 전날 밤. 플랫메이트들과 술잔을 기울였다.
“뭐야. 다 떠나네. 조니도 가고, 스틸도 다음주면 가고, 아만다도 가고…….”
매그가 서운하다는 듯 말했다.
“가끔 들릴게. 아직 TFN도 집으로 안 왔고.”
“그래 조니. 마음 편하게 놀러 와. 우린 누구라고?”
스틸이 물었다.
“호주 첫 가족이지.”
“그래 이 새끼야.”
스틸은 주먹을 쥐고 팔을 올렸다. 나는 내 주먹으로 가볍게 스틸의 주먹을 쳤다.
“근디 어디라고 했냐?”
가츠가 마지막 남은 래밍턴을 입에 넣고 나에게 말했다.
“209 Hay Street.”
“그려. 아무튼 가서도 잘 생활혀. 나는 삼 개월은 여기 있을거니께 뭔 일 있으면 연락허고.”
가츠의 말 이후 잠시 정적이 흘렀다. 어색한 침묵 속을 스틸의 담배연기가 감쌌다. 매그가 기지개를 키며 말했다.
“벌써 자정 지났네. 이제 자러 가자. 조니이! 이리 와!”
매그는 허리가 약간 아플 정도로 날 끌어안았다.
“가끔 머리 자르러 와. 안 바쁠 때 공짜로 잘라줄게.”
“고마워 매그.”
매그가 팔을 풀자마자 아만다가 팔을 벌려 나를 안았다.
“보고 싶을 끼다. 가서 잘 지내라이.”
아만다는 나를 보고 씩 웃었다.
“헬로우.”
집주인 잭키가 아들 제이콥을 안은 채로 나를 반겼다. 잭키는 필리핀 출신 여성인데, 뉴질랜드 출신 남편 웨인과 결혼해 칼굴리에 정착했다.
“가족이 된 걸 환영해 조니.”
웨인이 웃으며 거친 손으로 악수를 청했다. 그는 칼굴리와 조금 떨어진 중급 규모 광산에서 파견근무 생활을 하고 있다. 하루 열두 시간 주야간 교대근무로 이주일간 일한 후 집에 돌아와 일주일간 쉬고 다시 이주일 일하러 가는 식인데, 내가 이사 온 주는 마침 쉬는 주간이라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뒤뜰엔 레몬나무와 그 아래 제이콥이 타고 놀 수 있는 그네, 낮잠을 청하기 딱 좋은 흔들의자가 마련되어 있다. 집은 본채와 바깥채로 나누어져 있는데, 뒤뜰을 사이에 두고 따로 떨어진 바깥채는 웨인 가족이 거주하고, 나머지 입주자들은 모두 본채에 산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의 배경이 되기 딱 좋은 곳이다. 소설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우리의 제제 제이콥은 내가 아직은 낮선지 엄마 품으로 파고들었다.
본채는 욕실 두 개, 화장실 두 개, 거실 하나와 침실들로 구성되어 있다. 어제까지 살던 집이 인테리어 기술자가 신경 써서 만든 신혼 집 느낌이라면, 이 집은 광부가 가족들을 위해 나름 신경 써서 만든 가정집 느낌이다. 투박한 철제난로에서 나오는 온기가 은은하게 거실을 감쌌다.
“하우디!”
중년 백인 남성 하나가 나를 보며 웃으며 인사했다. 머리가 반쯤 벗겨진 그는 온화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마이클 키튼이 푸근해지면 저런 느낌일까.
“하이. 난 조니야.”
“조니! 난 딘이라고 해.”
딘은 뉴질랜드 출신으로 한 때 광부였다가 지금은 일을 그만두고 몇 개월간 이 집에서 백수생활을 하고 있다.
짐을 풀고 밤이 될 때까지 만나 인사한 그 밖에 플랫메이트들은 다음과 같다.
후키. 뉴질랜드 출신 광산 운전수. 할아버지뻘이다. 키가 아주 크고, 행동 하나하나가 신사적이다.
시드니. 역시 뉴질랜드 출신 광부. 중년 남성. 아내와 딸은 뉴질랜드에서 생활하고 9개월째 이 도시에서 혼자 지내고 있다. 말수가 적다.
첸. 신장 위구르 출신 대학생 남성. Mining School 재학 중.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유일하게 못 친해진 의문의 남자다. 심지어 후키는 그의 이름도 모른다.
애니. 타이완 출신 여성. 워홀러. 호주 내 대학교 교육학과에 재학하다 등록금 마련을 위해 칼굴리로 왔다. 현재 ALS 광물 샘플 연구소(돌공장)에 주야간 교대근무 재직 중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까? 벌써부터 기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