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dney's
새벽에 잠깐 화장실을 갈 때면 주방에서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는 시드니를 마주치곤 한다. 그는 뉴질랜드에 아내와 딸을 두고 홀로 9개월 간 광산에서 일하는 호주형 기러기아빠다.
“굿 모닝.”
“굿 모닝.”
말수가 적은 그는 좀처럼 알 수 없는 사람이었는데, 사실 그에 대해 들은 것도 집주인 잭키로부터였다. 하루는 주방 퇴근 후 야식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조니, 쉿!”
잭키가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시드니네 가족이 이미 자고 있어. 요리하는 건 좋은데 조금만 조용히 해 줘.”
“가족? 뉴질랜드에서 왔단 말이야?”
“응. 오늘 오후에 도착했어. 비행기 타고 와서 되게 피곤할거야. 일주일 정도 같이 지낼 거니까 늦은 밤엔 조금 신경 써주렴.”
잭키의 정보에 의하면, 시드니네 가족은 앞으로 칼굴리에서 살 계획이며, 약 일주일 동안 렌트를 구할 예정이란다.
다음날 아침,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백인 여자아이 하나가 거실 소파에 내복차림으로 누워 있었다.
“하이.”
“하이.”
시드니의 딸이었다. 나는 같이 앉아서 만화를 봤다.
“난 조니라고 해.”
“와이마리노야.”
“와이 뭐라고?”
“와이마리노.”
별 희한한 이름도 다 있구나 싶었다.
“반가워 와이마리노. 아침은 먹었니?”
“아직.”
“나 지금 아침 준비할 건데, 좀 먹을래?”
와이마리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만화에 집중했다. 사과를 썰고, 양상추를 뜯고, 방울토마토를 올려 드레싱을 뿌리고, 베이컨과 계란을 굽고, 토스트기에 빵을 구웠다.
“우유가 좋니, 오렌지주스가 좋니?”
“우유.”
그렇게 우린 아침을 같이 먹게 되었다.
“맛있니?”
“맛있어.”
시드니네 방문이 열리며 서른 중반으로 보이는 부인이 나왔다.
“와이마리노! 어머, 죄송해요. 애 아침은 제가 먹이는 건데.”
“아니에요, 제가 같이 먹자고 했는걸요.
“토니라고 해요.”
“조니.”
시드니의 아내 토니는 통통한 체구만큼이나 넉넉한 웃음을 지었다. 난 나의 갑절은 넘을 듯한 그녀의 허벅지를 보며 귀여운 소녀 와이마리노가 엄마의 미소는 닮되 하체만큼은 안 닮았으면 하고 속으로 바랬다.
“미안해서 어쩌나……. 오늘 저녁에 밥 하지 마요. 내가 차려줄게요.”
마침 저녁근무 쉬는 날이어서 나는 그렇게 하기로 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니 토니가 뭔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비프스튜네.”
내가 중얼거렸다.
“조니! 십 분만 기다려줘.”
“이거 레시피 예전부터 알고 싶었는데.”
“그래? 별 거 없어. 시간 날 때 적어줄게.”
일을 마치고 돌아온 시드니가 와이마리노와 함께 거실로 들어와 악수를 청했다.
“조니, 오늘 딸에게 아침을 차려줬다며? 정말 고마워.”
“나도 혼자 먹기 심심했는걸.”
우린 식탁에 앉았다.
“오늘은 우리 딸이 기도해볼까?”
모두는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주님, 아빠와 다시 살게 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가족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