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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y Mar 07. 2018

<호주생활> Go, Jony - 서른세번째

Lambert's

시드니네 가족이 집을 구해 나간 후 새 가족이 입주했다. 

데이비드 램버트. 영국 출신 호주 국민. 70대. 무직. 

크리스티 램버트. 필리피나. 40세. 데이비드의 아내. 무직. 

이미 노인인 데이비드의 유일한 바램은 아내 크리스티가 영주권을 얻어 여생을 호주에서 함께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직업도 없이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는 그가 아내를 호주에 살게 해주는 건 쉽지 않았다. 

“비자 신청비만 무려 8천 달러를 달라고 하더군.” 

데이비드는 한숨을 쉬었다. 

“이상하네. 잭키도 같은 상황 아니었어?” 

내가 물었다. 

“난 웨인이 기술직 종사자였으니까 상대적으로 돈이 덜 들어갔지. 2천 불 냈었나…….” 

잭키가 말했다. 짐작해보면, 호주정부는 배우자 초청 이민 접수 시 신청자의 능력에 따라 비용을 다르게 받는 것 같다. 이 부부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인터넷 후원사이트에 자신의 상황을 올려 기부를 요청했는데 물론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후원금의 10% 도 모이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왠 노인 하나가 남은 여생이 외로워 필리핀 여자 끼고 죽기 전까지 살고 싶은데 돈이 없으니 남들에게 구걸하는 꼴이다. 

“그래서 여기 오기 전까진 뭐 했어?” 

내가 물었다. 

“우린 번다버그 농장에서 함께 일했어. 한 삼 개월 일했는데도 돈을 안 주는 거야. 난 몰아서 주는 건가 싶었는데 무급이라더군.” 

데이비드가 말했다. 정말 대책 없는 부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티는 나이만 마흔이지 하는 행동은 철이 한참 덜 들었다. 나였다면, 8천 불을 벌기 위해 궂은 일 마다 앉고 무슨 일이든 시작했을 것이다. 데이비드는 나이가 나이이니만큼 일 구하기 어렵다 치자. 아직 젊은 그녀는 일을 구하려면 충분히 구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집에서 빈둥대거나 잭키와 쇼핑을 나갔다. 게다가 남편 데이비드는 손수 식사를 만들어 그녀가 있는 소파나 침대로 가져다 주었다. 정말 한심했다. 

“조니! 내 여동생이야. 인사해!” 

그녀는 반강제적으로 식탁에 앉아있던 나를 자기 휴대폰에 비췄다. 그녀는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따갈로그어로 시끄럽게 영상통화를 해댔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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