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관리
돈은 버는 것보다 쓰는 게 어렵고, 쓰는 것보다 관리하는 게 어렵다. 지난 4년 간 독립해 살면서 경험한 나의 돈 관리법을 적어보도록 하겠다.
1. 가계부
기업이 장부를 중요시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과거 회계는 미래 재무의 기반이 되며, 결과에 대한 주기적 반성을 통해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난 길 가다 50센트 동전을 주워도 가계부 어플에 기록하며, 지출이 발생했을 때 당장 기록을 못 할 것 같은 상황이면 영수증을 받아놓는다. 이 영수증은 지갑에 꽃아놓았다 기록 후 찢어 버린다.
가계부를 "쓰기만" 하면 의미가 없다. 과거의 모든 기록은 반성을 위해 존재한다. 일주일, 한 달 간격으로 회계를 점검하고 지출을 줄일 부분이 있는지 파악한다. 분명히 쓸 만큼 썼다 생각해도 줄일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대표적으로 통신료가 있는데, 데이터를 월 5기가 정도 쓰면서 무제한 요금제를 쓰는 건 낭비다. 실비보험의 경우도 지나친 특약이 포함되어 보험료가 비쌀 수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설계사와 상담 후 과연 필요한 부분인지 의논해보자.
2. 계좌 분리
계좌는 분리해서 써야 한다. 하나만 가지고 쓰면 수입과 지출을 일괄적으로 관리하게 되며, 이럴 경우 실질적 소득윽 명확하게 하기 어렵다.
예시를 보도록 하자.
현재 내가 NAB 은행에 보유하고 있는 계좌는 총 세 개다. Emergency 계좌는 비상금 계좌, Everyday는 체크카드와 연동된 생활비계좌, Success는 저축계좌다.
2주치 급여가 Everyday로 입금되면 $600을 제외하고 모두 Success로 넘긴다. 물론 살다보면 돈이 더 필요한 경우가 생긴다. 이럴 경우 Success에서 $20단위 Everyday로 넘긴다. 다음 급여가 들어 오면 역시 $600을 제외하고 Success로 넘기는 식이다.
계좌를 분리해 놓았을 때 장점은, 목표한 2주치 생활비를 Everyday 에 고정해놓았기 때문에 생활비를 명확하게 할 수 있단 것이다. 만약 당신이 $3,000을 한 통장에 몰아넣었다면 심리적으로 돈이 많은 것처럼 느껴져 안일한 지출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응용으로, 여행계좌, 통신료 계좌, 공과금계좌 등으로 분리할 수 있다.
3. 무조건 현금만.
체크카드와 신용카드라는 희대의 발명품이 탄생한 이후, 지갑에 현금을 넣고 다닐 필요성이 사라졌다. 그러나 카드를 이용하게 될 경우, 통계적으로 지출은 증가하게 된다. 언뜻 생각하면 이해가 안 갈 수도 있다. 다음 예시를 살펴보자.
a. 철수는 울워스에 장을 보러 갔다. 이리 저리 둘러보다 필요한 것, 사고 싶은 것을 한 바구니 샀고, NAB 체크 카드로 결제했다.
b. 영희도 울워스에 장을 보러 갔다. 영희는 넉넉하게 미리 30달러를 인출해 방문했고, 필요한 것, 사고 싶은 것을 한 바구니 샀다. 영희는 현금으로 결제하려 했으나 30달러가 넘어갔고, 체크카드를 쓰지 않기로 마음먹었던 영희는 불필요하다 싶은 물품을 빼고 다시 계산했으며, 정말 필요하다 싶은 건 현금 인출 후 다시 장을 보러 오기로 마음먹었다.
우리가 쉽게 넘길 수 있는 부분이지만, 현금을 사용해 계산하면 현금을 "소비"하게 되고 우리의 감각은 그것을 "인지"하게 된다. 카드는 그 과정을 생략하기 때문에 실제 소비를 인지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현금을 인출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동안 충동적이었던 두뇌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성적이 되고 결과적으로 합리적인 소비를 하게 만든다.
4. 외식 줄이기
당연하게도 사 먹는 음식은 직접 요리하는 것보다 비싸며 질도 떨어진다. 게다가 호주는 직장에서 밥을 안 준다. 요리를 할 줄 알면 지출을 줄이는 데 크게 도움될 수 있다.
그러나 각 나라별로 비싼 품목과 저렴한 품목은 다르다. 호주는 돼지고기가 소고기보다 비싸며, 제철 오렌지보다 사과가 비싸다. 시간 날 때 슈퍼마켓을 한 바퀴 돌아 물가조사를 해보자. 또한 호주 요리는 영국식을 기본으로 삼기 때문에 영국식 식재료의 수요는 당연히 높고 수요가 높을 수록 공급은 증가되며 가격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현지에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식재료를 이용해 현지식으로 먹어보자.
닭과 와인, 각종 채소를 넣어 만든 코코뱅. 호주 저가 와인은 한 병에 5달러이며, 닭과 채소 역시 저렴하다.
5. <사야할 것> 목록
마트 장 보러 가기 전 나의 습관 중 하나는 냉장고 점검 후 <사야할 것> 목록을 적는 것이다.
사람의 기억력은 생각보다 신뢰할 게 못 되어서, 나의 찬장, 나의 냉장고에 뭐가 있는지 정확히 기억할 수 없다. 점검 후 필요한 것을 적었을 때 과소비를 방지할 수 있다.
이제까지 설명한 것들이 사소하다 생각되는가?
수신제가치국평천하
修身齊家治國平天下
먼저 자기를 지켜야 집안을 다스리고 나라를 통치하며 천하를 얻는다.
사소할지언정 이 작은 습관들이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임을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