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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y Mar 07. 2018

<호주생활> Go, Jony - 서른여섯번째

방송출연!

"굿 이브닝 쉐프.” 

“굿 이브닝 미스터 조니 리, A.K.A 무비 스타!” 

쉐프 알란이 웃으며 말했다. 

“조니! 정말 신나겠다. 언제 찍으러 온대니?” 

닉키가 나에게 물었다. 

“다음 주에 올 거야.” 

“조니 나중에 어마어마해지는 거 아니야? 여러분! 비키세요! 조니, 지나가시죠. 보스! 어디를 막을까요?” 

쉐프 알란이 보디가드 흉내를 내며 손을 이리저리 저었다. 모두는 배를 잡고 웃었다. 


“프로듀서 홍진표입니다.” 

“윌리엄입니다.” 

둘은 인사를 나눴다. 촬영팀은 총 세 명, 프로듀서, 촬영감독, 코디네이터로 구성되어 있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촬영이 시작되었다.  

“자룡씨, 세수를 너무 빨리 하네요. 다시 갈게요.” 

그들은 내 모든 일상을 찍고 싶었는지 세수하는 것, 씨리얼 먹는 것까지 찍어댔다. 

“돈 아끼려고 이렇게 먹는 거에요?” 

씨리얼을 묵묵히 먹고 있는 나를 보고 피디가 물었다. 이 모습이 그대로 방송에 나갔다간 우리 할머니와 부모님이 날 보고 눈물을 흘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나중에 슈퍼 가서 재료를 왕창 사와 요리를 보여줘야지. 


“조니, 설거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나 샌드위치 만드는 것 좀 도와줄래?” 

“예 쉐프.” 

주방엔 이미 KBS촬영팀과 칼굴리 마이너 기자들이 와 있었다. 

“방송 나갈 건데 설거지만 하면 영 모양새가 안 나지 않겠냐? 칼이라도 좀 잡으면 모양이 날 거다.” 

쉐프 드웨인이 웃으면서 말했다. 

“여기 보이는 재료들이 샌드위치 재료들이야. 우리 레스토랑은 총 네 가지 종류의 샌드위치가 기본적으로 준비되어 있고 고객의 요구에 따라 재료를 넣거나 빼기도 해. 고기를 좋아하는 고객의 경우는…….” 

쉐프는 설명을 시작했고 나는 집중해서 들었다. 중간중간 궁금한 게 생겼을 땐 질문도 했다. 

“칼을 대각선으로 잡고, 그렇지 왼손으로 꾹 눌러. 그리고 반대편을 누르고 좌우 정리하고. 퍼펙트.” 

“이제부터 퇴실방을 치울 거에요. 지금부터 빨리 움직일 거니까 조심해주시구요.” 

내 트롤리엔 호텔이 어느새 붙여놓았는지 호텔 마크가 출력된 A4용지가 달려있었다. 사장 미세스 브룩마저 웃으며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 난 정신 바짝 차려 청소를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힘들어서라기보단 긴장해서 땀이 주르륵 떨어졌고 촬영감독은 나의 모든 모습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를 했는지 바짝 다가와 나의 행동 하나하나를 찍었다. 

“여기 자세히 보시면 컵 바닥 부분이 더럽습니다. 고객 컴플레인이 들어올 수 있는 부분이니 신경 써서 닦아줘야 해요. 방 치우는 게 별 거 아닌 것 같아 보여도 컵을 놓는 것, 침대 아래쪽 모서리 정리법 등 하나하나 세부적인 게 많습니다.” 

나는 카메라 앞에 서서 설명을 시작했고 사장은 조용히 나를 카메라로 찍었다. 

하우스키핑 총원은 사장의 배려로 아침영업 끝난 레스토랑에서 티타임을 가졌다. 우리 회사는 직원 중 누구라도 3개월 이상 일하고 퇴사하게 되면 오전 열한 시 근무 도중 날 잡아 티타임을 제공한다. 즉, 방송 아니었더라도 로즈가 금요일 이후 맥도날드로 이직이 계획되어있어 원래 시행할 예정이었다. 나는 어제 미리 사온 초콜릿케익에 불을 켰다.  

“엄마, 불 꺼야지.” 

로즈는 웃으며 초를 불었다. 나는 로즈를 안았다. 

“가서도 잘 생활하고 가끔 놀러 오고. 가면 빅맥 공짜로 줘?” 

“빅맥만 주겠냐? 세트로 주지.” 

우리 모두는 웃었다. 촬영팀은 훈훈한 모습들을 찍었고 부장 로켈을 인터뷰했다, 

“음, 조니는 내 아들입니다. 정말 성실하구요. 헤헤.” 

로켈은 카메라 앞에서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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